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왕’ 조동만, 10여 년 ‘버티기’의 기록
‘체납왕’ 조동만, 10여 년 ‘버티기’의 기록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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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낼 재산 한 푼 없지만 해외 여행은 간다”
▲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의 외손자 조동만(63)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산다. 이병철 전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사는 이른바 삼성 타운근처. 고급 빌라 두 채를 튼 전용 면적이 310이나 되는 고급 빌라다. 조 전 부회장은 2007년부터 4년간 미국, 홍콩 등 14개국을 500일이 넘게 여행을 다녀왔다. 현재 뚜렷한 직업이 없는 그는 세금 709억원을 떼먹어 출금이 금지됐다.

법원 출국 금지 정당

그는 20006월 한솔엠닷컴 주식 588만여 주를 KT에 양도하고 현금 6669000여만 원과 SK텔레콤 주식 42만여를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은 양도소득세 72억여 원과 증권거래세 3억여 원을 납부했다.

국세청은 조 전 부회장이 SK텔레콤 주식 가격을 낮춰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추가로 총 431억의 세금을 물렸으나 조 전 부회장은 내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 10년 넘게 버티다보니 300억원이 넘는 가산금이 쌓였다. 과세 당국이 압류 절차를 통해 392천여만 원을 받아낸 뒤에도 체납한 세금은 총 709억여 원에 달했다.

조 전 부회장은 출국금지를 중지해 달라고 소송을 내면서도 세금을 납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와 별도로 84억여원의 지방세도 내지 않고 있다. 그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고액 체납자 1위 자리를 다투다 선두에 올랐다.

대법원 1(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30일 조 전 부회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조 전 사장은 밀린 세금을 내지 않는 한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앞서 국세청은 2011년 그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재산을 빼돌릴 수 있다고 판단,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여러 차례 이를 연장해왔다.

그러자 조 전 부회장은 201411월 출국금지 기간 연장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모든 재산이 압류돼 있고 생활기반도 국내에 있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결된 문 열자 금고

1·2심 법원은 모두 소송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출국 목적이 불분명하고 비용의 출처도 제대로 소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출국이 허용되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세무당국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 법원은 한솔그룹의 자산 승계 내역 등에 비춰 조 전 부회장은 이미 압류된 것 외에도 여전히 재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출국금지 처분을 받기 전 조 전 부회장이 56차례에 걸쳐 출국해 503일 동안 해외에 머무는 등 은닉한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최 전 회장이 체납한 지방세를 징수하기 위해 가택을 수색한 끝에 금품 1억여원을 압류한 바 있다.

20139월 서울시 직원이 조 전 부회장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집에는 눈에 띄는 가구나 집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재산도 없고 수입도 없다. 세금 낼 형편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집과 연결된 문을 열자 옷이 가득한 옷장과 현금이 든 금고가 나왔다. 조 전 부회장 소유였던 이 집은 세금 체납으로 압류됐다가 공매로 나오자 조 전 부회장의 매제가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회장은 금고에 보관된 돈은 자기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직원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후문이다. 현행법상 재산 압류는 본인 명의 재산만 가능한데 조 전 부회장 본인 명의 재산은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부유한 가족? 난 빈털터리"

조 전 부회장 일가는 2011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한솔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자금력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한솔PNS는 한솔인티큐브 지분 1921600(14%)를 조 전 회장의 아들인 조 전 부회장(10%)과 처인 이미성 씨(4%)에게 매각했다. 이를 통해 조 전 부회장은 24억 원 상당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고 이미성 씨도 14억 원의 주식자산을 갖고 있다.

그는 소송 당시 가족들이 부유한 생활을 한다고 지적받자 가족들이 세금을 대신 내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나아가 세금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조 전 부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맏딸 이인희 고문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1953년 아버지 조운해 전 고려의료재단 명예이사장과 어머니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사이에 태어났다. 32녀 가운데 차남이다.

조 전 부회장은 한 때 정보통신 사업을 이끌며 유력한 대권 승계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벌여놓은 사업이 부진하면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고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도 적발됐다. 그는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인수,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회삿돈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200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조 전 부회장의 딸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이다. 아들은 병역을 기피하려 병무청을 속였다가 들통 나 유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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