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사장, 운명의 기로...LG전자 V20 출격
조준호 사장, 운명의 기로...LG전자 V20 출격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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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겸 사장이 전략 스마트폰 ‘V20’으로 운명의 기로에 섰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판매재개를 앞둔 가운데 LG전자가 이틀간 독점 기회를 잡은 것. V20의 선점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조준호 사장이 G5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가 전략, 포기 못한 이유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신규 판매 시작일을 101일로 확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928일에서 3일 미뤄졌다. 이는 약 20만대 가량 교환분이 남아있어 리콜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조치다.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개통 업무는 28일 재개한다.

결국 29일 출시되는 V20은 출시 이후 이틀 간 소비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기회를 얻었다. 아이폰710월말 출시 예정이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선제 공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이에 조 사장은 경쟁사의 악재로 수혜를 입기보다 제품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7일 열린 ‘V20’ 출시 간담회서 경쟁사 제품인 갤노트7의 리콜을 두고 우리에게 호재가 될 진 잘 모르겠다그보다 중요한 건 V20이 고객들에게 얼마나 인정받느냐다고 설명했다.

이번 V20은 LG전자와 조 사장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올 상반기 전략폰 G5의 실패로 침체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향방을 가를 열쇠기 때문이다. 오디오·비디오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V20에서 그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V20은 세계 최초로 전후면 광각 카메라, 32비트 고음질 쿼드(4)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 등을 탑재했다. 고성능 DAC를 담아 일반 CD 음질보다 16배 이상 뛰어난 32비트, 384의 고품질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현악기 줄에 활이 닿는 소리, 기타 줄의 미세한 떨림까지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는 맑고 깨끗한 고음부터 깊은 중저음까지 균형 잡힌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덴마크 명품 오디오 회사 뱅앤올룹슨(B&O)플레이와 협업했다. 여기에 20만원대에 달하는 ‘B&O 이어폰도 무료로 제공한다.

문제는 지난 20일 공개한 출고가(899800)와 관련해 고가 책정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성능으로 보여주겠다는 LG전자의 자신감에 기대를 거는 사용자들도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해당 가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V20 출고가는 지난해 출시된 전작 V10보다 10100원 더 비싸다. 상반기 내놓은 G5(836000)보다도 약 6만원 비싸다. 노트7의 출고가 988900원과는 약 9만원 차이난다.

게다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폰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상황이다.

 

조준호 사장, 다시 심판대로

 

이에 LG전자는 각종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V20을 산 소비자에게 다음달까지 헤드셋인 LG톤플러스, LG블루투스 스피커, 배터리팩 등 207000원 상당의 프로모션 패키지를 5000원에 제공한다. V20에 내장된 별도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신한카드 FAN(모바일 결제 서비스)으로 결제해야 한다. 통신사 제휴 신한카드로 V20를 구입할 경우 페이백(환급)과 요금 할인 등 최대 46만원의 할인 혜택을 준다.

업계 일각에서는 V20의 운명이 29일 출시 이후 빠른 시간 내에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초기 흥행에 성공할 경우 선점효과를 통해 경쟁작과의 경쟁에서 앞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V20의 흥행으로 조 사장과 MC사업본부의 향후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말 LG전자 수장에 오른 조 사장은 과거 ‘LG 초콜릿폰 신화로 통했던 인물이다. LG전자가 한동안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꺾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역할이 컸다. 2004년 초콜릿폰에 이어 2007년 샤인폰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LG전자를 시장점유율 2위에 올려놓았기 때문.

그러나 조 사장은 취임 후 처음 내놓은 G4가 저조한 판매 성적을 거두면서 한 차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지난해 출시된 G4는 비슷한 시기 흥행 측면에서 순항하던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등과 정반대로 흥행에 참패했다.

G4의 실패 이후 조 사장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시리즈 이름을 바꾸고 V10을 출시했다. 이 제품 역시 갤럭시노트5, 갤럭시J 시리즈 등 삼성전자 제품에 밀렸다.

올해 들어 그가 역작으로 내놓은 G5는 스마트폰으로는 최초로 제품의 모듈화를 시도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같은 혁신성에 입소문이 더해지자 조 사장은 물론 전문가, 언론들은 일제히 LG전자 MC사업본부의 비상을 확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반 수율이 낮아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기본적 성능 면에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초기의 흥행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결국 최소 기대치였던 350만대 판매에 한참 못 미치는 암울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G5의 성공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조 사장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조 사장 체제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 부활에 실패하면서 해당 사업 존폐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벼랑 끝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장은 V20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2년 연속 LG 스마트폰 잔혹사의 중심에 있었던 조 사장이 이를 반전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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