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진실은?...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형사 숨져
16년 전 진실은?...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형사 숨져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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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과정의 불법 정황이 드러나 재심이 열린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8050분께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에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박모(44) 경위가 목을 매 숨졌다.

박 경위는 전날 밤 동료들와 술을 마시고 귀가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임시 보관함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부인이 안방에서 숨져 있는 박 경위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재심이 진행 중인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지난 20008월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씨가 10차례 이상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전북 익산경찰서는 현장 인근에서 도주하는 범인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다방 커피배달원 최모(당시 15)씨를 체포해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최 씨는 자신이 택시기사 유 씨와 말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판결 확정 이후에도 진범과 관련한 첩보가 경찰에 입수되는 등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2003년 전북 군산경찰서는 재수사에 나서 진범으로 추정되는 김모(당시 25)씨와 김 씨의 흉기 은폐와 도피를 도왔다는 친구 임모(당시 25)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이들은 진범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했다. 또한 최 씨가 누명을 쓴 사실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구속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그대로 풀려났다. 이후 임 씨는 201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0년 교도소를 만기 출소한 최 씨는 2013경찰의 강압적인 수사·구타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최 씨가 불법 체포·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한 점, 확정 판결 이후 나온 김 씨의 수사기관 진술 등이 기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라고 판단해 재심을 결정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선고된 과거사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은 이례적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박 경위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재심 세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과거 수사팀 막내였던 박 경위는 최 씨를 여관으로 데려갔던 형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박 경위는 법정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등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수사 과정 일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위의 가족은 박 경위는 사건이 방송에 나오고 재심이 시작된 뒤 너무 괴로워했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재심을 담당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먼저 고인의 죽음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다. 경찰 측 증인을 채택한 이유는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리려던 것이 아니다초동 수사에서부터 잘못된 부분이 확인됐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심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 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은 기정사실과 다름없다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물리고, 또 진범이 있다면 빨리 재수사에 들어가야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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