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실형선고, 최악의 순간 맞은 CJ '충격'
이재현 회장 실형선고, 최악의 순간 맞은 CJ '충격'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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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실형선고, CJ 관계자들 곳곳서 탄식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재판장 이원형)15일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2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공판은 서울고법 312호 중법정에서 진행됐다.

해당 재판은 시작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세간의 관심을 입증했다. CJ그룹 임직원들도 긴장한 얼굴로 자리를 지켰다. 곧 등장한 이 회장은 마스크, 가죽장갑, 털모자 등을 쓰고 휠체어에 앉아 입장했다. 이에 임직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를 했다.

최대 150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312호 중법정은 취재진과 CJ그룹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짧고 무거운 침묵이 감돌던 재판 시작 직전, 눈을 감은 이 회장에게 선고가 내려졌다. 판결에 대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면 가중처벌은 불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팬 재팬(Pan Japan)이 상당한 정도의 대출금을 자력으로 변제할 능력을 갖췄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임액을 CJ재팬이 보증채무를 진 전체 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임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고 형법상 배임죄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라며 특경가법상 배임은 무죄, 형법상 배임죄만 유죄로 인정하겠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배임 혐의 외에 251억원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115억원대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르겠다며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CJ그룹 회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CJ에 자신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서 이를 통해 임직원들 명의로 주식을 양도·보유해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CJ그룹의 해외 계열사 지분을 인수한 후 2011년과 2012년 총 1000만달러의 배당소득을 얻었음에도 종합소득세를 포탈하는 한편, CJ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도 총 251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범죄는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임직원을 동원해 은밀한 방법으로 약 251억 원의 거액의 세금을 포탈해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 중대한 범죄라면서 과거의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낮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사이에 차명주식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과세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과세대상 소득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역외탈세 범행을 한 사실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해외 계열사 소유 자금을 유출시켜 총 115억원을 횡령하고 자신의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일본의 빌딩 두채를 매수하면서 대출금 채무 이행을 CJ재팬으로 하여금 연대보증하게 해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CJ재팬에게도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한 배임 행위는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총수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CJ 해외 계열사들에게 손해를 입게 해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인 회사 제도의 취지를 몰락시켰다면서 그 중 일부 범행은 이 회장의 개인적인 소비나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저지른 것이라는 점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세포탈범죄나 재산범죄에 있어서 포탈세액의 납무나 피해 회복은 양형상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면서도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기업가가 범행이 발각된 후에 행한 피해 회복 조치에 양형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범죄의 예방이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 경영의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를 결정적인 양형 요소로 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상 조세포탈로 인한 특가법 위반 부분이 가장 주된 양형 요소이고 업무상 배임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면서 건강 문제는 원심에 이미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라기보다는 형의 집행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기에 결국 많은 고심 끝에 이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전세계적으로 경기 부진 여파로 이 회장이 하루 빨리 경영에 복귀하는 게 경제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지만 다음과 같은 대의를 더 크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재벌 총수라고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재산 범죄를 저지른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함으로써 동일한 범죄의 재발을 예방하고 건전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을 이뤄야 하며 나아가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 부분이 감축된 점을 반영해 형을 일부 감형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에게는 징역 26월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23, 배형찬 CJ Japan 전 대표에게는 징역 16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CJ관계자와 변호인단은 예상과 달리 실형이 선고되자 법정 여기저기서 탄식을 쏟아냈다. 먼저 방청석에 배석한 CJ측 직원들 20여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변호인 측은 실형선고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수형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형이 선고돼 막막하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대법원에 재상고해, 배임에 대해 다시 무죄 취지로 다툴 예정이다.

재판부의 주문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던 이 회장은 선고 직후 10여분 후 법정을 빠져나와 출석할 때 타고 왔던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이날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내년 321일까지인데 검찰이나 이 회장 측이 재상고를 해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가게 되면 대법원이 구속집행정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연장할 것인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 회장은 유전병인 사르코마리투스 병과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계속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음에 따라 CJ 그룹의 비상경영체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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