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심청에 ‘러브콜’...‘만인의 딸’ 된 ‘이유’
연극계, 심청에 ‘러브콜’...‘만인의 딸’ 된 ‘이유’
  • 고혜진 기자
  • 승인 2016.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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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보다 ‘녀’, ‘아들’보다 ‘딸’ 선호하는 사회상 반영

유니버설발레단 오페라 '심청' 공연

효녀의 대표적인 인물 심청이가 인기다. 연극계가 앞다퉈 심청이를 초여름 공연계에 초대하고 있는 것.

효녀(孝女) 심청이는 한국무용, 발레, 창극, ·복합 공연까지 다채롭게 변주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창작 춤과 판소리를 결합시킨 작품 심청’(안무 김매자)이를 다음 달 2~4일 선사할 예정이다. 2011년 초연 때보다 무대·의상·조명을 보강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야무지고 강인한 심청역을 맡은 엄은진과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심청인 장윤나가 인당수에 뛰어들기 전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새로 넣었다.

창작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오페라 심청’(안무 에이드리언 델라스)은 다음달 10~18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10회 장기 공연한다. 2011년 이후 13개국 40개 도시에서 공연된 ‘K발레의 선두 주자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은 창극 심청아7~29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다. 초기 창극처럼 작은 규모로 펼치는 작품이다.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이 지난 17일 시작한 전통예술 상설 공연 코리아 심청’(연출 최철기)은 무용·영상·드로잉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작 연극 심청’(연출 이수인)4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대학로에서 두 달 가까이 공연됐다. ‘심청이 온다2014년 국립극장이 4년 만에 부활시킨 마당놀이 첫 작품이다.

그렇다면 연극계는 심청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효녀(孝女)’라는 말에서 방점이 가 아닌 에 찍혀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심청의 부활을 효()라는 전통 사상의 부활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희곡 심청을 쓴 이강백 전 서울예대 교수는 사회가 각박해지며 타인에 대한배려가 부족한 현실의 반영. 관객과 얘기를 나누면 심청전이 지닌 희생과 이타(利他) 정신에 감동받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 감독은 남아 선호 사상이 무너졌다. 많은 사람이 믿을 건 아들자식보다 딸자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심청에게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옛 속설에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옛 사람들은 심청이를 효의 대표적인 인물로 여겨, 부모님을 향한 그의 사랑과 희생적인 모습에 감동하고 공감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청이의 보다 강인하고 다부진 의 모습으로 부모님들의 만인의 딸이 되어 공감을 얻고 있는 것. 남아보다 여아를 선호하는 현대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 부모들의 여아선호사상에 만인의 딸이 된 심청심청이의 인기에 연극계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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