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칼날 위에 선 반기문, 반전(潘戰)시나리오 있나
검증 칼날 위에 선 반기문, 반전(潘戰)시나리오 있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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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본격 대선행보를 시작했다. 12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사실상의 대선출마선언을 시작으로 대선 정국의 중심에 다가섰다. 반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2위의 유력 대선후보이다. 반은 민생행보에 집중할 방침이지만 여권은 검증의 칼을 꺼내들었다. 반풍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다. 철저한 검증이 예고된다. 반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경선·본선을 통해 혹독한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건 통과의례다. 검증 칼날 위해 선 반의 전략과 시나리오를 분석한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 검증 칼날이 쏟아진다.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생·조카 사기 및 뇌물수수 박연차 태광 회장 23만달러 수수 퇴임 후 공직금지 UN결의안 위반 신천지와 유착설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 등이다. 여기다 한일 위안부 협약 옹호 최악의 사무총장이라는 외신평가 유엔사무총장 퇴임 후 정부직 진출금지 유엔결의안 위반여부 등도 논란이다.

정치에 첫발을 내딛은 반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게 많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경선·본선을 통해 혹독한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건 통과의례다. 본인은 물론 가족, 친인척까지 혹독한 검증을 한다.

반 검증에 포문을 연 더불어민주당의 고용진 대변인은 동생과 조카가 벌인 국제 사기극의 간판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반 전 총장이다. 국내에서도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할 자격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의 가족과 친인척, 팬클럽 등 주변인에 대한 의혹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 등 과거사 인식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공과도 적극 문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 민주가 반 검증에 적극적인 것은 문재인을 보호하기 위해, ‘반기문 바람(潘風)’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반면 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은 연대를 염두에 두고 반에 옹호적인 입장이다.

반 전 총장은 의혹에 대해 공직자로 일하면서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조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대선에 들어선 이상 반은 검증을 피할 길이 없다.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첫 한 달을 차기 대선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검증 공세가 먹혀들어가 중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공세를 이기고 대선행보를 계속 갈 것인가. 이것이 정치 신인인 반의 숙제인 셈이다.

반과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도 반 전 총장이 검증의 벽을 스스로 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은 당연히 혹독한 검증을 받게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외에 제가 몇 가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토불부도수 목불부도화’(土佛不渡水 木佛不渡火·흙으로 만든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한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반 전 총장이 결국 혹독한 검증을 스스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마포캠프에서도 혹독한 검증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 캠프에는 한승수 전 총리, 김숙 전 유엔대사 등 10여명의 중량급 인사들이 있다.

동생·조카 뇌물수수로 검찰 기소

반주현 게이트는 박연차로부터의 뇌물수뢰와 함께 반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비선실세와 친·인척 비리에 대한 국민들이 반감이 커져 있다. 이런 상황에 유력 대선 주자인 반의 친인척 비리가 터진 것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현지시간) 미국에선 반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과 그의 아들인 반주현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랜드마크 72’ 건물 매각과 관련해 뇌물을 주려 한 혐의(뇌물공여, 사기, 돈세탁)로 기소됐다.

경남기업은 2011년 베트남에 1조원을 투자해 랜드마크 72’을 완공했다. 분양실패로 17000억 원의 부채에 시달렸다.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초 해외 파이낸싱을 추진한다. 당시 성 회장은 반기상 고문을 통해 투자자를 물색한다. 반 고문은 부동산 사업을 하는 아들이 일하는 마르쿠스앤밀리챕캐피탈과 파이낸싱 계약을 체결했다. 20143월 마르쿠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콜리어스인터내셔널의 매니징디렉터로 들어가 경남기업과 부동산 자문 운용계약을 맺는다. 콜리어스가 유엔 관계회사라는 의혹이 있다. 아무튼 경남기업은 마르쿠스와 콜러어스에 각각 10만 달러와 50만 달러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미 연방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금액은 익명의 중동 관리에게 뇌물로 주기 위해 중동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한 말콤 해리스라는 인물에게 건네졌다. 해리스가 외국 관료와 주고받은 이메일 공문은 모두 위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주현은 큰아버지인 반 전 총장이 마치 자신의 를 봐주는 양 가족의 명성’, ‘가족의 보증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기업 사기사건과 관련 극히 제한적 입장이던 콜리어스가 반주현의 사기사건 전모를 밝힐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유엔의 에이전트를 계속 맡기 위해서는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말끔히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콜리어스가 경남기업 사건을 밝히면, 경남기업과 콜리어스 계약과정에 반이 모종의 역할을 한 사실도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우리 법원은 반기문 전 총장의 조카 반주현 씨에게 59만 달러(65천만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 12(부장판사 박미리)는 경남기업 법정관리인이 반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에 대해 계약 서류 위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지고 배상 판결을 내렸다.

랜드마크 72’ 사건은 성완종-반기상-반기문의 연결고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막 대권행보를 시작한 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충청 출신 기업인이자 국회의원이던 고 성완종 의원은 정치권 로비리스트를 담은 성완종 리스트를 남겨두고 자살했다. 여권 인사들이 리스트에 올라 수사를 받았다. 실제 정치권과 관료, 법조계에서 성에게 돈을 안 받은 사람은 손가락 꼽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충청권 출신들에게 거액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다.

