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시대 개막 삼성 변화 ‘예고’
이재용의 시대 개막 삼성 변화 ‘예고’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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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 인사는 ‘이건희 색깔 지우기’
▲ 삼성 이재용 부회장

-이건희 시대 인사에서 이재용 시대 인사로 대거 변화
-로고 교체, 전용기 매각 등 이건희 지우기 곳곳서 발견

이재용 시대가 개막됐다. 1일 삼성 사장단 인사가 있었다.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 정칠희 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 고한승,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 한인규, 삼성미래전략실 법무팀장 사장 성열우,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사장 정현호 등 6명이 사장단 인사명단에 올랐다.

이들이 삼성 3.0으로 불리는 이재용 시대를 이끌 핵심인사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그룹 인사에 처음으로 개입해 단행한 인사다. 창업주 이병철에 이어 왕관을 썼던 이건희 회장과 함께 삼성 2.0시대를 이끌었던 김인주 사장 등 6명이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장수의 얼굴을 바꾼 삼성은 이재용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 삼성 이건희 회장

6인의 무사 최전선 배치

삼성은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지난 1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용의 복심으로 불리는 고동진(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 정칠희(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 고한승(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한인규(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 성열우(삼성미래전략실 법무팀장 사장), 정현호(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사장) 등 6명이 인사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과 함께 이 부회장을 호위하며 새로운 ‘삼성 3.0’을 이끌어 나갈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의 완전 퇴진과 함께 이재용 시대를 공식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재계의 관심사였던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승진이 없었다.

반면 여동생인 이서현 부사장이 입사 13년 만에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회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일 전망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다. 완전회복해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불투명하다. 재계는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점쳤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의 사령탑 자리를 비워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효율적인 사업 정리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 집중을 위해 승진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가신들로 사장단 인사를 끝낸 뒤 4일에 있었던 임원인사에서도 삼성 3.0의 방향을 드러냈다. 249명이 승진했다. 지난 201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501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축소이다.

뜨는 해 있으면, 지는 해 있다

삼성에서 이건희 회장의 색깔이 사라지고 있다. 이 회장과 함께 삼성의 영광을 만들어 냈던 주역들에 대부분 물러나고, 그 자리에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함께 할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재용 시대의 밑그림은 미래전략실장을 맡은 최지성 부회장이 짜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왕조를 세웠다면, 그 나라의 밑그림은 정도전이 세웠던 것과 같다. 최 부회장이 맡은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두뇌’ 역할을 한다. 최지성-장충기 실차장(사장)아래 전략1팀(이상훈 사장), 전략2팀(김영수 부사장), 인사지원팀(정금용 전무), 경영지원팀(정현호 부사장), 비서팀(조용휘 부장), 커뮤니케이션팀(이인용 홍보부사장, 육현표 기획부사장) 등 10개 체제를 두고 있다.

최 부회장은 전자계열을 담당하는 전략1팀과 비 전자계열을 담당하는 전략2팀을 합치고, 비서팀을 없애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전략팀 합치는 것은 M&A와 합병으로 사정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의전과 일정을 담당했던 비서팀은 이 회장 입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에 따른 것이다.

미래전략실의 진용이 정해지면서 이건희 회장 시대를 함께했던 인사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 김인주 삼성경제연구소 전략담당 사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최외홍 삼성스포츠 사장, 김인 삼성라이온즈 사장 등 6명이 회사를 떠났다. 3년간 상담역을 맡게 됐다. 삼성의 대표적 재무통인 김인주 삼성경제전략담당 사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과 이재용 부회장 승계 작업을 주도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한때 이학수 전 부회장과 함께 ‘삼성의 투톱’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근희 부회장은 한때 ‘삼성 신(新)경영의 전도사’로 명성을 날렸다. 상고(청주상고)·지방대(청주대 상학과)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트리고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78년 삼성전관(삼성SDI 전신)에 입사해 쭉 경리·관리 업무를 맡았고 1987년 그룹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운영팀과 재무팀에서 근무했다. 1995년 임원으로 승진해 1997년 외환위기엔 그룹 비서실에서 경영 진단 업무를 맡았다. 2002년 그가 제출한 ‘삼성카드 양적 팽창 중단 보고서’는 반년 뒤 터진 ‘신용카드 대란’에서 삼성카드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캐피탈, 삼성카드 사장, 삼성생명 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작년 3월부터 삼성사회봉사단을 맡았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은 차문중 삼성전자 고문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2009년 1월 이후 7년 동안 삼성경제연구소를 이끌었다. 차세대 D램 개발을 주도, ‘삼성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인 조수인 사장도 퇴진했다. 1979년 입사 후 D램 설계를 시작으로, 설계실장·제조센터장 등을 지냈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 부문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물러난 최외홍 사장도 재무분야 전문가로 분류된다. 198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4년 재경팀장을 맡았다. 2013년부터 삼성스포츠단을 총괄해왔다. 김인 삼성라이온즈 사장도 퇴진했다.

1974년 삼성물산에 입사,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장을 지냈다. 1990년대 중반 삼성SDI 독일법인장, 영업본부장을 지냈고 호텔서울신라 총지배인으로 일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고 이병철-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져 온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사라지고 이재용 시대만을 위한 인사라고 평가절하를 했다.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최고경영자(CEO)가 경질은 없었다.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낸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의 박중흠 사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이 손실을 냈지만, 자리를 지킨 탓이다.

이건희 색깔 지우기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다. 완전회복해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불투명하다. 경영 복귀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본 게이오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경영 공백기에 삼성을 자신의 색깔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합병을 통해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M&A를 통해 비주력 기업을 매각했다. 수익성 위주의 미국식 경영 마인드를 대입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는 인사나 경영스타일에서 다르다. 스포츠의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수익성 위주의 실용주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스포츠 마케팅. 이 부회장이 주도권을 쥔 지난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마케팅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작년 말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첼시와의 후원계약도 끝냈다. 스포츠팀 다섯 곳의 운영 주체를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스포츠단 운영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삼성중공업 럭비팀은 아예 해체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시 전략을 바꿨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수많은 전시회에 참여해왔다. 이제 효과를 따져 참여 여부와 전시면적 등을 조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는 천양지차이다.

로고도 교체했다. 그동안 삼성은 그룹 상징인 타원형 오벌 마크(타원형 마크) 사용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 이 로고는 93년 독일 프랑크프루프에서 이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만들어졌다. 2005년 미세한 수정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삼성전자는 오벌이 없는 ‘SAMSUNG’이란 문자마크를 쓰고 있다. 이뿐 아니다.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경영 전반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사용하던 전용기 세 대와 전용헬기 등을 매각했다. 삼성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색깔이 지워지고 그 위에 이재용 부회장 색깔이 덧칠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삼성에 변화가 요구됐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준비였다. 그 첫 번째가 이 회장과 삼성신화를 일군 이학수 전 부회장의 퇴출이었다. 이때부터 이재용 시대의 시작이었다”면서 “올해 인사는 이재용 시대를 알리는 결정판”이라고 했다.

이건희 회장에 건강 상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삼성 3.0의 리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에 세인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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