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업 칼럼 “비정규직, 라면 먹으며 속히 해결하라”
김흥업 칼럼 “비정규직, 라면 먹으며 속히 해결하라”
  • 김흥업 회장
  • 승인 2016.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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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내부갈등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몇몇 대학교수들이 위촉을 받아 시민 105명을 11로 장시간 심층 면접한 결과, 그 내용을 발표했는데 그야말로 충격, 그 이상이었다.

김문조(고려대), 윤성희(경희대), 강원탁(서울대), 함인희(이화여대), 김남옥(고려대) 교수 등 저명한 정치·사회학자들이 105명의 시민을 상대로 심층 면접 조사한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 진단 연구가 그것으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는 폭발 일보직전의 <초갈등> 사회로 나타나 있다.

상대적 박탈감-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 헬조선, 갑질횡포- 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이것이 <분노단계>를 넘어 <원한단계>로까지 치달아, 상대에 대한 배척과 공격 등, 지금 한국사회는 그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며 경고이다.

연구학자들은 지금의 한국사회 문제를 크게 네 가지로 진단하였다.

첫째, 불만을 넘어선 원한, 둘째, 격차를 넘어선 단절, 셋째, 좌절을 넘어선 자포자기, 넷째, 갈등을 넘어선 단죄 등이 그것으로, 현재 이 현상이 극단적 양상으로까지 확산돼가고 있어 한국사회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대부분 면접자들은 자신의 생활형편이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팽배된 좌절 속에 빠져있다. 이걸 보면 한국에서도 영국처럼 <한국적 브렉시트>가 머지않아 래습(來襲)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좌절을 넘어 이젠 자포자기 밖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한국사회.

<N포세대>라는 신조어 단어가 내포한, 취업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한끼 라면을 먹으면서 열심히 뛰지만 금수저·흙수저 말처럼 부()의 대물림·빈곤의 대물림이 갈수록 심화·양극화돼, 한국의 미래사회 특히 대다수 젊은이들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젊은 층은 물론 노년층도 목이 졸리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사회갈등이 속히 통제·조정되지 않으면 사회통합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

○….. 사회갈등의 가장 심각한 원인인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이러한 사회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먼저 일자리 창출 즉 고용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하고, 무엇보다 현재의 비정규직을 반()정규직제를 도입, 실시하는 것이 시급한 해결책이라고 이 학자들은 입을 모아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사람 숫자는 무려 600만 명을 훨씬 넘고 있다. 거대한 빈곤층이다.

이러한 거대 빈곤층이 어느 순간 <영국의 브렉시트>처럼 <한국적 브렉시트>가 이들에 의해 돌발될 수도 있다고 충분히 예견할 수도 있다.

이것은 대권에 야망을 품은 자, 갑질하는 자, 기득권자들, 특히 20대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이 눈 똑바로 뜨고 직시해야 할 최우선 당면문제라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될 긴박사항이다.

○…..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비정규직. 월급 144만원을 받으며 대학가기 위해 100만원을 저축하고 라면으로 빈속을 채우던 열아홉살의, 구의동 전철역에서 횡사한 노동자.

600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비정규직이 이 시간에도 고통을 겪으며 박탈감으로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회는 알고 있어야 한다. 20대 국회는 이것 하나만이라도 속히 풀어줘, 이들의 <불만을 넘어선 원한>, <격차를 넘어선 단절>, <좌절을 넘어선 자포자기>를 속히 해결하여 날로 심화돼가고 있는 양극화-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적 브렉시트>의 급래(急來)를 방어해야 할 지상명제가 20대 의원들의 어깨에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20대 국회의원들은 일단 열일 제치고라도 의사당에 모여 라면을 먹으며 철야를 해서라도 속히 해결책을 내놓아 <2, 3의 구의역 사고>를 근원적으로 막아버려야 할 것이다. 600만 비정규직의 목졸린 숨통을 터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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