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투기자본의 國富유출 논란
外투기자본의 國富유출 논란
  • 최창성기자
  • 승인 200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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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주도력을 외인들에게 빼앗기며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국내증시 현실에서,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부유출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선물 시장에서의 `Wag the dog현상‘에 대한 개탄의 한숨과 함께 이제는 외국투기자본의 ‘주주이익 우선원칙’을 방패막이로 삼은 개별기업에 대한 투기적 행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전국증권산업노조와 브릿지증권노조, 대안연대는 증권거래소 기자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외자유치 제일주의’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긴박하게 상황이 전개되는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Bridge Investment Holdings, 옛 KOL)의 브릿지증권 상장폐지 계획을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브릿지증권노조는 BIH가 사옥매각 등의 자산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유입시킨 뒤, 유상감자로 투자자본을 회수하고 자신들의 수익극대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준영 브릿지증권 노조위원장은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BIH측과 만난 자리에서 BIH측이 ‘1200억원을 회수할 수 있도록 협조하면 상장폐지를 막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BIH는 미국 위스콘신연기금 등이 세운 투자펀드로 말레이시아의 조세회피 지역인 라보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98년 2월에 리젠트 그룹의 KOL로 출발하여 그 해 3월 대유증권을 인수하고, 99년에는 70%의 고배당으로 무리를 빚기도 하였다. 그 이후 연이어 경수종금, 해동화재, 일은증권을 인수, 2000년에는 진승현게이트에 연루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인 리젠트회장 짐멜론은 기소중지되었다.

◆브릿지증권 대표이사, 검찰고발
브릿지증권노조는 지난 9일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측의 선임 경영자인 윌리엄 대니얼 사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을지로 본사사옥과 여의도 사옥의 매각과정에서 드러난 헐값매각이 이유였다.
감정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외국계 GE캐피탈에 매각을 단행하며, 그 과정에서도 통상 행해지는 공개입찰이 아닌 비공개입찰로 MOU를 체결한 뒤, 매각이전의 임대료보다 훨씬 비싸게 임차를 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브릿지증권노조는 “BIH가 이렇게 마련된 현금을 이용 100% 무상증자 후 1200억원 규모의 유상소각으로 대주주의 지분 변동없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상장폐지 이후 청산절차를 밟아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황준영 브릿지증권 노조위원장은 “BIH가 지난 98년 3월에 진출한 이후 99년 70%의 고배당, 감자, 합병시 주식매수 청구, 자본소각 등으로 투자자본의 상당 부분을 회수했음에도 재차 유상감자 등을 통해 자본회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본금 688억원과 자기자본 3600억원을 유지하고 있는 우량한 브릿지증권을 기업의 존속·유지마저 포기한 채 투자수익을 위해 상장폐지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브릿지증권노조는 이러한 대주주 BIH의 횡포에 맞서 전국증권노조와 연계한 투쟁을 게속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노조원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하여 노조원 357명 중 312명이 참가하여 270명(86.5%)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BIH의 상장폐지 기도의 이유
BIH의 상장폐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7월에 전임 피터 사장이 독단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여 이사회를 통과했으나 그 해 12월의 임시주총에서 상장폐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였다.
그 후 2003년 4월에는 이사회를 개최하여 최소 18개월 이내에 추가자본감소가 없다는 조건에서 375억원의 자본감소를 결의하였으며, 이 자리에서 계속기업유지 및 상장유지 의사를 표명했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9개월동안 총 4차례에 걸쳐 805억 가량의 투자자본 회수와 자본금의 1164억원에서 688억원으로의 감소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120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유상감자 조치는 기업의 존페를 위협하는 사안으로 대주주의 상장폐지 기도의 이유를 ‘자본회수의 용이성’을 첫째 이유로 꼽았다.
Squeez Out(소액주주 몰아내기)을 통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극대화시켜 상장기업을 사유화하려는 일환으로, 상장폐지를 통해 공시의무에서 벗어나 은밀하게 자본을 유출하기 원활한 구조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또한 브릿지증권의 경우에 상장페지 이후의 청산가치가 현재 주가 대비 최소 2배 이상 되기에 대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한다면 기업존속유지보다는 청산이 상당한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청산 가치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는 주당순자산가치(BPS)와 현재 주가와의 괴리가 상당한 상황에서, 대주주인 BIH는 상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회사청산을 통해 현재 주가 수준의 2배 이상의 자산을 배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 증권은 과거에 상장폐지 결정 방침으로 2000원대에 스퀴즈아웃을 단행하였고, 자사주를 포함하여 외국계가 90.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증권거래법상의 주식분포요건 미달과 거래량 부족으로 관리종목 지정 상태이다.
