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마사회 회장, 마필 관리사 사망사건에 ‘곤혹’
이양호 마사회 회장, 마필 관리사 사망사건에 ‘곤혹’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7.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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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정책 역행 '논란'

▲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이양호 마사회 회장이 곤혹스럽다. 비정규직인 마필관리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

극단적 선택

지난 19일 마사회는 일자리 창출 전담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특히 성공적인 과업 수행을 위해 부회장을 총괄TF팀장으로 하고 주요 부서장이 대거 포진되며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접고용 인력과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대책 마련도 이양호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다.

지난 27일 오전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 경마장)에서 마필관리사 박경근(39)씨가 마사회에 항의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 1호 말마사지사로 알려져 있는 마필관리사 박씨는 ‘X같은 마사회로 시작되는 3줄짜리 짧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등은 박 씨의 사망을 갑질하기 편하다는 마사회의 고용구조와 노조탄압 등이 부른 사회적 타살로 보고 있다.

노동 착취 끝판왕

노조 등에 따르면 수도권 경마장과 지역 경마장의 마필관리사 고용 체계가 다르다. 수도권 지역은 조교사 협회 차원에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관리하지만, 박 씨가 속해있던 부산·경남과 제주 경마장은 조교사 개인이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마사회에서 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말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도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게 고용된 간접고용 근로자다.

노조 관계자는 조교사에 고용되는 마필관리사의 경우, 고용불안과 저임금 구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경남과 제주 경마장의 마필관리사는 임금에서 차지하는 성과급 비중이 40% 정도로, 기본급이 200만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성과에 따라 들쭉날쭉한 임금을 받는다. 이 관계자는 마필관리사 박 씨의 사망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부산·경남마사회 ‘20121월 용역비 이체 명세서에는 마필관리사 몫 용역비로 2248만원을 받아 관리사에게 1329만원만 지급했다. 관리사 용역비에서만 900만원을 떼간 것이다. 조교사는 별도로 조교사 몫 용역비 748만원을 받았다. 한 달 1648만원의 용역비를 챙기고 있는 조교사들과 달리 관리사들은 새벽 5시에 출근해 1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도 성과급이 없으면 실 수령액이 근속연수 10년을 초과해도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간에 현격히 보수에 차이가 발생한데는 조교사들이 자신들 몫 용역비 외에 관리사 몫으로 배정된 용역비중 일부를 사업운영경비로 공제할 수 있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마필관리사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 지급기준이 없다보니 조교사들이 용역비를 마음대로 착취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경남 지역 경주마 마필관리사들에게 배정된 용역비의 13%를 이들을 고용한 조교사들이 사업운영경비로 쓰고, 마사회는 방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신 못 차리는 마사회

마사회는 뒤늦게 조교사의 횡포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착취가 심한 현 고용구조는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사회는 이날 낸 공식 입장에서 "마필관리사 고용방식은 정규·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경마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전 세계적인 공통된 고용체계"라면서 "마필관리사는 경마의 특수성으로 인한 고용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사회는 조교사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사들의 임금이 적정수준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교사에 대해서는 마방 대부시 불이익을 주는 등 제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마사회의 이 같은 공식입장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현 고용구조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정규직은 천국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 마사회 매출액은 77897억원으로 2015년 보다 75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00억원으로 20152439억 원에 비해 5.7%나 감소했다.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마사회 정규직 직원 892명의 연봉은 지난해 9503만원이다. 전년(8687만원) 대비 무려 9.4%나 증가했다. 하지만 9500여만원의 임금은 전체직원의 10%만의 얘기다.

전체 직원 8611명 가운데 정규직이 10.4%에 불과하고 나머지 89.6%는 무기계약직과 시간제경마직, 용역업체 파견 노동자 등 비정규직 직원이다.

노동조합도 정규직 2개와 무기계약직 1, 시간제경마직 1개 등 한국노총 소속 4개 복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소속의 용역노동자 조합이 있다.

마사회는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제각각 운용되면서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다른 공기업보다도 심하다.

무기계약직과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불안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일반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모두 18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44% 수준인 4218만 원에 불과하다.

평균 근속연수도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8.8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마사회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에 비해 이직이 많다는 것이다.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마사회에서 발권업무와 진행, 안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모두 5957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5일 근무제 개념이 아닌 주 15시간 근무제 형식으로 일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다. 주로 학생과 가정주부 등이 대부분이다.

마사회는 노동착취 고용구조의 끝판왕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끝까지 고용구조에 대해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양호 회장이 마사회에 희망의 바람을 불게 해야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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