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대기업 총수 “그들이 주고받은 것”
박근혜- 최순실- 대기업 총수 “그들이 주고받은 것”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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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블랙홀’에 빠진 재계 ‘줄줄이 특검 앞으로’
▲ 윗줄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회장, 손경식 CJ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허창수 GS회장 겸 전경련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조양호 한진회장

지난 며칠 검찰은 삼성, 롯데, SK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순실 게이트가 재계전반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이다. 최근 검찰의 칼끝이 재벌 총수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조사와는 별도로 126일부터 대기업 총수들은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 대기업 총수 9인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음은 특검이다. 재계로서는 산넘어 산이다. 특히, 특검 결과 뇌물공여죄가 적용 된다면 기업 활동에 타격을 입기 때문.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경제위축을 근거로 재벌에 대한 조사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총수. 그들이 주고받은 것이 가져올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에 적용될 죄목은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8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무실, 15일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무실에 이어 23,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204억 원을 줬고, 최순실씨 소유 코레스포츠에 280만유로(35)를 송금했고, 심지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의 찬성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제 합병비율 1:0.351:0.46으로 본 경우보다 국민연금에 6천억 원 가량의 손해를 주고, 합병 당일 주가인 1305천원을 기준으로 따져 7조 원 어치 이상의 주식에 대한 사실상 소유권을 획득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최태원 SK회장>

SK그룹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사면과 관련해 최씨와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해당 이슈와 관련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 회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죄목은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24SK수펙스 추구협의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SK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계열사를 통해 두 재단 설립을 위해 모두 111억 원을 제공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금액으로, LG그룹이 출연한 78억 원의 2배에 육박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최 회장 사면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24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간담회 당일과 이튿날에 걸쳐 총수 7명과 독대했는데 이 중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 사면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간담회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최 회장은 광복절특사로 사면복권됐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특사명단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출연기금 댓가가 최 회장 사면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SK 워커힐점의 면세점 특허가 종료된 뒤 재승인에 탈락한 후 이를 다시 승인 받으려고 로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는 SK텔레콤이 요구 받은 80억원 대신 3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신동빈 롯데회장>

신 회장에 적용될 죄목은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24일 롯데 정책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롯데는 미르재단에 28억 원을 지원했고,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했다가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정보를 미리 알게 된 최씨측에 의해 돌려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롯데는 지난해 롯데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가 종료된 뒤 재승인에 탈락한 후 다시 승인을 추진 하는데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규면세점 입찰에 대한 심사 대가 가능성과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분쟁으로 인한 여론악화와 검찰수사 무마를 위한 대가성 의혹도 같이 나오고 있다.

<김승현 한화회장>

지난 2013년 최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김 회장의 사면복권을 미끼로 한화 측에 로비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죄목은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25억 원을 출연했다. 지원을 통해 김 회장 사면을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 된 상태였다. 박 전 전무는 김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국가대표 승마선수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에게 최 씨를 통해 김 회장의 사면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는 최씨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고, 결국 김 회장의 사면은 무산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석방됐으나 현재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 부문에 대한 질문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141월 삼성에게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약 2조원에 받는 빅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 측이 개입해 기업 분할 및 결합 심사가 빨리 이뤄졌고,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주고받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방위산업 특성상 정부 승인·허가 절차가 우선이다. 여기에 한화의 독과점 논란 등 문제 소지가 있었음에도 불구,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위 등은 약 3개월 만에 양사의 거래를 승인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씨의 요청을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해 양사의 거래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차세대 한국형전투기(KF-X)의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AESA) 개발업체(한화탈레스) 선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방산업계에선 최씨가 18조원 규모 KF-X 사업까지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회장>

최순실 게이트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초상집 분위기다. 정경유착 스캔들에 최고경영자(CEO)가 휘말렸다. 정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국정조사에 돌입하는 여·야 의원들은 정 회장이 민원성 현안을 청와대에 전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에게도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총수 9명 중 가장 고령인 78세의 정 회장의 국조 참석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 정 회장이 국회에 출석한다면 여·야 의원들 질의가 빗발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회장과 박 대통령의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독대 당시 오고 간 내용이 국조특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 현대차는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강요를 받고 최씨 지인 업체인 KD코퍼레이션에게 최근까지 11억 원 상당 물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현대차가 차은택 씨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 원의 광고를 몰아줬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대차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128억 원을 출연해 삼성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액을 냈다. 이를 합하면 총 201억 원에 이른다.

사건 초기 최씨와의 관계성을 전면 부인하던 현대차는 검찰 수사가 계속되자 안 전 수석의 검토 요청이 있었다며 외압 사실을 털어놨다. 다만 출연한 돈의 대가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현대차가 최씨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투자 등을 강요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증거나 증언을 통해 입증가능한 부분만 기재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현대차 측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할 전망이다.

