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EMS발 전력 대재앙 온다
[긴급진단] EMS발 전력 대재앙 온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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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 정책’과 블랙아웃 관계없어

대만에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일어났다. 800만 가구가 한동안 원시시대로 돌아갔다. 불편을 겪었다. 현대 사회에서 전력 문제는 전쟁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안보의 문제다. 하지만 대다수 방송에서는 대만이 최근 탈원전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우리도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매년 여름이면 전력과 관련해 전기 예비율이 부족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30%라는 보도도 나와 혼선을 주었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알기에 전력은 너무나 어렵고 동떨어진 얘기다. 하지만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공정뉴스>는 전력 분야의 문제점에 대해 깊숙이 들어가 본다.

블랙아웃원전 관계없어

이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김영창(70)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기자와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대만 블랙아웃은 원전과 관계없다견강부회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 주장한 대만 탈원전 정책과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는 관계가 없다는 것.

김 교수는 원전건설 여부와 대규모 정전은 별 관계가 없다원자력이 없다고 대규모 정전이 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대만 블랙아웃 사태에 관한 기술보고서를 봐야지 추정하는 것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당국은 그동안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얘기가 나오면 항상 전력 예비율 두 자리 수 확보라는 말을 해왔다. 실제로 2년 전 나온 계획상으로 2029년에 가면 에비율 22%에 도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여름 예비율이 30%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는 주먹구구식 논의일 뿐이라고 김 교수는 단언했다. 예비율은 전력수요의 성장과 과거에 수립·갱신한 수급계획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 2029년에 가서 22% 예비율을 달성한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도 없을 뿐더러, 전력수요 성장에 따라 그 때 가서야 알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전기를 아껴쓰면 전기 예비력이 많아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막연히 아껴 쓰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9%는 불안하고 10%가 안심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전력 예비율과 관련해 주목받는 곳은 전력거래소다. 우리나라 전력 송·배전의 중심에 서 있다. 전력 거래소는 장기 전력수급계획 수립 발전비용 정산 등 전력시장 운영 전력시스템 운용을 담당한다. 지난 2001년 국민의 정부 당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발전 부문을 경쟁 구조로 분할하면서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최근 전력거래소는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7월 전력거래소 산하 천안 관제센터가 폭우로 침수된 것.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는 곳인데도 침수 사실은 1주일이 지나서야 보도됐다. 이곳은 나주의 전력거래소 중앙컴퓨터가 고장을 일으키면 즉시 이어받아 작동해야 되는 설비가 있다. 김 교수는 국가보안시설의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었다침수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천재지변이라고 덮고 넘어가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문제다고 질타했다.

전력거래소, EMS 사용하나

전력시스템 붕괴, 즉 대규모 블랙아웃이란 송전선로 하나가 고장을 일으켰을 때 여기 흐르던 전력이 다른 선로로 이동하면 이는 또 다른 과부하를 만들어 탈락되고, 이 현상이 모든 선로에 파급돼 발전기가 모두 정지하고 전국이 암흑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 전력거래소 EMS화면

김영창 교수는 블랙아웃 방지를 위해 EMS(Energy Management System)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MS는 전력시스템에 존재하는 수 천 개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서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은 송전선로가 끊어져도 전력이 원활하게 흘러가게 만들고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발전기의 출력을 조정하며 연료비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한다. 이 시스템은 수 천 군데에 있는 다양한 정보를 받아 약 2분 이내에 자료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진위여부가 확인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송전선이 끊어질 경우나 과부하가 되는 경우를 대비해 발전기가 어떻게 출력을 내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컴퓨터가 판단해 발전기에게 명령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

김 교수는 전력거래소의 EMS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011915일 대규모 정전사고 이후 나온 19대 국회 당시 민주당 전정희 의원 국감자료에 따르면 거래소가 EMS를 사용해 시스템 운용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감사원의 2014년 감사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김 교수는 “EMS를 사용하지 않으면 5분마다의 예비력 변동도 파악하지 못해 블랙아웃이라는 재앙을 방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지적에 거래소는 답변도 못한다고 주장한다.

