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리쌍, 가로수길 유명세에 임차인 '나가'
임대인 리쌍, 가로수길 유명세에 임차인 '나가'
  • 고혜진 기자
  • 승인 2016.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로수길 유명세에 임대인 리쌍, ‘직접 돈 벌겠다’며 임차인 ‘내몰아’

힙합 듀오 리쌍이 가로수길 상인들의 잇단 항의에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20일 가로수길에서 곱창집 우장창창을 운영하는 서윤수 씨에게 한 장의 통지서가 날아왔다.

채권자 리쌍으로부터 부동산인도 강제집행 신청이 있으니, 2016427일까지 자진하여 이행하라는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지난 3년 간 지켜온 가게에서 제 발로 나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강제로 끌어낼 수 있다는 최후 통첩이었다.

바뀐 건물주, 바뀐 마음 직접 장사하게 나가라

가로수길에 수 놓인 '우장창창' 응원 현수막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유명 맛집 베러댄비프’. 맛집 블로그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가게에 독특한 현수막이 하나 걸렸다. 현수막에는 우리의 이웃 우장창창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베러댄비프는 왜 우리의 이웃 우장창창응원 현수막을 걸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곱창집 우장창창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1111, 대기업을 다니던 서윤수씨는 직장생활을 접고 곱창집을 개업했다. 창업 준비를 위해 퇴근 후 곱창집에서 직접 일을 배우길 1년여, 퇴직금과 대출금을 모아 만든 4억여원을 투자하여 가로수길에 우장창창이라는 곱창집을 열었다.

다행히도 서씨의 가게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서씨는 장사한 지 1년 반만에 새로 바뀐 건물주로부터 내가 직접 장사하려고 건물을 산 것이니, 가게를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황한 서씨는 여기저기 도움을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차가운 말 뿐이었다. 이에 서씨는 이 문제는 단순히 본인이 운이 없어서 겪게 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 비슷한 처지의 상인들과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맘상모는 임차상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가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법개정을 주장하며 국회 앞에 선 서윤수씨(오른쪽)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맘상모가 결성되자 쫓겨날 위기의 상인들이 봇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서씨와 같은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 이들은 더 이상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노력한 끝에 상가법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한 맘상모 활동가는 임차상인들의 권리 찾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쫓겨나서 빈털터리가 된다고 이야기하면 건물주한테 돈 뜯어내려는 몰염치한 장사꾼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기 일쑤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우장창창은 일정 정도 보상금 받는 대신 건물주가 원하던 1층 공간을 내어 주기로 했다. 건물주 측과 같은 건물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지하에서 영업하는 것으로 타협을 낸 것.

하지만 평화도 잠시, 지하에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민원 신고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지하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은 주차장에서 장사를 하곤 했지만, 민원 신고 이후 주차공간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서씨는 건물주에게 합의문에 있는 대로 주차공간을 일부 용도 변경해 영업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서씨는 이대로 장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건물주 측에 합의문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임차인은 '합의문 이행' 소송, 임대인은 명도 소송

건물주 측은 임차인이 불법적으로 주차장 구조물(천막)을 설치했으니 가게를 비우라며 명도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긴 소송 끝에 재판부는 양측 주장 모두 기각했다. 적당히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협의하라며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것.

하지만 상황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소송이 끝날 무렵 최초로 계약했던 2년이 지난 시점, 건물주가 서씨를 상대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를 하지 않았으니, 더 이상 계약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퇴거를 명해달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

재판부는 계속 장사하려고 했던 것처럼 보이나, 갱신요구를 하지 않았으니 가게를 비우라고 판결했다.

판결문 일부
서씨는 재판부의 판결은 납득하기 힘들다. 장사를 하고 싶어서, 장사 좀 제대로 하게 해 달라고 소송을 건 것인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변호사는 통상 상가임대차 갱신의 경우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임대인이 특별한 통고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갱신(묵시적 갱신)되는 것으로 알고들 있다. 하지만 우장창창의 경우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므로(서울시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원을 넘어서면 상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 묵시적 갱신에서 상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다시 말해 반드시 갱신을 요구한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상인들은 거의 없다. 건물주 측이 한 달 전까지 가만히 있다가 우장창창이 갱신요구를 하지 않자, 더 이상 계약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재판부에 퇴거 명령을 요청한 것은 법의 허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의견을 밝혔다.

베러댄비프 유성호 사장의 이야기

우장창창의 위기를 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가로수길 상인들의 이야기.

한 언론에 따르면 베러댄비프 유성호 사장(47)가로수길의 유명세가 상인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쫓겨나게 하고 있다. 우장창창은 3년 전에도 한번 쫓겨날 뻔 했다가 이번에 다시 쫓겨날 위기다. 이것은 가로수길 상인들 모두의 문제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건물주들은 항상 법을 내세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법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장창창이 싸워왔던 과정을 보면 정말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의 이웃 우장창창을 응원합니다

현재 서씨는 매일 같이 가로수길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우장창창을 응원하는 현수막은 가로수길 일대 30여개 점포에 걸려있다. 매주 상생을 촉구하는 집회와 문화제가 우장창창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개정 상가법(권리금약탈방지법) 시행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임차상인의 삶은 위기에 처해 있다.

한 맘상모 활동가는 기분 나쁘면 임차상인을 내 보낼 수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법과 제도의 현실이다. 법과 제도도 개선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임차상인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맘상모는 지난 513, 개정 상가법 시행 1주년에 맞춰 국회 앞에 모였다. “장사하랴, 투쟁하랴, 고단한 대한민국. 임차상의 513명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고, 임차상인의 권리 확보와 추가적인 법 개정을 요구했다.

국회 앞에서 임차인 513명의 대규모 기자회견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그러나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법이 마치 정의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S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임대차 문제를 다루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조들호는 이런 세상에서 그저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원작 웹툰 작가 헤츨링은 드라마에서 쫓겨나는 감자탕집 주인은 우리 사회의 모든 임차상인의 이야기라고 짚었다. 이어 눈앞에 빵이 있는데 먹을 수 있다면 먹지 않겠느냐? 지금의 임대차 문제는 바로 이런 것. 법 자체가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으니 더 많은 빵을 먹기 위해 임차인을 쫓아내고 있다. 법으로 빵을 공평하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씨를 응원하기 위해 베러댄비프 앞에서 처음 시작 된 현수막 우리의 이웃 우장창창을 응원합니다

가로수길은 서씨를 응원하는 현수막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서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상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지금 가로수길 상인들은 서씨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닌 같은 임차인의 입장으로서 서씨를 응원하며 함께 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열심히 일한 임차인에게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은 이 먼 행위라며 지적했다.

여론은 장사를 하겠다고 몸부림치는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고는 살인이다. 가로수길이 유명해질 수 있었던 건 상인들의 노력 덕분. 이번 사건은 이 먼 리쌍의 비도덕적인 행동이며 임차인들의 눈물에 그들은 절대 웃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리쌍소속사 리쌍컴퍼니에 확인하고자 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