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직원 100억 원 사기, “리니지 중독 때문”
국세청 직원 100억 원 사기, “리니지 중독 때문”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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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직원’도 홀린 리니지, 사회적 문제 대두 ‘심각’
-게임 아이템 하나에 ‘4억 원’, 개당 수만 원짜리 물약도

최근 국세청 산하 직원이 환급금을 이용해 107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긴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고가의 게임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부당환급금으로 챙긴 107억여 원 중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리니지’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세청은 수십억 원이라는 거금이 융통될 수 있었던 리니지 아이템 거래 시장에 주목했다. 공공연한 ‘지하경제’로서 그 규모가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심각성을 인지한 국세청은 ‘리니지’를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 소프트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직원 ‘게임비 마련 위해 부정 저질러’

국세청은 이달 초 부당환급과 관련 중부지방국세청 산하 서인천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에 재직 중인 8급 국세공무원 C 조사관에 대해 자체 진상 조사를 거쳐 C조사관을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4년 만에 발생한 국세청 내부 사건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C조사관이 횡령을 시작한 이유가 온라인 게임 ‘리니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세정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결과 C조사관이 게임 리니지의 아이템을 사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리니지에 쓴 돈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도 조사과정에서 ‘리니지’ 현금거래 시장 규모에 놀랐다. 과거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특정 계층의 한정된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현금거래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지적이다. 사회 각계에 깊게 파고든 게임중독 및 아이템 현금거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것.

대표적 ‘화이트 칼라’라고 할 수 있는 국세청 직원의 이번 일탈은 온라인 게임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10년 째 리니지를 하고 있다는 자영업자 S 씨는 “리니지는 모든 온라인 게임 중에서 중독성이 가장 강하고 현금거래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S 씨는 “리니지에 수십억 원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즉답했다.

S 씨는 “캐릭터 가격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최고 장비 기준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케릭마다 차이는 있지만 개당 2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한다. 여기에 경험치 물약(소모성 아이템)등 도 생각하면  4-5억 원은 있어야 ‘풀셋’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며 “장비 뿐만 아니라 물약(소모성 아이템)하나에 몇 만 원씩 하는 것도 있다. 직업별로 여러 캐릭터를 키운다면 몇 십억 원 정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리니지에 쓴 돈을 모으면 1억 원은 되는 것 같다. 지금 보유 중인 물약 등 장비만 팔아도 3천만 원은 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8월 리니지 ‘+5 집행자의 검’이라는 아이템이 이슈가 된 바 있다. 해당 아이템 가격이 현금 3-10억 원에 달한다는 것.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체 사회적 책임 ‘외면’

여성가족부가 2013년 실시한 청소년 매체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게임 아이템을 현금 거래한 비율은 2007년 27.6%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1년 47.5%까지 증가했다. 게임 중독과 함께 유저 간 게임 아이템 거래도 보편화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 ‘리니지’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템 및 계정 자체를 사고파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게임 계정의 경우 주민번호 기반으로 생성됐으며 게임사가 소유권을 가지고 ‘대여’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매매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른 온라인 게임 이용자 P씨는 “계정을 거래할 때는 판매자가 회수해갈 경우를 대비해서 계정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서류를 함께 받는다. 대부분 주민등록등본 등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 역시 개인정보 도용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업체들은 이런 거래에 대해 특별한 제재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게임 중독이나 현금 거래 시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의 경우 회사 매출의 상당한 부분(40%)을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로서는 쉽게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해당 사안의 경우 답변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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