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곤혹에 처했다. LG전자 VC사업본부 소속 직원 A씨가 야근 중 회사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것. VC사업본부는 자동차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로 알려졌다. 전장사업은 LG가 그룹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달성을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과도한 압력이 자살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4일 오전 9시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가산디지털센터 11층 화장실에서 LG전자 VC사업본부 소속 직원 A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도착했을 당시 사망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밤샘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과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은 15일 국과수 부검을 거친 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의 전장과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은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전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회사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하는 등 각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무리한 실적 경쟁의 압박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LG전자가 일부 부서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동료평가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연구개발(R&D) 등 3∼4개 조직을 동료평가 시범 대상으로 선정해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의 인사평가는 부서장이 다수의 부하 직원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동료평가란 함께 일하는 팀원끼리 서로의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한 팀원이 다른 팀원 여러 명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취합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 LG 근무자는 “이러한 제도 도입도 고인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A씨의 소속부서가 동료평가제 시행 부서인지, 만일 그렇다면 고인의 사망에 동료평가제가 작용을 했는지, 아니라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작용한 것인지를 확인키 위해 LG전자 홍보 측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