전력거래소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러한 재난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미국과 같은 예방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전력거래소는 30여 년 전 수준의 기술로 전임자의 경험을 전수받아 수동 운용을 고집한다외국의 시스템붕괴 예방논리 및 관련 기능의 실행에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예비력 부족이 마치 수급대란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거짓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전력거래소가 EMS를 사용하지 않아 5분마다의 예비력 변동을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두 자리 수 예비율이라는 허상만 쫓는다“EMS만 있으면 과다 예비율 필요 없다. 예비율을 가지고 더 이상 국민을 겁박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무대포로 국민 전부다 전기를 쓰지 말라는 건 말도 안된다“EMS를 사용해 합리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EMS를 사용하면 (예비전력) 500만 있을 것 150만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전력사업 구조

‘8초 블랙아웃일어날 경우 대재앙

지난 1996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뉴욕주 전체의 발전기가 정지하는 ‘Total Blackout’이 발생했다. 뉴욕의 경우를 보면 전력 시스템붕괴의 조건이 형성된 후 8~10초 이내에 전국의 발전기가 동시에 정지해 버렸다. 하지만 회복에는 최소 며칠에서 최대 3주 정도가 소요됐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사고가 안난 게 천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력 전문가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5, 산불진화 작업을 벌이던 산림청 헬기가 송전선로와 부딪혀 154kV 고압 송전선 2가닥이 끊겼다. 201511월에는 강원도 원주시 531번 지방도로 인근에서 미군 소속 아파치 헬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주요 북상 전력계통 중 하나인 신제천~신충주간345kV 송전선로 운영이 나흘 이상 전면 중단됐다. 20113월엔 전북 진안에서 한미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시누크 헬기가 기체결함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인근 154kV 송전탑을 건드린 뒤 불시착했다.

이 사고들은 다행히 평소 전력수송량(조류)이 많지 않았던 구간이어서 광역정전 등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일각에서는 전력당국의 긴급 부하차단 및 우회송전 조치로 광역정전 등으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8초 내에 블랙아웃사태가 벌어지면 긴급 차단이나 우회송전을 할 시간조차 없다고 지적한다.

전력거래소가 EMS를 사용하지 않아 전국에 대규모 블랙아웃이 벌어질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얼까. 김 교수는 다름 아닌 원전이라고 지적한다. 블랙아웃이 일어날 경우 원전에도 들어갈 전기가 없어져 원전의 냉각펌프를 디젤 비상발전기가 돌려야 한다. 원전의 생명이 디젤 발전기에 달린 것. 문제는 원전의 비상 발전기는 평소에 쓰이지 않는 말 그대로 비상용이다. 지난 5월 기준 국내에서 시운전을 포함해 운전 중인 원전은 25기다. 이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2의 후쿠시마 사태라고 김 교수는 단언한다.

대책은 무엇?

전력 시스템이 붕괴되면 모든 지하시설물이 침수되고 도시시스템, 의료시스템, 군사시스템, 행정시스템, 금융시스템 및 정보시스템 등이 마비된다. 김 교수는 전력 시스템붕괴에 대한 의사결정자들의 인식과 기술 문제에 대한 지식이 절대 부족하다각 상황 별 훈련 조치나 비상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에 대한 대책으로 김영창 교수는 전력시스템의 운용을 위한 EMS의 활용상의 문제점을 언론에 공개해 대안을 위한 지상토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력거래소의 조직을 한전으로 이관하여 소위 계통마피아들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 조직이 작고 인력풀이 한정돼 있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인력풀 확대를 위해 한전과의 재합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력거래소는 산자부의 뒤에 숨어서 한전도 어찌할 수 없는 조직이라 한전이 거래소를 제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전과 재합병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EMS 개편을 위해서는 김 교수는 정상적 작동이 가능한 EMS모형을 구입하여, 직원들에게 사용법을 교육한 뒤, 하루 빨리 EMS 사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과 사람을 다 바꿔야 한다. 수학과 20, 전기공학과 20명 뽑아서 1년만 교육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를 불러 집중교육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1년 이내로 세계에서 좋은 모형을 사서 가능한 빨리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는 먼 장래의 일이라고 얘기하는 건 자기기준으로 얘기하는 거다. 국민한테는 얘기안하고 쉬쉬한다. 일부 외부 교수들도 이런데 동조해준다. 우리 수준으로 잘한다고 말하는데 문제가 많다이 문제의 교통정리는 산자부 장관도 못한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영창 교수는 누구?

   
▲ 김영창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김영창 교수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주로 장기투자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대한 일을 수행했다. 우리나라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사용하는 WASP 모형이 도입된이래 이의 활용에 관한 일을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컨설턴트로서 IAEA 회원국의 WASP사용자 훈련 및 모형 개선에 참여하고 있다. 1999년 즈음에 시작된 전력산업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한국전력공사의 실무를 맡았으나, 구조 개편이 진행되면서 한국전력거래소로 소속을 바꾸어 전력산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시장운영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다가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중단된 상황에서 2004년에 퇴직했다.

그는 평소에 전력산업구조 개편은 경제학의 논리를 갖춘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EMS라는 소프트웨어에 의한 기술적 기반이 구축되어 있어야만 그 추진과 이에 따른 전력시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력산업의 최적화 이론을 적용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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