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업 한국시평] 세 손가락, 김정은의 계산법
[김흥업 한국시평] 세 손가락, 김정은의 계산법
  • 김흥업 주필
  • 승인 2017.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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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업 주필
0...... 굳세게 닫힌 문을 열고자 하는 것인가. 남한의 민간단체들이 북한의 철벽문을 두드리고 있다.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질병에,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돕고자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북한은 이를 단호히 거절해 버렸다.

이뿐인가. 금년으로 17주년을 맞이하는 「6·15 공동선언」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위원장 평화공동선언)행사의 남측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그럴까. 유엔을 위시한 여러 국가들의 북한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남한을 향하여 「5·24제재」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남한이 북한에 대하여 단행한 남북교역 중단 등 일련의 지원사업 중단 및 제재) 조치를 풀라는 것이다. 이러한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또 있을까. 온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남한의 북한 제재는 북한의 심각한 핵·미사일 도발 때문이다.

0...... 원인을 제공한 북한이, 또한 지원을 받아야할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배짱을 내미는 것인지, 횡포를 부리는 것인지, 작금의 북한 태도는 납득하기가 곤란하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대전제의 「문재인 정부」의 선의에 대해, 북한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이 가게 한다.

북한의 이러한 배짱(?)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첫째, 한국을 북한제재의 국제 공조로부터 떼어 내고자 하는 고도의 술수.

둘째, 남한의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남한의 새 정부를 고분고분하게 길들여 소소한 인도적 지원이 아닌, 대규모의 경제 협력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도.

셋째, 남한에서 보수 진보의 남남갈등 불씨를 되살려 북한에 유리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보겟다는 의도.

0...... 그럼에도 새 정부의 통일부는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 등 정부의 입장은 변함 없다” 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직 경제 교류 등을 논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북한 「퍼주기·저자세」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0...... 북한은 지금 「문재인 새 정부」를 깔보기라도 하는 듯 예고도 없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단은 확실하게, 현재의 북한 제재는 천안함 폭침과 함께 핵실험 등으로 야기된 대응 조치라는 사실을 한층 더 분명하게 인식시켜줘야 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하여, 이 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수가 있고, 혹여 전쟁이라는 막판까지도 몰아갈 수가 있는 - 그 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섣부른 인도주의는 자칫 북한에 핵폭탄과 미사일을 생산시키는 그 비용으로 둔갑 될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다시 요청되는 시점임을, 정권이 교체된 이 대전환기에 위정자들은 더욱 철처히 인식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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