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안일한 ‘2.7% 경제낙관론’ 국민 안심시키기?
정부·한은 안일한 ‘2.7% 경제낙관론’ 국민 안심시키기?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6.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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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올해 4분기까지 0%대 성장률을 지속하며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2.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으나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각 부처가 국민 안심시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해 26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어려운 여건 하에서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고, 완만하게나마 회복 흐름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경제 불확실성 요소로 기업 구조조정, 갤노트7 생산 중단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면서도 기업 구조조정,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건설경기 둔화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선 정부와 한은이 경제 전반에 걸쳐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이미 추경 예산의 80% 가까이가 투입됐고, 4분기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내수위축 등이 본격화될 것을 고려하면 내년 초까지 경기가 쉽게 회복될 기미는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은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혁신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0.7%) 이후 올해 1분기(0.5%), 2분기(0.8%)에 이어 올해에도 0%대 성장률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성장을 이끈 주요소도 건설투자 부문이었다.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6.8%), 2분기(3.1%)에 이어 3분기에 전기보다 3.9% 증가했다. GDP의 지출 부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올라 강남 재건축 등 부동산 시장 호황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등 재정지출 영향으로 정부소비의 증가율도 3분기 1.4%로 전분기(0.1%) 보다 대폭 올랐다.

반면 설비투자 부진은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는 3분기에 0.1% 줄어들며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2.8%) 대비 역성장이다. 제조업 성장률도 -1.0%20091분기(-2.5%) 이후 76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분기 민간소비 역시 전분기(1.0%)의 절반 수준인 0.5%로 하락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한 자동차 내수 판매 감소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 부문도 성적표가 좋지 않다. 수출은 반도체,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0.8% 늘었지만 2분기(1.1%)에 비해 오름세는 감소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 파업 영향으로 수송장비가 13.0% 급감했고, 갤럭시노트7 사태 영향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도 4.1% 줄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5'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생산과 소비 활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하던 건설투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주택건설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10.5%로 높았지만, 내년엔 건물건설 선행지표 둔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 축소 등으로 4.1%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1300조 원에 이르는 핵폭탄급의 가계부채와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휘몰아칠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 연준(Fed)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 내수소비 위축 우려 등이 한국경제의 최대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8%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본다면 수치가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의 경우 내년 우리경제 성장률을 2.2%까지 내다보고 있다.

근거 없는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도 나쁜 일이지만, 정부가 이제는 경제위기 인식을 다시 한 번 재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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