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노조, 60억대 조합비 부당 사용 '의혹'
LG디스플레이 노조, 60억대 조합비 부당 사용 '의혹'
  • 박철성 칼럼리스트
  • 승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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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A씨 “여태껏 단 한 번의 노조비 사용명세를 공개한 적이 없다”

비밀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LG디스플레이 노조(노동조합·위원장 권동섭)가 수상하다. 의혹의 한복판에 있다.

LG디스플레이(대표 한상범 부회장) 노조가 조합비 예산안은 물론 사용 내용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이하 LGD) 직원들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과 비리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LGD 노조 근로자들은 깊은 상심에 빠져있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연봉의 40%)에 비해 쥐꼬리 성과급(기본급의 150%)과 격려금(기본급의 100%)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연휴를 보냈다.

도대체 노조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LGD 직원들은 지금 노조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LGD 노조는 생산직 근로자들로 구성돼있다. 사무직원들은 사내 분위기상 노조가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 그래서 LGD 노조원들은 거의가 생산직 근로자들이다.

문제는 지금도 LGD 노조 집행부 비리 의혹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 SNS 블라인드(BLIND) LGD 게시판도 규탄장이 됐다. 블라인드는 회사 동료끼리, 같은 업계 사람끼리 소통하는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해당 사 직원임이 확인돼야 가입할 수 있다.

▲ LG 디스플레이 직원들이 게시판에 올린 노조 성토의 글. (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익명을 요구한 LGD 직원 A 씨는 얼마 전 권동섭 노조 위원장으로부터 단체 메일을 받았다. 마지막 문구를 보면 LG디스플레이 노동조합원이 대략 29천 명이 넘는다고 했다면서 내 기준으로 매월 19,000원이 조합비로 빠져나가고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략 평균 18,000원을 월 조합비로 가정하면 18,000× 29,000=매월 52200만 원, 52200만 원 × 12개월=연간 626,400만 원을 조합비 명목으로 걷는다. 도대체 그 큰돈을 어디에 쓰는 것일까. 조합원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엘지디스플레이 노조는 여태껏 단 한 번의 노조비 사용명세를 공개한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노조에서 1년에 한 번 선물을 준다. 업체 선정과 품목도 의심이 가고, 그걸 왜 내가 낸 노조비로 생색을 내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정작 조합원들의 권익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노조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길면 꼬리가 잡히는 법이라고 일침을 놨다.

LGD 직원 B 씨는 “LG 디스플레이 노조는 어용노조(御用勞組)”라고 단정 지으며 위원장·지부장 선거도 단일후보로 치러진다. 찬반 투표인데, 얼마 전까지 노조 집행부 관계자가 지키고 있어 찬성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실상을 밝혔다. 지난번 선거까진 그랬단다.

그는 또 반대를 찍어도 투표용지에 고유번호가 있어 누군가 바로 색출하고 불이익으로 응징을 해왔다면서 대한민국 노조는 나름의 정관이 있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 노조는 그마저도 공개하질 않는다. 심지어 최근 노조비 사용 내용이 궁금하면 사무실에 와서 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노동3권을 보장한 헌법 제33조 앞에는 31(교육의 권리)32(근로의 권리)가 있다. 그 뒤에는 34(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개별 인간(국민)의 권리와 이익집단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빵과 꿀이 가득한 창고라고까지 표현한다. 노조 위원장을 비롯, 간부는 누구나 선망하는 이권을 주무르는 자리가 되었다. 시쳇말로 요령껏 해 먹는 자리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론 일부 노조의 경우다.

그래서 노조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노조 공금 유용과 이권 관련 비리가 대표적이다. 노조 계파들이 노조 임원 자리를 두고 각축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은 그래도 좀 낫다. 상호 감시·견제의 눈길이라도 있다. 하지만 LGD 노조는 이마저도 없다. 허허벌판이다. 깃발을 꽂으면 그들 땅이라는 게 LGD 직원들 얘기다.

