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들에게 주문한다 "제발 밥값 하는 국회를..."
초선의원들에게 주문한다 "제발 밥값 하는 국회를..."
  • 김흥업
  • 승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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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삼포세대’란 신조어가 있었다.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이들이 백수가 되어, 스스로를 자학하며 지어낸 말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춘 세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오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삼포’의 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 더하여 ‘인간관계’, ‘내 집 장만’까지 아예 포기한 세대를 일컬어 스스로 ‘오포세대’라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또 무엇인가?
숨 고를 사이도 없이 등장한 것이 ‘칠포세대’다. 그리고 또 다시 ‘N포세대’라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신조어가 그들의 입을 통해서 등장했다. 꿈과 희망까지도 가질 수 없는 세대, 더 이상 포기할 게 없다는 의미에서, ‘N분의 일’로도, 특정하게 나누기 해봐도 포기할 것 조차 아예 없다는 의미에서 ‘N포세대’라 자폭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지금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 이혼율 1위, 출산저조율 1위, 암 발생율 1위, 교통사고율 1위. 수치스럽고도 부끄러운 1위가 수다하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숨이 막힐 만큼 각박해져, 그 스트레스에 짓눌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가 아니겠는가?
 
한국의 50년대, 60년대를 피와 땀을 흘리며 사신 어른들은 ‘N포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적어도 희망을 놓지 말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부딪치며 살아 보라고 충고한다. 사노라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라 격려한다. 그러나 땀을 흘리며 팔 걷어 붙이고 일할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층 로비. 이곳에 마련된 초선 국회의원 당선자 오찬장. “20대 국회! 끝까지 초심으로!” “초선 변화!” “일하는 국회! 밥 값 하는 정치인!” 와인 잔이 돌려지고 소리 높이 건배를 외치던 초선의원들은, 그러나 웬만하면 걸어서 올라가도 되는 한 층 계단을 굳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런가 하면 걸어서 가도 될 300m남짓 거리를 굳이 6대의 대형버스를 이용하고 ……
비도 오지 않은 맑은 날임에도 이러한 ‘나으리행차’를 거리낌 없이 하였던 바…… 더욱이 이날 행사 중 낮 시간에 춘곤증에 시달리던 초선 의원들은 그러나 ‘국회의원 수당 및 지원경비 소개순서에서는 언제 졸았냐는 듯 자세를 바로 하고 전면에 있는 스크린을 주시 ? “일반수당 월 646만원, 입법활동비 314만원, 관리업무수당 71만원”이란 글자를 뜨자 저절로 입 벌여 웃고……
 
왠지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 아무래도 불안한 출발이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온 몸을 던져 일하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 드디어 국회의사당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인데……

‘N포세대’를 생각하는가.
‘삼포’, ‘오포’, ‘칠포, ‘N포’를 생각하는가.
이 나라 젊은이들의 축 늘어진 어깨를 생각하는가?
300m 정도는 걸어 다니며(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1개 층 정도 계단은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걸어 다니며, “끝까지 초심으로!”
“일하는 국회! 밥값 하는 국회!”그 건배사를 다시 외치며 밥값 하기를 주문한다면 억지가 될까.
‘N포세대’의 두 손이 제 밥값이라도 하는 두 손이 되도록 만들어주길 조심스럽게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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