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흔든 '실세' 다툼, 전 금융권 덮치나
거래소 흔든 '실세' 다툼, 전 금융권 덮치나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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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이사장 선임 작업 중 돌연 후보 추가공모 나서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차기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이에 거래소는 이미 지원서류 접수를 마감했지만 후보자를 추가로 받는 것으로 내부방침을 변경했다. 거래소가 이번처럼 1차 지원자를 포함한 채로 추가공모에 나선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거래소 안팎에선 공모 연장 배경을 놓고 잡음이 빚어졌다. 먼저 금융권 주요 기관장 인사 과정에서 특정 인맥이 떠오르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소문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제동이 걸렸단 설부터 유력 후보를 위해 면피용으로 후보자를 늘리는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뒷말이 무성하다. 특정 세력 간 다툼으로 금융권 인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거래소 깜깜이 인사 논란 해소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12일 제2차 회의를 개최해 이사장 후보 추가 공개모집을 통해 후보 인재풀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애초 이달 말로 예정된 새 이사장 선임이 내달 말까지 한 달가량 늦어지게 됐다.

추천위는 향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이사장 후보 선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원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이사장 후보 지원현황도 공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원서를 낸 후보자는 별도로 지원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추천위는 내달 113차 회의를 열어 기존 후보와 추가 지원자 모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 추천은 같은 달 244차 회의에서 면접심사를 거쳐 이뤄진다. 신임 이사장은 10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거래소 측은 이사장 공모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급하게 진행된다는 지적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류심사 마무리 단계에서 갑작스럽게 불거진 추가공모를 두고 업계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당국 등 윗선의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라인 견제가 파행의 원인” 소문도

 

일각에선 정부와 금융 당국 간의 자리다툼에서 시작된 파행이란 뒷말이 돌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을 우여곡절 끝에 내정하면서 다시 금융권 인사가 꼬였다는 것이다.

대선 캠프 측 인사들이 미는 인사였던 김조한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낙마하면서 그 자리에 최흥식 전 하나금융그룹 사장이 낙점됐다. 금융가에선 장하성 정책실장이 최 금감원장을 적극 추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장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최흥식 금감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대선 캠프 측 인사들의 견제가 시작됐단 설이다.

유력한 차기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역시 장하성 인맥으로 분류됐다는 것. 이를 견제하는 대선캠프의 알력이 결국 추가 공모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이밖에 유력 후보로 꼽혀온 김 전 원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모 기간을 늘리고 절차를 공개하는 것이라는 설까지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치권의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낙하산 인사를 척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이사장 공모에서는 10명 안팎의 내·외부 인사가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 내부출신은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본부장, 박상조 전 코스닥시장위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선 김광수 전 원장을 비롯해 민간 금융회사 출신 인사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선 유력후보로 떠오른 김광수 원장과 김재준 위원장-최홍식 전 본부장의 3파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이례적인 행보로 제3내정자가 새로 부상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울러 주요 기관 인사를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알력 다툼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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