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 매출통계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공개한 ‘2015년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 결과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벤처기업 매출액 통계와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1년 사이 같은 조사 항목의 통계치가 급변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15년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서 2014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매출액 100억원 초과 기업이 전체의 2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1999년 시작된 정기 실태조사인데 업체 수가 늘면서 중기청은 전수조사 대신 2008년부터 1천∼2천개 기업을 뽑아 조사하는 표본조사로 방식을 바꿨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벤처기업을 제외한 벤처확인기업 2만9천844개를 매출액별로 살펴봤을 때 10억원 이하가 21.5%,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가 56.9%, 100억원 초과 기업이 21.6%였다.
업종·지역·고용인원 등을 고려해 실태조사 표본으로 추출한 2천227곳을 살펴보면 10억원 이하가 20.1%,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가 53.0%, 100억원 초과 기업이 26.9%였다. 벤처확인기업 4개 가운데 1개는 매출이 100억원 이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확인·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약 3만개 벤처기업 가운데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기업이 48.43%로 전체의 절반가량이다.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 비율은 10.4%로 중기청 발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벤처확인·공시시스템에는 매출액이 미미한 예비벤처기업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72곳에 불과해 이 같은 통계 차이의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매출 10억원 이하 업체는 표본에서 절반 이하로 확 줄이고 100억원을 넘긴 회사는 두 배 이상 더 많이 포함시켜 통계가 왜곡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1년 전 같은 실태조사(2013년 말 기준)에서는 100억원 초과 벤처기업 비중이 12.8%에 불과해 한 해 사이 매출액 100억원 초과 기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담화에서 “여러 노력으로 작년에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3만 개를 돌파했고 신규 벤처 투자도 2조원 넘어서 다시 제2의 창업붐이 일고 있다”고 창조경제의 성과를 치켜세운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와 벤처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다보니 결국 정부부처가 정책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통계 마사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방법으로 표본을 추출했고 전문적인 분석은 외부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중기청이 매출액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며 “벤처통계시스템 자료는 기업체가 벤처확인을 신청한 당시인 1∼2년전 수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매출액 통계는 2014년 재무제표 등 벤처업계의 가장 최근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라며 중기청의 실태조사와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