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무마해줄게"...전 공정위 간부 '브로커짓' 실형
"사건 무마해줄게"...전 공정위 간부 '브로커짓' 실형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간부 A씨 브로커 비리 구속

준사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경제분야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전 고위 간부가 퇴직 후 공정위 사건 청탁 알선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았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 형사합의5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공정위 고위 공무원(2) 출신이자 전 한국소비자원 부원장 임모(57)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4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공정위 3급 출신 유모(59)씨에게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지만 징역형의 선고는 유예했다.

사건 무마 대가로 뒷 돈

앞서 부산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공정위 단속에 걸린 중소기업들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임 씨를 구속했다. 공정위 고위 간부 출신인 임 씨는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공정위 단속에 걸린 중소기업들에서 사건 무마 혹은 해결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유통업체에 공정위의 단속 정보를 흘리고 돈을 받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조사 결과 20142월 공정위 2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곧바로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 씨는 사건 청탁 알선 대가로 4500만원을 받고 후배 공무원에게 100만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가 인정됐다.

임 씨는 대기업 건설사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게 담당 공무원에게 힘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2014811월 당시 공정위 서울사무소 건설하도급과장이던 유 씨에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건설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를 마무리해달라고 청탁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자 중소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500만원을 받았다.

임 씨는 또 20144월 입찰담합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한 업체로부터 사건을 잘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100만원과 상품권 100만원 어치를 받아 담당 공무원에게 상품권 100만원 어치를 뇌물로 전달했다.

201411월에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빠진 의류제조업체 대표 지인에게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교제비 명목으로 300만원을 송금받았다.

이어 사건이 경고처분으로 종결되자 5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임 씨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된 다른 의류업체에서 사건무마 청탁을 받자 과징금이 적게 나오게 하려면 공정위 후배 공무원들과 식사도 해야하고 술도 마셔야하고 용돈도 줘야한다며 의류업체 대표에게서 3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관련 직원들 파악조차 안 해

이처럼 공정위 출신 전직 고위간부가 산하기관 임원으로 있으면서 공정위 사건 청탁 알선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지만 당시 공정위는 알선, 청탁에 관계된 직원들을 파악조차 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이에 관해 의원실이 임 전 부원장이 알선, 청탁한 것으로 드러난 담당과장들의 당시 직책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임 전 부원장과 관련해 수사상황을 통보받은 바 없다는 이유로 알선 또는 청탁받은 직원 현황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된 하도급법 위반 사건 2건은 공정위 출신 임 전 부원장이 담당과장에게 연락해 청탁한 것이 드러난 만큼 사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정위가 즉시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그런데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검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통보받은 바 없다는 이유로 직원 현황 제출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청탁을 받은 담당과장이 누구인지,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었는지 등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임 씨는 공정위에서 서울총괄과장, 하도급총괄과장,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뒤 퇴직해 일주일 만에 소비자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공피아(공정위+마피아)’라는 논란을 불렀다. 임 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소비자원 부원장에서 물러났다.

유 씨는 임 씨의 소개로 알게 된 중소 건설사의 공사대금 관련 사건을 해결해주고 건설사 대표에게서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공정위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임 씨는 자신의 지휘를 받던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해 죄질이 좋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수수한 돈 대부분을 반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 씨도 직무과 관련해 500만원을 뇌물로 수수해 공직사회 청렴성과 직무집행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점을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고 수수한 돈을 모두 반환했으며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선고유예 이유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