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신 망각 '한국전력' 조환익호, 국민고통 외면
공기업 정신 망각 '한국전력' 조환익호, 국민고통 외면
  • 박경도 기자
  • 승인 2016.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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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 누진세 논란
▲ 조환익 한전 사장

공기업활동의 경제적 논리는 효율성공익성으로 집약된다. 전기·수도와 같은 업종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면서 독점기업의 형태인 경우이다. 이 중 공기업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h84원에 구입한 전력을 소비자들에게 112원에 판매했다. 큰 수익을 낸 가운데 조환익 사장이 전기요금 인하론에 선을 긋는가 하면 2조원대 배당까지 추진하자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들은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차라리 일반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견도 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모든 가정의 희생으로 특정 대기업 혹은 거대 기업만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

요금체계, 국민에게 부당

지난 20148, 20명의 시민들은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을 시작했다. 당시 곽상언 변호사는 주택용 전력에 불공정한 요금체계를 적용, 각 가정으로부터 부당하게 징수해온 전기요금을 돌려 달라며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누진제(많이 쓸수록 값이 비싸지는 것)’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선고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참여인원이 750여명으로 늘었다.

곽 변호사는 지난달 28CBS 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일부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한국 전기요금의 부당함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세가 적용되는 상황. 1972년 유신 때 국제유가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 유도 목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누진율(가격, 수량 따위가 더해감에 따라 점점 높아지는 비율)1.6배에 불과했지만 현재 한전이 인정하는 누진율은 11.7배에 이른다.

곽 변호사는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기본요금도 다 다르다“55kWh 사용자의 전기요금과 그것보다 10배를 사용한 550kWh 사용자의 전기요금을 계산했을 때 누진율이 없다면 딱 10배 차이가 나지만 누진세를 적용하면 실제로 내는 돈은 42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적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곽 변호사는 누진제 자체가 있는 국가 혹은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한전이 독점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외국 소비자들은 가장 싼 요금과 가장 좋은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일수록 혜택 커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전기 소비량 중에서 주택용 전기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6위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소비량은 56.6%로 나타났다. 일반 영업용이 21.4%로 그 뒤를 이었다.용도별 가격도 산업용은 kw/h107.41원으로 123.69원인 주택용은 물론 113.22원의 교육용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에는 전기를 많이 쓰면 누진세를 적용해 비용을 더 물게 하는 한, 기업에는 오히려 전기를 더 많이 쓸수록 요금을 깎아주고 있다. 곽 변호사는 우리나라 전체 전기소비량의 24%가량은 대기업이 사용한다현재 전기요금체계는 희한하게도 대기업일수록 더 깎아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한 물건을 많이 사서 할인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물건을 많이 쓴다고 해서 징벌적으로 폭탄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주택용 누진제의 문제점은 정부도 이미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택용 요금에 대해서 누진제 완화는 필요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한시적으로 석달만 요금을 할인했고 근본적 제도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 인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공기업으로서의 투자 필요

한국전력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134천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후 한전은 부채 107조원을 갚기도 바쁜데 2조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나섰다. 전기요금인하 논란과 함께 공익이란 가치는 팽개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산업계에서도 그럴 여유가 있으면 기업들을 위해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입을 모았다. 전경련과 자동차산업협회 등 모두 25개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인하 건의서를 전달했다. 전기요금을 1%만 내려줘도 2900억 원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이미 충분히 낮은 가격에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OECD 주요국가들의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일본은 185, 독일은 177을 나타낸다. 즉 우리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3년 전 요금을 인상해 이 정도로 격차를 좁혔다. 이에 따라서 오히려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

국민이 낸 전기료를 바탕으로 회사 운영을 해온 공기업 한전은 지난해 효율성·공익성에서 모두 쓴소리를 들었다. 올해도 수익성 전망이 밝은 만큼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인 주택용 누진제를 보완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더 투자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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