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 권력암투 시작되나
삼성공화국, 권력암투 시작되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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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병석·이재용 구속... 홍라희·이부진·이서현 대안론
▲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증언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발() 정유사화(丁酉士禍)가 시작됐다.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칼과 방패의 싸움에서 특검은 강했다. 칼은 변호인의 방패를 뚫고 심장을 찔렀다. 재계 서열 1위 삼성 신화가 무너졌다.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풍문으로 돌았던 권력암투가 수면에 부상할 조짐이다.

창업주 이병철-이건희에 이은 이재용 시대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경영공백을 메꿀 대안카드로 이부진 호텔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삼성의 경영승계와 관련한 암투를 분석한다.

홍라희 대안론 대두

홍라희(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가 이재용 삼성부회장을 탐탁지 않아 한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측근인 박원호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지난해 말 특검팀에서 2014년경에 삼성가의 권력암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의 최측근이다. 2015년 삼성 지원을 받고 독일에서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도와줬다. 최순실과 삼성과의 커넥션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증언은 홍라희 관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탐탁지 않아 직접 삼성을 경영하기를 원한다는 설명이다.

당시는 이건희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진 뒤,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 승계가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루어지기 1년 전이다. 또한 최순실은 박 전 전무와의 대화에서 홍라희 씨가 이 부회장을 탐탁지 않아 한다. 딸인 이부진 하고만 친하다. 동생(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함께 (경영)실권을 잡으려 한다면서 이 부회장이 꼭 삼성그룹의 후계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국가경제가 발전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121일 특검에 출석해서도 진술이 사실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최와의 대화 시점을 정유라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20149월 이전이라고 기억했다. 이는 최순실이 정유라의 승마경기를 보기위해 한국마사회 경기장을 찾아왔을 때에 나눈 대화라고 했다. 당시 최씨와 박 전 전무는 승마협회 회장사 선정문제와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 박 전 전무는 특검에서 최순실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한화 대신 삼성이 맡아야 한다면서 최순실은 한화는 의리 없는 사람들이다. 삼성 같은 데서 맡아야 승마협회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최순실의 발언을 접한 뒤인 20153월 승마협회 회장사가 삼성으로 바뀌었다. 박 전 전무는 20154~11월 독일에 체류하면서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도왔다. 같은 기간 삼성은 최순실에게 213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779735만 원을 지원했다.

권력암투 사실이 될까?

박 전 전무의 증언이후 풍문으로 나돌던 삼성가의 경영권 분쟁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전망이다.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당분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졌다. 1938년 창업 이래 최초로 재계 1위 삼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진 상황에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삼성은 특검의 칼날에 초토화된 분위기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을 받아들이면서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간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가 발표됐고, 이를 진두지휘할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순실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발언을 배경으로,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관장을 중심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관장은 이건희 회장과의 슬하에 이재용 삼성부회장(장남),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장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차녀)12녀가 있다. 부친은 법무부·내무부 장관을 지낸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며, 동생으로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규 휘닉스소재 대표,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 등이 있다.

홍 관장의 구상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부 수혈보다 홍 관장을 중심으로 내부 인사로 경영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시됐다. 1966년 사카린밀수사건 경영권승계(이병철이건희) 등의 시기에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역할을 했던 것처럼 홍 관장 중심으로 경영공백을 메우면서, 홍 관장의 동생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재계 일각에서는 홍 관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12월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한 후 7년간 호텔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경영능력을 입증해왔다. 지난달 이 부회장에 대한 1차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블룸버그는 삼성의 후계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사장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쳤다. 가부장적인 풍토의 기업에서 (여성 오너가)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 사장은 리틀 이건희라고 불릴 정도로 외모나 경영 스타일, 승부사 기질 등에서 부친을 빼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홍 관장이나 이 사장의 역할 가능성에 대해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고 해서 삼성의 리더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마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쩐의 전쟁이 펼쳐졌다. 이번 삼성도 그럴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감옥에 간 이 부회장을 제거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누가 전면에 나서 싸울 것인가만 남았다.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 치열한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이 부회장 구속 사태가 삼성정유사화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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