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삼성가 문화재 수집의 비밀...'리 컬렉션'
[신간] 삼성가 문화재 수집의 비밀...'리 컬렉션'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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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처음 공개되는 삼성가 명품 컬렉션, 마침내 열린 판도라의 상자

20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국내 최대의 국보급 문화재를 수집하고 소장한 삼성가의 국보 컬렉션의 막후 이야기가 비로소 세상 밖으로 걸어나왔다.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가진 명품 컬렉션의 시작부터 국보 1백점 프로젝트를 거쳐 현재 간송미술관 이상으로 가장 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보유하기까지 그 안팎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두가 궁금했지만 잘 알 수 없었던 이야기, 비밀의 봉인이 비로소 풀렸다.

나는 이 책에서 삼성가와 수집’, ‘박물관과 문화그리고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 내용이 단순한 호기심 충족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비판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의 호기심을 채우거나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를 기록하려 함이 아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내가 직접 몸담았던 호암미술관에서 리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삼성이 단초가 되었던 우리나라 문화 예술계 발전의 한 단면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내가 수십 년 동안 옆에서 직접 보고 체험했던, 이병철로부터 이건희까지 수집과 박물관에 관련된 상세한 에피소드와 내막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들이 기업 외적인 활동으로 왜 수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개인적 취향이 수집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수집품이 명품의 반열에 올라 박물관에 자리 잡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그려낼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명품이 탄생하고 자리 찾기까지의 숨겨진 문화사를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자산으로 가치가 있다. 수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박물관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건립은 공공화를 의미하며 이는 수집의 사회 환원이라는 형태로 수렴되기에 그렇다.” (3233)

걸작·보물 수집하고 국보가 탄생하기까지...아찔한 매혹의 드라마

삼성에서는 총 150건이 넘는 국보급 문화재를 수집했다. 현재 서울의 리움미술관과 용인의 호암미술관에는 국보 37건과 보물 115, 도합 152건이 분산되어 전시되거나 보관되어 있다. 개인의 수집으로 볼 때 국보급 지정문화재 152건이라는 숫자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수집을 시작하여 박물관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과 호림박물관의 국보와 보물을 합쳐도 70건이 되지 않는다.

박물관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시작된 삼성가의 수집과 박물관 건립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혹과 시샘, 질타가 있었다. 구설수가 뒤따랐고 각종 사회적 사건들에 얽히고설킨 뉴스들 속에 그들의 수집은 순수한 개인의 열망으로만 비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집은 몰라도 박물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박물관의 출발은 수집이지만 수집의 끝은 박물관이 아닐 수 있다. 수집은 갈망과 행동력의 영역이지 돈으로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가 2대에 걸쳐 수집에서 시작하여 두 박물관(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한 역사의 정리는 미술사의 굵직한 획을 정리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하며, 예술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국가와 모두에게 헌정했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바탕의 역사를 손수 설계하고 착수해 오늘날의 호암과 리움이라는 멋스러운 박물관으로 만들어낸 나의 공에 대해서도 굳이 겸손의 덕을 내세우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 내가 젊음을 쏟아가며 건립한 박물관에 대해 그만한 자부심을 지닐 수 있는 까닭은, 정말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박물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내 젊음과 평생이 그곳에 고스란히 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쓰여진 모든 이야기는 결코 삼성이라는 기업 주변에 대한 회고록이 아니다. 나는 고고학자였고, 박물관장이었으며, 수집가로 평생을 다해 수집과 박물관 외에는 외도를 해본 일 없이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수집과, 그 역사가 만들어낸 맵시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전부이다. 그 애틋한 애정과 수집의 역사를 다시 한올 한 올 풀어 새롭게 엮어보려 한다.

이 모든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20)

고고학자이자 수집학자, 박물관장으로서 한 길을 걸어오며 쌓아온 수집과 박물관에 대한 오롯한 사랑과 깊은 시선으로 풀어내는 리 컬렉션이야기는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한국의 수집 문화가 개화하고 박물관의 기초와 토대가 다져지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사 강의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모든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의 여정은 오로지 좋은 수집, 좋은 박물관의 조건은 무엇일까?’를 향해 있다.

시작과 끝에 언제나 그가 있었다...좋은 수집, 좋은 박물관이란?

