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혜채용, ‘몸통’ 최수현 숨기기 논란
금감원 특혜채용, ‘몸통’ 최수현 숨기기 논란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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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채용비리 꼬리 자르기 파문
▲ 최수현 전 금감원장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금감원 고위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선고를 내리면서 미완의 느낌이 든다며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피고인의 상급자였던 당시 금감원장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범행의 몸통으로 지목 받은 인물은 최수현 전 금감원장(62)이다.

 

금융 신뢰도 추락시킨 행위

 

김수일 전 부원장(55)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13일 임영호 전 국회의원(62)의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년을, 이상구 전 부원장보(55)에게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김 전 부원장 등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류 판사는 채용평가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도 용납될 수 없으며 더욱이 금융을 검사·감독하는 금감원에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은 우리나라 금융 신뢰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는 지난 20146월 금감원이 변호사 경력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임 씨(34)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고 점수를 조정하는 등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이 임 씨의 합격을 위해 합격 시뮬레이션까지 했다고 말했다.

임 전 의원의 아들인 변호사 임 씨는 당시 채용 직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일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변호사로 일하려면 6개월의 실무수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 맞춤형 채용에 따라 임 씨는 결국 합격했다.

 

미완의 느낌 지울 수 없어

 

재판부는 당시 최 전 원장이 공범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임 전 의원은 최 전 원장과 같은 충청 출신이자 행정고시 25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다. 최 전 원장은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이 부원장보에게 임 씨 채용건에 대해 잘 챙겨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과 임 전 의원은 처벌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류 판사도 이날 검찰이 최 전 금감원장을 기소하지 않은 점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류 판사는 “(김 전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가) 이 범행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이 거의 없고 정작 이들에게 범행을 저지르도록 방아쇠역할을 한 사람은 따로 있으나 처벌을 할 수 없어 미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검찰이 업무방해 혐의의 피고인으로 금감원장이 아닌 부원장을 기소했다는 것은 분명 금감원장의 공모혐의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명확하지 않은 지시를 내리는 이유는 크게 사후에 닥칠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거나 명확하지 않은 지시를 함으로써 하급자가 더 열심히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들의 혐의가 그 상급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으나 기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 전 원장도 조사했으나 그가 채용에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 최 전 원장은 운이 좋게도 기소되지 않았지만 그의 지시를 무조건 따른 김 전 부원장 등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채용비리의 근본 원인은 원장이 인사권을 독점한 기형적인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 전 원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에게 협조한 이들은 승진시켰다. 김 전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는 당시 둘 다 고속승진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부원장은 실형이 선고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4일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김 전 부원장이 지난 11일 낸 사표를 이날자로 수리하고 면직키로 했다. 동일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전 부원장보 역시 같은 날 상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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