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진이 다녀왔다> “친박은 내게 광신도처럼 달려들었다”
<오혁진이 다녀왔다> “친박은 내게 광신도처럼 달려들었다”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7.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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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단체 “박영수 XX가 언론만 보고 수사를 하면서 이재용 부회장님이 위기에 빠져...작은 힘이나마 보태려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증권신문-오혁진 기자] 지난 7일 '세기의 재판'이라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공판이 있었다.

본지 기자는 이를 취재하기 위해 새벽 3시 30분 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보러온 시민들은 친박 단체와 삼성 반도체 피해자 가족들 등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전날 오후부터 줄을 서서 밤을 지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기자는 친박 단체 관계자에게 왜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공판을 보려하냐고 물었다. 친박 단체 관계자는 박영수 XX가 언론만 보고 수사를 하면서 이재용 부회장님이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작은 힘이나마 보태려한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피해자 가족들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이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중앙지법을 찾았다. 이 청원서는 시민 2729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친박 단체들은 이들에게 "삼성이 어쩌라고" "문재인 한테나 가"라며 고성을 터트렸다. 일부는 "X들이 왜 여기 와있어? 돈 뜯어내려고 왔냐?" "인천 앞바다에 들어가 버려라" "돈은 백남기한테 가서 달라 그래" "종북 빨갱이들은 물러나라"라고 소리치는 사람까지 나왔다.

▲ 삼성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 씨가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결국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는 눈물을 흘렸다. 한 씨는 법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나갔다. 한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도 법원 밖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 씨는 199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생산직으로 입사해 2005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두 차례 수술 후 의사 표현은 가능하지만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또 친박 단체는 이들이 법원 밖에서 삼성노동자 직업병 피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남의 돈을 그냥 먹으려고 하냐” “법원에서 나가라등의 막말을 하면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오후 1시경 한 통신사 사진기자를 친박 단체가 집단 린치한 일도 벌어졌다. 복수의 남성 지지자들은 기자가 길게 줄 서서 방청을 기다리는 모습을 촬영하자 "사진을 왜 찍느냐"며 달려들었다. 기자의 멱살을 잡고 목 등의 부위를 폭행한 이들은 인근 서초경찰서로 연행됐다.

또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단 젊은 여성 두 명과 중년 여성 사이에 시비가 붙어 법원 관계자들이 말리는 일도 있었다. 법원 측 제지에도 중년 여성은 젊은 여성들을 향해 "어린X" 등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를 비방하고 욕설이 난무하던 상황은 계속 있었으나 폭행이 시작된 건 오후부터다.

비슷한 시각 본지 기자는 기사를 작성 중 삼성 반도체 피해자 한 씨에게 욕설을 퍼붓는 친박 단체 관계자에게 좀 조용히 해달라고 말했다. 친박 단체 관계자는 본지 기자의 카메라에 달려있는 노란리본(세월호 추모 리본)을 보고 너 종북 빨갱이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XX가 기자야? 너 같은 기자와 언론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인 것이다. 너 그거 왜 달고 다니냐고 비판했다.

50대로 보이는 친박 단체 관계자는 니가 뭔데 사진을 찍냐. 사진 안 지워? 빨갱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시점까지는 참을 수 있었으나 친박 단체 관계자들이 본지 기자에게 너 시체팔이 기레기지?”라고 말하고 폭행사태가 벌어졌다.

멱살을 잡히는 것은 별것도 아니었다. 목이 할퀴고 주먹으로 맞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도 친박 단체 관계자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영수 특별검사
오후 2시경 구형을 위해 직접 출석한 박영수 특별검사는 신변을 위협 받을 정도로 봉변을 당했다. 법원 중앙 로비에 도착한 박 특검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친박 단체 수십 명에게 욕설을 들었다. 친박 단체의 한 관계자는 500ml짜리 생수통을 던져 박 특검의 옷을 젖게 하기도 했다.  

경찰과 법원 방호원 등 100여 명이 두 줄로 서 박 특별검사를 보호했다. 그러나 친박 단체 관계자들이 거칠게 달려들면서 2층 로비는 난장판이 됐다. 이들은 법정에 들어가려는 박 특별검사에게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는데 무슨 특검이냐", "총만 있으면 죽여버리겠다", "5대를 멸해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12년을 구형받은 결심 공판에서도 어김없이 욕설이 나왔다. 모든 재판이 마무리된 후 밝은 표정으로 퇴장한 이 부회장과 달리 방청석에 있던 친박 단체 관계자들은 "이게 재판이냐", "이게 정말 나라냐"고 소리쳤다. 일부는 모여서 "박영수 죽여버리겠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 중에는 "힘내세요"라고 소리 친 방청객 한 명이 퇴정당하기도 했다.

친박 단체의 모습은 마치 광신도와 같았다. 상대에게 욕설을 내뱉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사람들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 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표하려는 그들의 생각은 알겠다. 그러나 욕설과 폭행을 하면서 자신들이 옳은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아닌 상대방을 무시하고 깔보는 친박 단체들의 행태는 마치 박근혜 씨가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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