<구본무 LG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국회 국정조사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청탁 내지 대가성 뇌물 수수 혐의가 명확치 않아 논란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 재벌총수에게 뇌물 제공 혐의를 적용하려면 대가성 여부가 핵심이다. 구 회장은 특별히 사면이나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청탁할 현안이 없다보니 다른 재벌 총수에 비해 주목 받지 않고 있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계열사들은 201511월과 12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78억 원을 제공했다. 삼성, 현대, SK에 이어 4번째로 많다. 박 대통령이 7월 청와대에 재벌 총수들을 불러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요청한 직후였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LG에 대해서는 도는 얘기가 딱히 없는 실정이다. 굳이 따지자면 대통령이 내라고 하니 낸 게 아니겠나라는 것. LG 관련 주요 규제 사안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문제와 LG유플러스 다단계 영업 단속이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는 SK텔레콤이 요구 받은 80억 원 대신 3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휴대폰 다단계 영업 문제의 경우 이미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고 권영수 부회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영업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른 혐의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아직 기일이 있는 데다 국정조사 질의서가 완성되지 않은 단계라서 새 내용이 나오면 국정조사에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손경식 CJ회장>

CJ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재벌기업이다. ‘정권 압박설이 돌고 있는 갑작스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배경과 14000억 원이 들어간 ‘K-컬처밸리사업도 있다.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현 CJ 전 회장의 문제도 있다. 다른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사실에 대해서도 집중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에게 이번 청문회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손 회장에게도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 적용된다. 우선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설에 관해 다룰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 회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전 수석도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사자인 손 회장과 조 전 수석이 모두 국조에 출석하면 이 부회장 퇴진설의 진실이 드러날 전망이다. 또한,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현 CJ 전 회장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CJ는 그동안 한류 전도사를 표방하며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에 발을 맞춰왔다. 대표적인 사업이 문화창조융합벨트인데 구속된 차은택(47·구속)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 특히 14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K-컬처밸리사업은 CJ가 정부와 함께 신한류 육성을 명분으로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에 만드는 복합테마파크다. 경기도가 CJ E&M 컨소시엄에 특혜를 줘 고양시 장항동 용지 237401를 공시지가 830억 원의 1에 불과한 83000만 원에 빌려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20일 열린 K-컬처밸리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는데, 손 회장이 직접 박 대통령에게 홍보관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회장>

국회 최순실 게이트국정조사 특위는 조 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최씨 눈 밖에 난 피해자로서 증언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의원들은 조 회장 증언을 비선실세 악행을 폭로하는 지렛대로 삼을 전망이다.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있어 조 회장에 제3자 뇌물공여는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는 조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 배경에 주목한다. 조 회장은 지난 53, 한진해운 경영난을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조 회장 후임자 역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 회장 사임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평창올림픽조직위는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조 회장 개인 사정으로 사임이유를 돌렸다.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기 4일 전인 지난 429,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 불참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박근혜 정부 외교·스포츠 행사 주연에서 조연으로 전락하자,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발목을 잡혔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해운사 경영난 탓에 조 회장 개인사까지 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조 회장의 연이은 악재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회장이 최씨를 비롯한 비선실세들과 마찰을 빚은 탓에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직 사퇴를 넘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까지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0월 국회 국감에서 조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거부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양호 회장 사퇴 종용 사건은 한 마디로 불편하고 말을 듣지 않아서 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 의원들은 조 회장이 국조특위에서 최순실 스캔들의 전말을 털어놓길 기대하고 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조특위에서 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비선실세의 외압 사실을 고백할 경우, 다른 재벌 총수들의 도미노식 고백을 기대하고 있다. 조 회장이 전 국민 앞에서 지금까지의 의혹을 인정한다면 다른 총수들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창수 전경련회장 겸 GS회장>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청와대와 재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강제모금 의혹이 서서히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전경련 해체와 자진해산 요구가 빗발치고, 국회엔 해체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되며 전경련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허 회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죄목은 제3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GS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42억 원을 출연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실무 역할을 담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7월말에서 8월초 사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전화해 문화·체육재단 설립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 주도 하에 만들어졌다. 한류 확산과 스포츠 인재 양성이라는 명분으로 법인을 설립하되 애초부터 출연금은 전경련 회원 기업들로부터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같은해 10월 이 부회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구체적인 문화재단 설립 날짜와 그룹별 출연금을 확정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의 다음날 9개 그룹 임원과의 회의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룹별 할당액을 전달했다. 이후 대상 기업은 16곳으로 확대돼 총 출연금은 486억 원이 됐다.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288억 원의 출연금을 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올 2월과 3월 재벌 총수 5명과 허 회장을 독대하며 또다시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검찰 수사 이전까지 모르쇠와 거짓말을 고수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0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거짓말 논란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제모금 의혹으로 전경련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해체 압박은 예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당과 보수적 시민단체에서도 해체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여야 의원들이 참여한 해체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고 자체 해산 요구 움직임도 거셌다. 이 과정에서 여러 회원사로 있던 공기업들은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허 회장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태에 대해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검찰 수사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박 대통령 주도 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전경련을 사실상 공범으로 보고 해산·해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누적된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등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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