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이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거기에 최근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건설업계 CEO중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s://dart.fss.or.kr)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10대 건설사들은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대부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손실을 기록한 곳은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다. 삼성물산의 누적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약 712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을 비롯해 김신, 김봉영, 이영호 등 등기이사 4인의 연봉은 회사의 실적과는 정반대이다. 그들의 연봉은 평균 9억7800만원으로 건설사 CEO 및 임원 가운데 최고급여를 기록했다.
이러한 손실에는 삼성물산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약 1433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해 결산에서 반영하지 못한 해외 프로젝트의 잠재손실을 1분기에 추가로 반영해서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손실이 커진데 대해 “다른 회사는 반영하지 않는 손익관리 기준을 강화했다”며 2~3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영업 손실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은 최근 잇따른 인재로 구설수에 휩싸였다. 지난 8일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망했다. 지난달 29일 같은 현장에서 아르곤 가스 질식으로 사경을 헤매던 고 조성호씨가 사망한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 비례)은 “이재용 부회장의 산재 사망에 대한 사죄와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 사건에 대한 논평을 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공장 준공을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해 하루 17시간의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다. 이와 반대로 현장 안전 관리는 소홀했으며,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 휴게실, 탈의실, 식당 등의 비인격적 대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세계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내건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건설현장에서는 지난 8월 사망사고부터 지금까지 산재은폐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어난 모든 산재사고에 대해 철저히 사고경위를 파악하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고 “산재사고를 유발하는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과 불법하도급을 근절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사고당한 분이 안전 난간을 넘어가서 일어난 사고”라며 “안전시설 미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삼성의 안전 관리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협력사가 관리 책임을 지고 있다”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17시간의 장시간 노동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 공기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일정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 삼성 관계자는 “공사기간은 정해져 있고 (협력업체는) 이것을 알고 들어온(계약한) 거다”면서 “삼성물산은 예정된 공기보다 앞당긴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플랜트건설노조와 고 조성호씨 유족 측의 입장과는 다르다.
한편 지난 11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이 7일 사망한 고 조성호씨 유족이 제기한 작업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조씨 유족은 사고 발생 후 보상 문제와 별개로 회사 측에 장시간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휴게실·화장실·식당 환경을 개선하고 있고 안전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측은 음수대 및 화장실 교체·확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계속 유지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