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일본 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모임’에 “오는 6월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포함한 이사선임 건과 감사 선임 건을 주주 제안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과 함께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이소베 테츠, 노다 미츠오 등 4명에 대한 ‘이사 선임 건’과 모토 타케시 ‘감사 선임 건’ 등 2건을 주주제안하겠다고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8월과 지난해 3월, 6월 등 세차례에 걸친 주주총회에서 모두 패했다. 홀딩스의 주요 주주 가운데 광윤사(고준샤·光潤社 지분율 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으로부터 신 회장이 지지를 받은 것. 이런 우호지분 구도에 변화가 없는 한, 신 전 부회장의 역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다는 게 롯데의 주장이다.
이에 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최근 검찰 수사 결과 횡령·배임·뇌물 등 여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을 주주들에게 강조하며 표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상대로 한 '무한주총'을 선언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기소된 직후 지난 17일 광윤사 대표 명의의 ‘긴급성명’을 통해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의 이사 등 그룹 관련 모든 보직에서의 즉시 사임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도 “롯데그룹의 미래가 걱정스럽다”며 신 회장의 기소를 거론한 뒤 “지난해와는 크게 상황이 다르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전 부회장이 강력한 경영권 탈환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일각에서는 “롯데의 비리를 강조하는 신 전 부회장의 전략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 자신도 지난해 같은 검찰 수사를 받고 한국 계열사 이사로서 거의 일을 하지 않았지만 급여를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기 때문.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과는) 기소 내용의 무게가 다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이미 여러 차례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복귀 제안’에 따른 경영권 변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국내 다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의 태도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