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롯데, 100년 문화재 헐고 '영빈관' 지은 사연
'일본 기업' 롯데, 100년 문화재 헐고 '영빈관' 지은 사연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6.0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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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제 가옥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롯데는 명백한 일본 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 롯데가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낱낱이 드러난 것.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 최정점은 일본의 광윤사(光潤社). 광윤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가 89.6%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가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 계열사와 함께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한다. 사실상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소리다. 특히 총수 일가가 갖고 있는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은 2.4%에 불과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단 0.1%의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끝없는 국적 논란 속에서 이번에는 롯데그룹의 영빈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친일파 건립...궁궐급 문화재 한옥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롯데그룹의 영빈관이 100년이 넘은 문화재 한옥을 철거하고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의 영빈관 자리는 백인제 가옥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백인제 가옥은 1913년 친일파이자 재계 1인자였던 한상룡(당시 한성은행 전무)2460의 대지 위에 완공해 올해로 103년을 맞은 문화재 한옥이다. 전통방식과 일본양식을 접목해 지은 이 근대 한옥은 서울에서 윤보선 전 대통령 가옥 다음으로 큰 규모(113칸짜리 한옥)를 자랑한다. 당시 새로운 목재로 각광받았던 압록강 흑송(黑松)이 건축자재로 사용되는 등 궁궐급으로 건설됐다. 지난 1977년에는 서울시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롯데그룹 영빈관 자리는 원래 백인제 가옥에 속해 있었지만 1935년 당시 소유주였던 최선익이 대지를 분할해 타인에게 판 것을 계기로 백인제 가옥과 분리됐다. 이후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다가 2011년 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사들여 다음해 기존 부속채(손님채로 추정)를 철거하고 새로 현대식 한옥을 지었다. 이 한옥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서 머무를 때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는 거처로 롯데그룹이 주로 손님을 모실 때 사용하는 영빈관이라고 밝힌 건물이다.

이 건물은 1940년부터 건축물관리대장에서 확인되는데 집의 구조 및 위치로 볼 때 백인제 가옥 건립 당시부터 존재했던 부속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유명한 친일파이자 기업가였던 한상룡의 집엔 역대 조선총독, 조선 및 일본의 귀족, 정재계의 실력자들이 드나들었다.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 2(John D. Rockefeller·1874~1960)이 연회를 즐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100년의 역사를 품은 가옥의 별채 역할을 한 한옥을 롯데그룹이 사들여 별다른 제제나 허가 절차 없이 허문 것이다. 정부 및 관계부처의 허술한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규제 없이 롯데그룹에 허물어져

지난 2012멸실당시 해당 한옥은 양호한 보존상태를 유지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본채(안채·사랑채·별당·처가채)는 지난 19773월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구조변경에 제약이 따라 보존이 매우 잘 돼 있는 상태다. 내부 목구조가 아직도 건재하고 외형도 비가 들이치는 하부부분을 제외하면 육안으로 봐도 변형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원형이 잘 보존돼왔다.

백인제 가옥은 건립 당시부터 수백 년을 내다보고 지은 최고 수준의 건물로 별채 역시 동일한 공법, 목재로 건립됐다. 이에 따라 별채였던 손님채의 양호한 보존상태를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백인제 가옥은 수년에 걸쳐 세심하게 복원되면서 최고 수준의 보존상태를 회복,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상룡이 1913년에 지었던 본래의 부속채이자 161.98(49)의 비교적 큰 규모인 손님채는 부주의한 멸실로 인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철거 당시 100년을 맞은 문화재 한옥이 아무 규제도 받지 않고 허물어진 것이다. 분필로 인해 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한 사이에 학계, 서울시, 문화부 및 문화재청, 시민단체의 무관심 속에서 그 문화적 가치가 알려지지 못하고 멸실됐다.

롯데그룹 측은 해당 가옥은 그룹 소유가 아닌 B회장 개인 소유라며 그런 내력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다.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 한 것뿐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가옥은 현 시가 52억가량으로 건축 당시 방탄유리로 마감했다.

한편 19일 롯데그룹 홍보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파악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애국심 마케팅에 뒷 말’ 나온 이유

지난해 815일 롯데는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제2롯데월드와 롯데백화점에 태극기를 다는 등 애국심 마케팅으로 민심 잡기에 나선 바 있다. ‘반 롯데·친일 기업논란으로 롯데 불매운동까지 일어났기 때문.

하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 총수 일가는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아 애국심 마케팅의 진정성에 논란이 일었다. 신동빈 회장의 영빈관 맞은편에 있는 일반 주택들이나 바로 옆 건물인 백인제 가옥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에는 태극기가 게양돼 있지만 그 장소는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부자·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한국 롯데의 대주주들이 일본 기업이라는 것과 이로 인해 수년 동안 일부 배당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당시 신동빈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아예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어로 대화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국적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의 외숙부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라는 풍문도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시게미쓰 마모루와 시게미쓰 하츠코 씨는 친인척이 아니다며 완강히 부인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아울러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형제가 이중국적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던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각각 일본에서 태어난 신동주(1954년생), 동빈(1955) 형제는 이중국적으로 살다가 군 면제를 받은 이후 일본 국적을 포기(1990년대 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예약되기도 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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