[신간] 이신의 슐리얼리즘 연구 '환상과 저항의 신학'
[신간] 이신의 슐리얼리즘 연구 '환상과 저항의 신학'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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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신학자의 길을 걸었던 초현실주의자 이신

한국 신학계에 생소한 초현실주의(Surrealism)신학이 함의하는 것

 

초현실주의는 20세기 초/중엽 생기한 문학과 예술의 한 장르이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획일적 현실에 맞서는 에토스를 지녔다. 역사적 퇴행을 걱정할 만큼 진보를 거부했고 시대거역적이었다. 그럴수록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인습화된 형식을 파괴했고 현실을 부정했으나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현실을 염원했다. 체제 안에서 체제 밖을 사유(상상)하여 체제 자체를 전복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초현실주의 사조에 묵시문학 연구결과를 접목시켜 초현실주의 신학이라 불렀고 이를 영()의 신학이라 달리 이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초현실주의 신학은 현실부정을 통한 긍정의 신학으로서 약자를 위한 신학일 수밖에 없었으나 그럴수록 고통 속에서도 창조적 상상력을 강조했다. 배고픔의 문제만큼이나 의식의 둔화와 타락을 걱정했던 결과였다. 베르댜예프를 좇아 상전(富者)과 종(貧者), 가진 자와 가난한 자들 모두의 의식 속에 노예적 본성이 자리했음을 본 탓이다.

예수와 우리들 관계 역시도 주인과 종으로서가 아니라 그를 창조적으로 따를 것을 주문했다. 바로 이것이 환원운동의 골자이자 초현실주의 신학의 핵심이었으며 시종일관 한국적 주체성을 강조한 이유이다.

 

이신 박사(李信, 1927-1981)

 

환상과 저항의 신학이신 박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이다.

이신 박사(李信, 1927-1981)는 화가이자 목회자이며 신학자다.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밴더빌트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생시절부터 예술을 탐구하며 얻은 근원적인 것에 대한 갈구로 신학을 시작했고 목회를 하던 1950년대에 초대교회로의 환원을 주장한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환원운동에 몸담으며 성서적 근본적 그리스도의 교회를 추구했다. ‘만을 구하던 1960년대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밥이 아니라 창조적 상상력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독교 신앙의 한국적 자주성을 역설했다.

환상과 저항의 신학은 루터로 돌아가는 것을 능사로 여기지 않고 한국인의 주체성을 강조했던 이신의 삶과 사상을 살펴봄으로써 이 시대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그가 곤궁한 삶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신앙적 주체성과 신뢰의 회복, 선한 상상력과 창조력은 점점 경직화 세속화 되어가는 오늘날 한국 교회와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신학자로서 화가의 삶을 살았던 이신의 1960-70년대 그림에서 동서양 대가들과 견줄만한 창조성, 종교성이 밝혀졌다. 유고 시()들 역시 시대와 소통하는 영적 감수성의 보고(寶庫)라 평가됐다. 아마도 한국 신학계에서 화가로 살며 신학자의 길을 걸었던 이는 이신 외에는 없을 듯 싶다. 신학과 예술의 접점이 더욱 요청되는 시점에서 이신의 작업은 더욱 주목될 것이다.

<저자 현장아카데미, 김성리, 박일준, 손원영, 신익상/ 출판사 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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