지난 해 12월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우리사주조합결성으로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하여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났으나, 소액주주 지분 10%미달로 다가오는 6월 30일까지 주식분포 요건을 해소하지 않으면 재차 상장폐지될 위험에 처해있어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상장폐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회사측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없는 상황으로 공식적으로는 상장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외자유치, 만병통치약인가?
지난 15일에 발표된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의 해외직접투자 선호도 조사에서 중국과 인도가 1,2위를 차지하고 한국은 영국, 싱가포르와 함께 9위를 기록했다.
2001년 이후 외국인의 직접투자금액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이 특별히 매력적일 수 있는 분야로 정부는 금융을 꼽고 있으며 ‘금융우선의 원리’에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브릿지 증권의 문제로 현재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계획’의 맹점이 드러났다. 현재 브릿지 증권에서 보여지고 있는 투기자본의 국외탈출을 위한 모습은 우려했던 투기자본의 모든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한 이익창출이 아니라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이익을 획득하기 위하여 미증유의 사태가 자행되고 있다.
IMF로 촉발된 외국자본의 한국진출은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한국금융시장의 투명성 강화 ▲자본시장의 활성화 ▲일자리창출 ▲선진금융기법의 도입 등의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에 ‘외자유치=경제발전’의 맹신 속에서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던 무분별한 외자유치는 금융감독 정책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와 외국투기자본의 국부유출의 횡포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양적인 외자유치를 지양하고 초국적 투기자본을 배제한 실물경제에의 외국인 직접투자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의 단순한 ‘외자(外資)지상주의’로는 외국자본의 횡포에 맞설 수 없으며, 금융자본의 유동성 증대와 투기적 활동이 경제의 장기적 성장과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유상감자를 통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부유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브릿지증권노조 법정 대리인인 최진석 변호사는 “고의 상장폐지 의혹이나 고배당 및 유상감자를 통한 이익을 탈취하는 주주자본에 대해서는 특별법으로 제재할 수가 없어서, 일단 사안의 긴박성을 고려하여 사옥의 헐값매각을 이유로 지난 9일 BIH측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立法不備로 속수무책
지난 13일의 기자회견에서 증권노조는 “일반적으로 국제투기 자본은 5년 전후를 투자기간으로 미리 설정하기 때문에(펀드의 성격) 애초부터 경영을 통한 장기적 이익추구 보다는 자본의 분할·합병 및 구조조정 등으로 단기적 자본이득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증권노조는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와 풋백옵션 ▲소버린의 (주)SK에 대한 지분매집과 적대적 M&A시도 ▲시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상장폐지 계획(국내저축의 해외이탈 및 초과이윤 빼돌리기 가능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브릿지증권 사태와 관련하여 곧 실사에 착수할 것을 밝히면서도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고, 또한 구체적인 조항을 근거로 제재를 가하기에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안연대회의 이찬근 교수(인천대학교)는 “국내 증시에 투입된 외국자본의 약 95%가 단기간의 투자이익을 노린 투기자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며 “대주주의 감자나 정리해고 등을 제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증권노조, 금융감독 당국의 제도개선 요구
증권노조는 또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제도개선을 위해 ▲펀드는 금융기관의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지 않으며 ▲유상소각을 금융당국의 인허가 사항으로 전환(회사의 긴급한 상황에서만 감자허용) ▲대한민국의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주체의 경우, 이후 한국시장의 진입을 영구히 금지시키는 입법을 추진 하는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유상감자를 통한 투자금 회수사례가 브릿지증권이 처음은 아니다. OB맥주의 지분 95%를 소유한 벨기에 인터브루사는 지난달 30일 자본 60%규모의 유상감자를 통해 1600억원의 돈을 회수했으며, (주)만도의 대주주인 JP모건도 지난해 12월 자사주 무상소각과 유상소각을 통해 514억원을 회수했다.
문제는 유상감자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해당회사가 부실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대우종합기계·대우조선·쌍용차의 채권단이 단기차익만을 노린 외국투기자본의 매각참여를 배제한다는 방침이 발표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 받고 있다. 수조원대의 공적자금을 퍼부어 살려 놓은 기업을 서둘러 내다 팔기 보다는 국가 기간산업의 미래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결정되었다고 한다.
‘금융논리’에 치우친 그간의 외자유치 구조를 검토하고, 산업정책적인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브릿지증권을 시발로 여타 금융 기업에서의 유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재경부와 금감원의 제도개선과 투기자본의 국부유출을 저지하기 위한 정책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브릿지 증권의 사태에서와 같이 확정된 사항이 없으므로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면, 금융감독 당국의 사후적인 일처리가 또 다시 ‘死後藥方文’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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