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의 관리감독 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병원 일부 직원들이 고 백남기 농민의 의무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9일 감사원은 국회 요구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대학교병원을 대상으로 전자의무기록 무단 열람 및 유출 실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백 씨가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2015년 11월 14일부터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지난해 12월 30일까지 서울대병원 종합의료정보시스템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접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모두 734명이 4만601회에 걸쳐 백 씨의 의료기록을 열람했다.
이 가운데 370명은 담당 의료진이었으며 139명은 업무와 관련해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25명 중 161명이 업무와 관련 없이 모두 725차례 무단으로 의료기록을 봤다. 64명은 로그아웃 미처리 등 사용자 계정 부실관리에 따른 무단열람으로 확인됐다.
무단으로 의료기록을 열람한 161명 중 157명은 호기심으로, 3명은 교수의 열람지시에 따라, 1명은 담당 의사에게 치료를 부탁할 목적으로 각각 의무기록을 열람했다고 밝혔다.
무단 열람횟수는 대부분 5회 미만이었다. 그러나 10회 이상 열람한 사람도 18명이나 됐다. 또 무단 열람자 가운데 직군별로 의사가 86명으로 가장 많았다.
무단으로 의무기록을 열람한 사람 중 간호사 A씨는 지난해 4월 간호일지와 환자의 신체 상태, 입원 동기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카카오톡으로 항공조종사인 친구에게 전송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직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간호사 A 씨는 자체 규정에 따른 징계 조치도 취할 것을 서울대병원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울대병원의 행태에 일각에서는 백 씨의 의무기록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의무기록도 열람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른 환자들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서울대병원 측은 해명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관리감독이 부족하고 심했다는 부분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른 환자들의 의무기록이 열람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