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배당 ‘도마’
증권사 고배당 ‘도마’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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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의 고배당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영업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배당으로 외국 자본 등 대주주의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 자본 유출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주당 700원씩 총 234억5천만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메리츠증권이 2003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113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으로 사내 유보금까지 배당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 총액 비율)은 207.05%에 달한다. 특히 이 회사의 대주주는 25.33%의 지분을 가진 홍콩계 펀드 파마그룹으로 고배당에 따른 자본 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02년에는 순이익의 14배가 넘은 50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세종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세종증권은 지난해 31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27억9422만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또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우리증권은 순이익의 5.9배에 이르는 139억원, 대신증권은 순이익의 67.0%인 491억2714만원을 각각 배당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대주주인 하나증권은 199억4320만원을 배당할 계획이어서 배당 성향은 41.53%에 이르게 됐다. 이들 증권사의 배당 성향은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 성향 24.5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정원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은 “외국 자본은 사회적 책무와 기업의 영속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간의 자금 회수에만 몰두해 있다”고 주장하고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지주회사 등 국내 금융자본도 자회사의 이익금과 내부 유보금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1999년 5월 메리츠증권 지분을 인수한 파마그룹은 이후 4년 동안배당금으로만 투자금의 38%를 회수했다”고 상기시키고 “조지 소로스가 1999년 1월 32%의 지분을 취득한 서울증권을 비롯해 리젠트증권에서도 보듯이 외국 자본이 고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일시에 회수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노조는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의 경우 직원들이 고용 불안과 불합리한 임금구조에 시달리고 있는 데도 고배당으로 대주주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배당규모를 확정하는 두 회사의 28일 주주총회 개최를 막기로 했다. 이들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사내 유보금 등을 감안할 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당하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잇속만 챙긴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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