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실린 이재용 부회장 유죄 관련글 '파문'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실린 이재용 부회장 유죄 관련글 '파문'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7.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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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삼성공화국과 작별할 때'..."더 이상 대마불옥(大馬不獄)은 없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세계적 권위의 경영잡지인 하버드비지니스리뷰(HBR)에 삼성 이재용부회장의 구속과 관련된 글이 게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경향신문은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이재용 유죄판결 기고"이젠 삼성공화국과 작별할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최한수 연구원이 HBR에 기고한 글을 소개했다.

최한수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삼성 이재용의 유죄판결, 한국의 기업이 어떻게 바뀌고 있나’라는 글을 HBR에 게재했다.

최한수 연구원은 기고문을 통해 “뇌물, 횡령 등 이재용 부회장의 5가지 혐의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나 결국은  삼성 경영권 승계라는 데 초점이 모아진다”며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이 더 이상 대마불옥(大馬不獄)은 없다는 신호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법원이 이 부회장의 유죄판결을 통해 재벌들의 비리에 대한 3·5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국민정서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삼성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삼성과 재벌이 만드는 낙수효과에 대해 국민들이 회의적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상반기 30대 재벌의 순이익이 전년도 보다 48% 포인트 늘었지만 이들의 고용이 같은 기간 0.4% 포인트 줄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사람들이 삼성의 이익이 꼭 나라의 이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약했고, 사법부도 달라졌다. 과거 법원은 엄격한 판결이 경제에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올 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삼성이 이 부회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기록적인 순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에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엄벌을 내리는 걸 꺼릴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30% 포인트 가량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지배주주가 대상인 형사사건이 시장가치와 관련해 그룹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공백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배주주가 더 이상 잘못된 행위를 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더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순항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전자 등 개별 계열사가 좀 더 자율성을 갖게 됐고, 유죄 판결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도록 해줬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끝으로 “불확실성은 상당히 남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성과 이 부회장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며, 우리는 점점 ‘삼성공화국’에 작별을 고해야 할 때에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이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듯 한국인들도 삼성에 좋은 것이 나라에 늘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설령 그 변화가 단기적으로 나라 경제에 손해가 된다 해도 말이다. 이건 도전적인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라며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속설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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