LGD 노조는 보장된 재임 기간,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더욱이 얼마 전까지처럼 단일 후보에 노려보는 찬반 투표시스템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게 LGD 노조원들의 이구동성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학술 논문, 노동조합 재정 비리의 원인과 향후 과제(2005)에서 노동조합의 재정 비리를 크게 4가지로 나눴다. 조합비 유용 비리 조합비 이외의 재정 관련 비리 복지시설 운영 관련 비리 회사와의 담합구조로 인한 비리가 그것이다.

김 연구원은 논문에 조합비 유용 비리는 노조 집행부가 조합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리로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비리이다. 조합원 선물비나 조합원 티셔츠 등을 조합비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납품업자와 결탁하여 선물비 등을 과대 계상하는 수법을 사용하거나 리베이트를 조합 간부가 사용하는 비리라고 밝혔다.

이외에 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 지부에서와 같이 자녀 등록금, 가정부 고용비,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조합비를 쌈짓돈으로 여겨 개인적으로 횡령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조합비 횡령 이외의 재정 관련 비리로는 주택조합을 결성할 목적으로 모은 주택기금이나 지방자치단체나 사용자 측이 제공한 복지기금 등을 유용하여 일어난 비리.

그는 논문에 복지시설 운영 관련 비리는 노동조합이 소비조합, 복지회관, 자판기 등을 운영하거나 업자에게 위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주로 대공장노조에서 일어나는 비리임을 지적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당 법령에는 노동조합의 모든 재원 및 용도·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6월에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또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그 장부 및 서류를 노조 사무실에 비치하도록 하여 노조의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25조 또는 26).

그리고 행정관청의 요구 시 노동조합은 결산 결과 및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미보고·허위 보고 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노조법 제96).

이와 관련, 남호정 변호사(법률사무소 숲)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여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열람하게 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취지의 규정은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데 있어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본 규정에 따라 조합의 운영상황을 공표하고, 언제든지 조합원에게 열람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노동조합의 집행부가 조합운영 자금을 직접 착복한 경우에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면서 하지만 직접 조합운영자금을 착복하지 않았더라도 특정 업체의 물품을 구매하는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취득한 경우, 이는 배임수재죄로 처벌받게 된다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LG디스플레이 권동섭 노조 위원장과 채근욱 구미 지부장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다. 입장 반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알  림>

지난 1월 24일 LG디스플레이 권동섭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하의 단체 메일을 조합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 집행부는 본지 취재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밝힌 입장을 존중, 그 내용을 공개한다.

권 위원장은 “지난 몇 년간 집행부에서는 조합비 인하/조합의 비영리단체 등록 등, 효율적이고 투명한 조합비 운영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 왔으며, 집행에 있어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세부 증빙을 남기고 그 내역에 대한 엄격한 내부 감사를 받아 결과를 매년 대의원 대회시 공유해 오고 있다.”면서 “금속연맹 기업노조 최초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16년 조합비 회계 결산에 대한 감사를 받아 그 결과를 지난 대의원대회시에 공유하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감사자료 및 결과는 2월 1일부터 10일까지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조합원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향후에도 매년 조합원 여러분들에게 공개하도록 하겠다.”면서 “현재 준비 중인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조합의 활동사항에 대해 자세히 공유하고, 더욱 가깝게 소통하는 노동조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익명의 SNS 블라인드 게시판을 의식한 듯 “최근 외부 SNS상에 무기명으로 올려지는 회사와 노동조합에 대한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비방은 정상적인 소통방식이 아닐뿐더러 실체 없는 자기비하로 이어져 임직원의 자긍심을 해칠까 우려된다.”면서 “부족함이 많은 집행부이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회사, 든든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뛰겠다.”고 다짐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번 회계결산을 언제, 어느 회계법인에서 했는지, 또 그 결과에 대해서는 밝히질 않았다. 아울러 과거 노조비 내역공개에 대해서 입장표명이 없었다.

또한 조합원이 노조사무실에서 열람 가능하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조합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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