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적정 의견’을 낸 안진회계법인의 전직 이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이끌던 감사팀은 대우조선의 회계비리를 은폐하고 오히려 적발 시 대응논리까지 만들어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불똥이 어디까지 튈 지 대내외적인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배모 전 이사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배 전 이사는 2013, 2014년 회계연도 감사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확인하고도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이라고 허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배 전 이사는 대우조선의 이중장부가 있다는 걸 알았고 대우조선 직원들에게 사실상 회계사기를 실토 받았다. 그러나 이를 눈감아주기 위해 회계감사 기준에 어긋나는 부실 감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찰은 인진 감사팀이 2014년 말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인식한 후 이를 내부적으로 해결하고자 논의를 진행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감사팀은 ‘실행예산 문제, 체인지 오더(주문 변경) 문제가 해결되 않은 상태에선 감사조서에 서명하면 안된다. 스텝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윗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라는 내용의 논의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객관적 자료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취임 직후 ‘빅배스(Big Bathㆍ누적된 손실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는 것)’를 단행하자 안진 감사팀이 이를 말리고 이전 방식의 회계처리를 권고한 사실도 파악했다. 은닉손실이 공개된 이후에는 마치 당해년도에 모든 부실이 발생한 것처럼 허위 주석을 기재토록 대우조선에 요구하기도 했다.
부실감사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2014 회계연도 대우조선의 실행예산 조작 사실을 고의로 누락한 보고서를 감사조서에 몰래 끼워 넣는 방법으로 감사조서를 변조한 사실도 조사됐다.
추가 수사를 통해 법인 차원의 조직적 행위라는 의혹이 밝혀질 경우 안진은 최대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 조치까지 받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