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직원 성과연봉제 압박, 경영진 성과관리는 '뒷짐'
금융사 직원 성과연봉제 압박, 경영진 성과관리는 '뒷짐'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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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정부가 금융권 직원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경영진의 성과를 관리할 보수환수제는 후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환수제는 경영자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성과에 기초해 경영자에게 지급한 상여를 환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0<한겨레>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과거 금융당국이 모범규준으로 권고했던 경영진에 대한 보수 축소나 환수 등에 관한 규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10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해 은행·증권·보험 등 업권별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했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에는 경영진과 특정 직원에 대해 재무성과가 목표에 미달하거나 손실이 발생한 경우 성과급을 축소나 환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공통으로 담겨 있었다. 이같은 보수 환수 대상에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주식·채권·파생상품 거래 담당 등 성과에 따른 보수 변동이 큰 투자업무를 하는 직원을 이르는 특정 직원까지도 포함됐다. 이로써 경영진이나 특정 직원이 높은 보수를 좇아 실적을 부풀리거나 단기 성과에 매달리고 금융 거래에서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제어장치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분리돼 있던 2010년 모범규준을 통합해 2014년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새로 내놓았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보수환수규정이 사라지고 축소규정만 남았다. 이어 이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난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축소 규정마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새 법에선 임원과 투자업무를 담당하는 특정 직원에 대해 성과급을 3년 이상으로 나눠 지급하라는 내용만 담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급여를 환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자체 규정을 마련한 곳은 KB국민·신한·KEB하나은행 세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등 재벌그룹 소속 금융회사들은 현행법이 규정하는 대로 성과급을 추후 나누어 지급하도록 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 의뢰로 작성한 보수환수제도 관련 조사보고서에서 회사가 자발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금융회사뿐 아니라 상장사 전체에 대해 보수환수제를 의무화할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수환수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반영할 의향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의 질문에 대해 보수환수제의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정 의원은 금융기관의 부실원인으로 시스템을 지목하며 수천억원, 수조원을 깨먹고도 버젓이 성과급을 챙기는 임원이 있는 반면 직원에게는 졸속으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면 어느 국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물러난 KB국민은행 임영록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 대우조선해양 부실관리의 책임이 있는 강만수·민유성·홍기택 전 회장을 거론하며 이들의 성과급을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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