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줄줄 새는데 고작 100만원...솜방망이 처벌 '논란'
‘개인 정보’ 줄줄 새는데 고작 100만원...솜방망이 처벌 '논란'
  • 고혜진 기자
  • 승인 2016.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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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부 무단폐기, 환자 개인정보 노출 방지 대책 미흡

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다.

진단서에는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는 물론 병명과 진료 내역 등 개인 정보들이 다 들어있다.

입원진료비명세서의무기록지같은 진료기록들에는 몇 년치 정보가 담겨있다.

개인정보가 그대로 담겨있는 진단서의 경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인한 무단 폐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

폐업 병원 진료기록은 어디에

수도권의 한 정형외과.

B씨는 보험금 청구를 위해 4년 전 폐업한 병원의 진료 기록을 떼러 갔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새 병원에는 기존 환자들의 진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

한 건물 지하 창고에는 수 만장의 진료 기록이 남아있다. 최근 2~3년 사이 3개 병원이 폐업하면서 남기고 간 것들이다.

물이 흐르는 창고 바닥에서는 종이 썩은 곰팡이 냄새만 가득하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비가 와서 넘치는 경우도 있고, 훼손 정도가 너무 심했다. 기존 병원이 가져가지 않자 새 병원 측이 창고에 가득 찬 진료기록을 모두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병원이 버린 병원 진료기록은 어디에있는 것일까.

경기도의 한 재활용 업체는 진료기록부를 폐지로 넘겨받았다. 이 업체 직원은 병원에서 버려지는 진료기록부가 1톤당 20만원의 고급 폐지로 팔려온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환자 진료기록이 정처 없이 무분별하게 떠돌고 있는 것이다.

종이기록부는 보관 불편’, 전자기록부는 찾기 어려워

의사로서 환자 진료기록을 보관해야 함에도 불구, 진료기록 무단 폐기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충을 토로하는 의사들은 입을 모아 종이로 된 진료기록은 보관·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양의 진료기록을 보관하다 보니 관리가 어려워 무단 폐기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C씨는 2011년 작은 의원을 운영하다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진료기록부와 엑스레이 필름은 약 1톤 트럭 한차 이상이라 그 양과 무게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의사로서의 의무가 있기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녀야 했다.

병원을 경영하던 D씨 역시 마찬가지다. 유학을 위해 폐업신고를 하고, 본인이 보관 중이던 진료기록부를 가까운 친척에게 맡겨 두고 출국했다.

이에 병원은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 진료기록을 사용하고 있지만, 병원이 폐업할 경우 진료기록을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박모씨는 어머니의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다니던 병원은 파산과 함께 진료기록이 담긴 컴퓨터와 서버 모두 법원 공매로 넘어간 상태였다. 박씨는 병원 진료기록을 관리하던 대행업체를 찾아 기록 복원을 요청했지만 천 만원 상당의 돈을 요구해 포기했다.

고작 100만원 과태료, ‘솜방망이처벌

환자들의 개인정보에 적색 불이 켜졌다.

이는 고작 과태료 100만원에 불과한 '솜방망이'처벌로 무분별한 '무단 폐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2차적인 피해와 범죄악용이 우려되는 행위임에도 불구, 그에 따른 형벌은 고작 과태료 ‘100만원에 불과하다.  

진료기록은 의료분쟁이나 보험, 장애연금, 예방접종 등에 활용되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의료법은 의료기관 폐업이나 휴업 시 진료기록을 해당 지역 보건소로 보내 보관·관리·파기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에선 진료기록과 관련된 규정이 전혀 없다.

진료기록을 받을 때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 관련 교육도 받은 바 없다. 보관 예산과 관련, 별도 공간이 없다보니 진료기록을 받은 보건소도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다.

전자 기록을 하는 병원 역시 복원에 수천만 원을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에 여론에서는 이는 의사들의 양심 문제. 양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의사을 어떻게 믿고 내 건강을 맡길 것인가. 자신의 가족 개인정보가 담긴 진료기록이 이처럼 버려진다면 무단 폐기할 것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은 진료기록 유출로 인한 범죄악용 등의 2차 피해까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료기록을 기록물관리법 관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진료기록 보관·관리를 위한 전국적인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기관을 둬야한다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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