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내년 경제 전망
어두운 내년 경제 전망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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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수장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은 5%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전망은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5%대, 내년 6%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비해 내년 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총리는 수출 둔화, 내수회복 지연, 건설경기 부진 등을 내년 경제의 암초로 지목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내년 경제를 대부분 올해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 우리경제가 5%대인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 기조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올해 성장률 5.3∼5.5%
이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높지만 하반기에 낮아지면서 전제적으로 5.3∼5.5%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5%대, 구체적으로는 5.5∼6.0%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극심한 내수침체, 고유가와 원자재난, 이라크 사태의 혼미 등 국내외 악재들을 감안할때 나름대로 ‘선방’하는 셈이라는 평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당초 올해 상반기에 4%대 후반, 하반기에 5%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세계경제 회복과 중국 특수로 수출이 예상외로 활황을 보이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5.4% 정도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올 하반기엔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겠지만 수출이 둔화되고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성장속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하반기 소비자물가 불안
고유가가 서서히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하반기엔 물가도 불안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부총리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치인 3% 안팎보다 높은 3.3∼3.4%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부총리는 특히 하반기인 7월과 8월엔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4%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이 수요부진으로 억제됐지만 하반기들어 내수가 조금씩 살아나면 그동안의 물가 상승요인들이 현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하반기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한편 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높은 품목의 가격 상승도 적극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도시가스 도매가격을 동결하는 한편 보건복지부가 요구하고 있는 담뱃값 500원 인상을 가급적 연말로 미루고, 이동통신 요금도 인하해 물가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가 흔들릴 경우 서민경제의 주름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내수침체가 더욱 장기화하면서 경제의 활력도 갉아먹게 된다.

◆ 내년엔 5%로 둔화
이처럼 국내 경제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중국의 긴축, 미국의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 고유가 등은 내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이같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해 내년 성장률을 5%로 제시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내년 이후 임기중 연 6% 성장론`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내년엔 민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완만하게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둔화되고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올해보다 다소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급적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성향이 있는 정부의 경제 책임자가 5% 성장론을 제시했다면 실제 성장률이 5%에 미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저성장 고착되나
이처럼 내년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가 성장 활력을 잃고 저성장 기조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세계경제도 내년에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그대로 두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성장률을 낮게 조정하거나, 연간 성장률 전망치 자체를 하향 조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의 투자기관들도 다투어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 전망을 내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내년 성장전망치를 6.0%에서 4.5%로, CSFB는 5.7%에서 4.2%로, HSBC는 4.7%에 서 4.3%로, UBS워버그는 5.2%에서 4.7%로 각각 수정 전망했다.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용부진과 소비침체 장기화, 생산부진, 투자위축 등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릴 우려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5% 성장이라면 경제가 침체됐다고는 할 수 없으나 체감경기를 옭죄고 있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진이 얼마나 풀릴 것이냐가 관건”이라면서 “내수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적정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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