이 책을 내기 위해 저자는 20년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문(?)에 부쳐진 이 국보급 이야기의 빗장을 푼 저자는, 1970년대 호암미술관을 만들고 지금의 리움미술관까지 이어지는 20여 년간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가장 가까이에서 삼성가의 명품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의 건립과 성장을 이끌었던 수집가이자 호암미술관의 부관장을 역임한 이종선 관장이다.

나는 바로 그 명품들이 간직하고 있는 풍파와 숨겨진 이야기를 이곳에 담아내고 싶었다. 의도적으로 숨겨졌거나 뜻하지 않게 묻혀졌던 수집 그 뒤의 이야기들을 이제는 꺼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삼성을 떠난 지도 어언 20, 나는 누군가의 애정을 보필하는 데에 꽃 같은 젊음의 열정을 듬뿍 바쳤고, 이 이야기를 꺼내는 데 20년을 기다렸다. 참 무던히도 묵혀왔다. 흙더미를 헤친다고 곧장 유물이 나오지 않는다. 융기와 침강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을 거쳐야 대지는 비로소 유물의 흔적을 토해낸다. 마찬가지로 나는 바로 이즈음이 삼성의 두 경영자가 대를 이어 이뤄낸 한국 미술사 속의 참 맵시를 세상 밖으로 꺼낼 때임을 느꼈다.” (19)

저자 이종선 관장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고고학에서 미술사학, 수집학, 박물관학까지 전방위적 이론과 실무, 현장과 대학을 아우른 학자이자 실행가이다.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고고학, 미술사학, 인류학, 중국학을 공부했다. 1976년에 삼성문화재단의 호암미술관 설립과 개관 및 운영을 위해 이병철 회장에게 발탁된 후 20여 년간 삼성가의 수집과 박물관 건립을 주도하며 국보급 문화재 150여 점을 수집, 확보하는 황금기를 만들었다. 호암미술관 부관장을 역임하고 이후 동국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역사박물관 초대관장, 경기도박물관 관장, 한국박물관협회 부회장, ICOM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경기문화재단 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한국박물관학회 회장, 삼성미술관-리움 자문위원을 지냈다. 그밖에 경기도현대미술관, 경기도 연천의 구석기박물관, 백남준미술관 등의 설립, 개관, 경영에 관여했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옆에서 직접 보고 함께했던, 이병철로부터 이건희까지 이어진 수집과 박물관에 관련된 사연과 내막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20년간 잠자고 있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펼쳐내고 있다. 삼성가 2대를 거쳐온 수집 활동은 어느덧 우리나라 미술사를 아우르는 무수한 걸작들을 그 품속으로 끌어들였고 시작과 끝에 언제나 그가 있었다. 삼성을 세우고 이끌어온 이병철-이건희 부자의 곁에 그림자처럼 머무르며 그들의 수집 벽을 또한 수집했던 그는 마침내 명품 컬렉션을 완성시켰다.

우리 국보 순례기...호암·리움미술관 최고 걸작들을 한권에 담았다

엄혹한 7080년대에 당대 서화가와 문사들을 후원하며, 고미술과 골동품에 취했던 이병철과 호암미술관, 국보 1백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최고의 걸작으로 멋스런 박물관을 만들어낸 이건희와 리움미술관. 그들은 무엇을 왜 어떻게 수집했을까?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의 국보와 보물들-도자기, 불상, 그림, 글씨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병철 컬렉션의 최고품으로 꼽히는 가야금관과 청자진사주전자, 이건희 컬렉션의 백미 백자달항아리부터 고구려반가상, 그리고 단원과 추사의 그림과 글씨 등 호암과 리움미술관에 자리한 우리 국보 감상을 위한 입문서로 제격이다. 또한, 세상을 놀라게 한 걸작의 발견과 수집, 명품의 탄생과 배경, 미술사적 가치와 아름다움, 해설이 빛나는 손 안의 미술관이다.

수집이란 어디까지나 애정과 갈망 그리고 집념의 문제가 아닌가. 애틋하고 간절한 갈망이 없었다면 이들의 수집이 그 수많은 풍파를 헤치고 나라를 대표하는 명품으로 오늘날 대중에게 선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묻혀졌던 국보급 문화재와 유적의 발굴과 발견에서부터 베일에 싸여있던 수집과 복원 과정, 확보 후에 이루어지는 연구와 기획전시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누구나 궁금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국보 탄생과 박물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천하 명품들에 숨겨진 가슴 뛰는 우리 문화사를 만나보길 바란다.

저자 이종선/ 출판사 김영사/ 2016.01.29./ 페이지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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