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능력 논란' 재점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능력 논란' 재점화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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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 매수 청구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삼성 측이 총수 일가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 하락을 유도했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하고 1년 가까이 되도록 실적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

주가가 부진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도 난관에 봉착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의 실질적 총수로 등극했지만 경영능력 검증이란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고법 민사35(부장 윤종구)는 옛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삼성물산이 합병시 제시한 주식 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낸 가격 변경 신청 사건의 2심에서 1심을 깨고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했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57234원이던 기존 보통주 매수가를 합병설 자체가 나오기 전인 20141218일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6602원으로 새로 정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자본시장법 165조에 근거해 이사회 의결(526) 직전 2개월치 주식 가격의 평균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주식 매수 청구 가격을 산출했다. 자본시장법은 이렇게 산정한 가격에 반대하는 주주는 법원에 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일성신약 등은 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며 법원에 가격 조정을 신청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는 높게 형성돼야 이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사정을 고려할 때 당시 주가를 매수가 결정의 기초로 할 근거가 부족하다1심을 파기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재판부는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이 주택 공급에 소극적으로 나선 데 대해서도 실적 부진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매도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지금까지의 판결들과는 다른 성격의 판단이어서 납득하기 어렵고, 실적 부진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결정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삼성물산은 지분 2.11%를 보유했던 일성신약에 310억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 등 신청인들에게 총 347억원을 추가로 줘야 한다.

특히 법원에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추가 소송 등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당시 대주주 중 하나였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를 막아내며 합병에 성공한 삼성물산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삼성물산은 통합법인 출범 이후에도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통합범인 출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건설부문 잠재부실이 반영되면서 영업손실이 4450억원에 달했다. 결국 최근 석달 사이에만 주식가치가 25%가량 증발했다. 여기에 이번 판결로 또 다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2000년대 초반 ‘e-비즈니스 사업실패 이후 아직까지 자신이 주도해서 내놓은 뚜렷한 경영성과가 없다고 분석한다. e삼성 실패를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으면서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합병으로 삼성의 실질적 총수로 등극했다.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승계라는 지적이 그를 따라다닌다. 과도기에 있는 만큼 더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단 점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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