국회 특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11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친인척 비리 비선실세 농단이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치 덩어리라면서 동생과 조카가 관련된 사항에 대한 반 전 총장의 해명을 촉구했다.

박연차 23만 달러의 진실

반이 박연차 게이트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612<시사저널>은 복수의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반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과 UN 사무총장 취임 직후인 2007년경에 각각 20만 달러와 3만 달러 등 23만 달러(한화 28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55,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환영 만찬이 열리기 한 시간 전쯤 박 회장은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에 먼저 도착해 장관 사무실에서 20만 달러(24000만 원)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고, 2007년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축하 선물로 3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박 회장 지인의 증언을 공개했다. 박은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시사저널>은 박 회장이 반에게 돈을 준 이유로 사돈을 맺고 싶어 했을 수도, 사업상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 이후 반 총장 측은 <시사저널>너무나 황당무계하여 일고의 가치도 없다. 평생을 국내외에서 공직자로 생활하면서 도리에 어긋남 없이 올바르게 살아왔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반도 12일 귀국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사저널>23만 달러 수수설 보도는) 정당하지 않은 의혹제기라면서 박연차씨가 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제 이름이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제 말씀이 진실에서 틀림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고 했다.

대선검증 과정에서 반과 박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노무현 측근이자 후원자로서 반보다 문재인과 더 가깝다. 박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위해 진실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사저널>의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도덕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를 가진 반에게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는 향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사회 철학검증

반은 가족과 주변인을 통한 도덕·윤리성 검증과 아울러 사회 철학에 대한 검증도 받게 될 전망이다.

·일 간 역사적 반감이 큰 위안부문제에 반이 중심에 섰다. 반이 한일 위안부 협약에 대해 찬성한 사실을 들어 과거사 인식문제가 제기됐다. 반 전 총장은 협약 체결 직후인 지난 201611일 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국민의 감정은 다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와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10억 엔(한화110억 원)에 한일 합의를 졸속 처리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설치 문제로 갈등에 불을 지폈다. 아베 일본총리는 양국 합의에 따라 10억 엔을 냈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은 10억 엔을 반납하고 합의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감정도 격앙됐다. 대선후보들은 재협상과 폐기를 주장했다.

반도 입장을 바꿨다.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 축하발언 관련해 많은 오해가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한을 풀어야 완벽한 합의라고 생각한다.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더 발전이 되고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의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모(50·경기도 고양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은 미르·K스포츠 재단 등과 관련해 1000여억 원을 기업에서 모금했다. -일 양국 간에 위안부 배상 관련해 10억 엔(110억 원)에 협상한 것은 말도 안 된다. 뒷돈 받기 좋아하는 비선실세들이 일본에서 뒷돈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생긴다. 헌데 유엔사무총장을 한 반 전 총장이 한-일 합의에 대해 긍정 평가한 것은 심각한 역사의식 부재라고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반기문 산너머 산

반은 퇴임 후 특정국 직위를 금지한 UN결의안 위반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차세대 충청권 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1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기문은 유엔결의안에 의거 출마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도 유엔법인지 윤리 규정인지에도 저촉되고, 또 국제사회에서도 그런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그의 리더십이라고 했다.

유엔은 194614,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Terms ofappointment of the Secretary-General, 결의안 번호 A/RES/11(I))’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퇴임 후 특정국에서 직위를 맡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들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이기 때문에 최소한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며, 이는 각 회원국과 사무총장 본인 모두에게 의무 조항(should)으로 규정했다.

UN4대 사무총장(1972~1981)을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 전 총장은 퇴임 후 5년 휴지기를 두고 모국인 오스트리아 대통령(1986~1992)을 지냈다. 오스트리아는 이원집정부식 내각제로 대통령이 일종의 명예직 성격이다.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의 대통령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에 대해 반은 “UN당국에서유권 해석을 할 것이라면서 공식적인 답변을 여기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검증칼날 끝까지 버틸까?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현미경 공세에 반이 끝까지 버틸까. 아니면 중도에 포기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 신인들이 검증 과정에서 무차별적 공격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역대 대선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정주영, 박찬종, 이인제, 문국현 등이 검증을 넘지 못해 실패했다. 네거티브형의 크고 작은 의혹이 쏟아지면 후보들은 걷잡을 수 없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불출마와 중도하차했다.

반과 가깝게 지낸 이해찬 전 총리는 외교관은 정치인 캐릭터와 맞지 않다면서 정치를 해오며 많은 외교관을 봤지만 대선후보까지 간 사람은 없다고 혹평했다. 반이 현실 정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반면 국문호 정치 평론가는 반은 유엔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정치를 해 왔다. 세계 각국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소통과 통합의 정치를 배웠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소통부재에서 시작됐다. 반의 유엔 경험이 소통부재의 한국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검증을 통과하고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이 혹독한 검증을 뚫고 대선 앞으로 나가면서 겪어야 할 난관들은 하나같이 만만치가 않다. 이 난관을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 지에 세인들의 이목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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