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잡아라...정권 말기 '공기업 낙하산' 극성
막차 잡아라...정권 말기 '공기업 낙하산' 극성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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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수장 교체 줄줄이 앞둬...인사 낙점 경쟁 가열
▲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감사

정권 말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한 낙하산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으로 불리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53)이 한국증권금융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조 전 비서관은 현 정부 출범부터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그는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금융 수장 자리를 꿰차게 됐다.

앞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사태로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난 상황. 그러나 정치권 인사와 전직 관료들은 정권 말 마지막 보은인사로 대규모 낙하산 인사를 기대하고 있단 말이 나온다. 굵직한 공공기관들의 기관장 임기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경력 전무한 증권금융 감사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마사회, 도로공사,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써 조 전 비서관의 감사 선임이 낙하산 인사 파티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다음 달 초 임기가 끝나는 한규선 감사위원 후임에 조 전 비서관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서강대 국문과를 나온 조 전 비서관은 2004년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후 10여년간 연설문을 전담했다. 지난 대선에선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메시지팀장을 맡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35개월간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내다 지난달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증권금융은 증권시장 자금을 공급하고 우리사주제도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유관기관이다. 조 전 비서관은 금융 경력이 전무하다. 조 전 비서관의 감사 선임설이 최근 제기되자 한국증권금융 노조는 조 전 비서관의 선임을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반대해왔다. 금융권에서도 정권 후반부에 공신 챙겨주기식의 낙하산 인사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의 감사 선임은 현실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증권금융 감사 보수는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감사 임기는 2년이다. 증권금융 노조 측은 조만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물갈이...낙하산 물밑 경쟁

 

정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낙하산인사는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대표나 감사가 교체 예정인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은 68(기관장 공석인 기관 12곳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철도공사를 비롯해 상임 감사 임기가 종료돼 새로 선출해야 하는 곳도 17(상임감사 공석인 기관 한 곳 포함)에 달한다.

전임 기관장이 퇴임해 기관장이 공석 중인 곳에서는 후임자 선발을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나오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지난달 말 공석인 사장 공모에 응모했던 후보자 3명이 부적격 판정을 받아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역시 4차례 임원추천위원회 회의에도 적격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기관장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낙하산 인사 낙점을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히 420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각축전이 돌입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수장을 맡으면서 경영실적을 악화시키고 대국민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인선 절차가 불투명해 정권마다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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