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빙하기'... 금수저만 신났다
대졸 '취업빙하기'... 금수저만 신났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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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사회문화평론가 "공정하지 않는 사회가 만든 폐단...대통령부터 노동자까지 책임지는 문화 없다"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푸념이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대학 졸업자는 사상 최악의 '취업 빙하기'를 겪을 전망이다. 이건 흙수저의 이야기다.

금수저에게는 '빙하기'가 없다. 흙수저는 잘해 봤자 사원입사인데. 금수저는 경영수업을 이유로 과장급 입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이 임원 승진까지 고작 4.9년이다. 흙수저와 금수저의 희비는 취업시장에서부터 회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엇갈린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총수가 있는 상위 50대 그룹 오너 일가 288명(배우자 포함)의 경영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 29.1세에 입사해 33.8세에 임원으로 승진한다. 13.4년 뒤인 42.5세에 사장 이상 최고 경영자(CEO)자리에 올랐다.

후대 세대의 승진기간은 부모세대보다 단축된다.

창업 1∼2세대의 오너일가는 평균 29.5세에 입사해 5.1년이 지난 34.6세에 임원이 됐다. 자녀 세대는 28.8세에 입사해 4.2년만인 33세에 임원이 됐다.

오너일가라도 대개는 초급간부 등으로 현장 실무를 익히는데, 처음부터 임원으로 직행하는 사례도 상당수에 달했다.

조사대상 208명 가운데 9.1%인 19명이 다른 회사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바로 임원으로 입사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전 회장, OCI그룹 일가인 한상준 유니드 부사장과 이건영 유니온 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장세욱 시그네틱스 부사장,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정몽진 KCC 회장, 조원국 한진중공업 전무,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등이 임원 입사한 케이스이다.

승진과정도 빨랐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 정교선 현대홈쇼핑 부회장(0.8년), 한경록 한솔제지 상무(0.9년), 조현상 효성 사장(0.9년) 등은 입사 후 1년도 안 돼 임원으로 승진했다.

반대로 가장 늦게 임원이 된 오너일가 구성원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다. 20세에 입사해 18.3년이 흐른 38.3세가 돼서야 임원 자리에 올랐다. 2위는 17.2년이 걸린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3위는 16.6년이 소요된 구자엽 LS전선 회장, 이어 박장석 SKC 고문(16.2년),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16년), 허명수 GS건설 부회장(15.2년), 허연수(14.2년) GS리테일 사장, 박석원(14년) 두산엔진 부사장, 구자은(14년) LS엠트론 부회장 순이다.

흙수저의 사회생활은 어떤가. 금수저와는 비교 불가다.

올해는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취업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무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3~4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다.

2010년 국내 4년제 대학 입학생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37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3년과 2014년에는 36만 명 선이다. 남학생은 군 복무 등의 이유로 입학에서 졸업까지 평균 7년, 여학생은 평균 5년이 걸린다. 그래서 올해 남학생은 2010년 입학한 10학번, 여학생은 2012년에 입학한 12학번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취업대상으로 꼽은 기업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최순실 게이트’ 등의 여파로 대졸 공채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가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 채용할 인원은 2만 9천여 명으로 최근 8년 간 가장 적은 규모다. 인크루트(대표 이광석) 조사에서도 국내 증시 상장사들의 올해 채용 규모는 4만 5천여 명으로 지난해 보다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취업 한파는 취업문조차 뚫기 어려워지면서 흙수저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조나단 사회문화평론가는 “한국사회는 누구나 성공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건 옛말이다. 지금 사회는 '죽은 시인의 사회'나 마찬가지"라며 "최순실 게이트가 시사한 점이 있다. 정유라의 이대 입학 과정과 아시안게임에서 승마선수로 출전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의 재산과 능력에 따라 자식의 운명이 정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공정하게 스타트 선에서 출발하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사회가 투명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사회가 병들어 있다면 미래는 가망없다. 최순실 게이트만 보더라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부터 최순실 부역자들까지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이런 썩어빠진 부조리가 사라져야만 공정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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