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 경영권 '분쟁'...‘도토리 키재기’
롯데 형제, 경영권 '분쟁'...‘도토리 키재기’
  • 고혜진 기자
  • 승인 2016.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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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신동주·차남 신동빈, 국적 ‘감정’ 건들이며 ‘분쟁’

롯데그룹 차남 신동빈(왼쪽)과 장남 신동주(오른쪽)
롯데그룹 형제,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이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본어로 된 공식 자료에서 롯데가 한국 기업임을 분명히 하는 경영자에게 향후 롯데 그룹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국적 감정을 건드리고 나섰다. 앞서 동생 신동빈이 지난해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며 한국 국적 감정을 자극한 것에 대한 공격으로 풀이된다.

한 지붕 아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형제, 그들이 경영권 분쟁에서 국적 감정을 건드려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남 신동주 vs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소송으로 번진 상태다. 다음 달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형제가 경영권을 두고 다시 한 번 격돌할 예정이다. 이에 신동주 전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 롯데홀딩스, 즉 일본인 주주들의 손에서 결판난다는 점을 노리고 일본 국적 감정을 건드리고 있는 것.

현재 신동주는 일본어 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www.l-seijouka.com)’, 한국어로 된 사이트(savelotte.com)를 운영 중이다. 일본 국적 감정을 건드려 롯데그룹 경영권을 되찾겠다며 제작한 사이트다.

장남 신동주가 개설한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일본어 사이트 (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문제는 일본과 한국에서 다른 신동주의 행보다. 문제의 일본어 문건은 일본어 사이트에만 올라와 있다. 한국 사이트에는 이 문건을 올리지 않은 것. 신동주는 한·일 양국에서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사이트에 올린 사원 여러분의 회사로 만들기 위해라는 문건에는 신동주 측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를 처음부터 창업하고 약 70년에 걸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정당 이유 없이 부당하게 대표권을 빼앗았다. 또 신동빈 씨는 한국 사업에서 많은 경영 실패를 했고 중국 사업에서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그는 롯데를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했다

신동빈은 지금까지 한일 양국에서 경영을 해 온 롯데그룹은 글로벌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또 한국 국회에서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 회사 역할을 할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그룹의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동주는 신동빈이 롯데를 한국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인물에게 어떻게 롯데그룹을 맡기겠느냐?”며 일본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일본 국적 감정을 건드리는 문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 전직 직원의 코멘트가 본 회의에 보내온 의견에 관한 보고라는 문건을 통해 이렇게 소개됐다.

지금 일본 롯데그룹의 상태는 좋지 않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국적 문제도 있고, 롯데리아를 포함해 롯데그룹 제품은 일본에서 불매 운동 대상이 된 상태며 고객 이탈이 심각하다. 신동빈씨가 한국에서 한 발언을 보면 한국 국민과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서 다가서는 느낌이 든다. 일본을 소홀히 하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

국적 감정 건드리는 형제, ‘도토리 키 재기

현재 신동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되찾을 방도를 모색 중이다. 사실상 동생 신동빈 회장에 의해 롯데그룹에서 축출 당한 상태기 때문.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해야 한다.

신동주는 이미 3월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 동생과 일전을 벌였지만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당시 신동주 측은 캐스팅 보트를 쥔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사기 위해 모든 직원들에게 1인당 25억 원 상당의 보상을 하겠다는 파격적 당근책을 던졌지만 패했다.

이쯤 되면 신동주가 일본 국적 감정을 건드린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지금 신동주의 플레이는 이 같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인 것.

일본 기업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은 기업문화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기업이 가이진(外人)에게 먹히는 것에 비교적 관대하지만 일본은 기업 소유권에 대한 국수주의 문화가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동생 신동빈은 어떨까.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국적 감정 건드리기에 있어서는 역시 '피' 나눈 '형제'다. 동생 신동빈 역시 한국 국적 감정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

신동빈은 지난해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한다는 황당한 논리로 국적 감정을 먼저 건드렸다. 이 논리가 황당한 건 기업의 국적은 매출 발생 지역이 어디냐로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롯데는 지난해 제 2롯데월드 70층에 초대형 태극기를 건 뒤 ‘1억 원이나 들인 마케팅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은 바 있다.

롯데그룹, ‘불편진실

롯데그룹 지배구조
롯데그룹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불편진실이 드러났다.

앞서 롯데그룹은 복잡한 지배구조로 온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했다. 그룹 경영권 다툼 뒤에 숨어 있던 롯데의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로 그룹 전체를 쥐고 있는 세력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

신형제의 공방전에 혀를 내두르기도 전에 전문가들은 복잡한 지배구조에 혀를 내둘렀다. 롯데의 복잡한 순환출자의 연결고리가 400개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호텔 롯데는 한국 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 롯데의 1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지배구조의 최상위에는 광윤사란 회사가 자리 잡고 있다. 광윤사는 1967년 일본에 설립된 포장재 회사로 자본금은 2000만엔이 넘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1대주주이자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 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롯데 기업은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것이다. 롯데는 일본 계열사들의 주요 지분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기타주주로 공시해 그동안 일본기업의 실체를 감춰왔다.

롯데의 언행불일치’.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 선수와 그의 경쟁상대 일본의 아사다 마오. 아사다 마오의 가슴의 빨간 글씨 ‘LOTTE’는 국민적 반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롯데의 선택 김연아가 아닌 아사다 마오였던 것. 아사다마오는 지난 2009년부터 롯데의 가나 초콜릿과 크런키의 TV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롯데의 국적 여부가 아니다. 롯데가 일본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본질적인 문제는 롯데의 국적이 아니라 그들의 행태다. 롯데는 한·일 양국에서 갑질과 노동자 탄압으로 최악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롯데는 지난 2015년 청년유니온이 선정한 서비스부문 청년 착취 대상 수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59월 기준으로 롯데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불공정 행위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일본 롯데는 어떨까. 일본 롯데 역시 일본 공산당으로부터 청년 노동자 착취로 악명이 높은 블랙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롯데가 한국시장에서 그만큼 돈벌이에만 급급해 하고 있는 것, 이익은 한국에서 내고 수익은 일본에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비판했다.

여론에서는 형제들의 싸움에 국적 감정까지 건드리는 것은 도를 한참 넘는 행동이다. 우리가 봐야하는 건 신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지배구조'라며 비판했다.

 끝나지 않은 롯데 신형제의 경영권 다툼. 복잡한 드라마와도 같은 이 다툼의 결말은 무엇일지,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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