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확보‘역부족’…현대상선 현대증권 회생안 마련 '골머리'
자금 확보‘역부족’…현대상선 현대증권 회생안 마련 '골머리'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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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자구안 잇달아 실패 현대그룹‘위기’

현정은 회장
-현대상선 4500억 확보 급한 불 껐지만 침체 바꾸기 역부족

-적자 상선 보다 순이익 내는 증권 선택 그룹 미래 도움될 듯

-돈줄 산업은행 대응 따라 둘 다 놓치는 상황 맞이할 수도

현정은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지 13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 최종 자구안으로 제시한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자구안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11일 현 회장은상선과 증권을 포함한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메리츠금융지주와 손을 잡았다. 25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현대상선에 투입됐다. 이 조치로 현대상선은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데엔 역부족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모두 지킬지, 현대상선을 포기하고 현대증권만이라도 건질지, 모두 포기하고 현대엘리베이터만 남길지 선택의 기로에 봉착했다.

둘다살리기‘역부족’

현 회장은 상선과 증권을 포함한 그룹 전체를 살리기 위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손을잡았다. 현 회장이 조달한 자금4500억원 중 그룹 외부에서 들여온 자금 2500억원을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조달했다. 현대상선이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43%,현대아산 지분 67.58%를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현대증권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4000억원대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도래할 채권은 수조 원대에 이르고, 채권단 역시‘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하진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해운업 시황도당분간 나아질 기미가 없어 추가적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채권단에‘현대상선 매각’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이 조치로 현대상선은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침체된 분위기를바꾸는 데엔 역부족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유동성 확보 계획은 자구안과는 별도로 이뤄졌다. 현대그룹은 이달 중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현대그룹이 4500억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해 당장 급한 불을 끈 건 맞는다. 다만 현대증권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발생한자금 부족을 메우기에는 많이 모자란 금액이다”고 설명했다.

그룹 미래 고려‘현대증권’살려야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매각해 자구계획을 이행할 계획이었으나 매각이 불발됐다. 모든 계획이 틀어진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 재무구조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현대증권 매각 불발은 현 회장에게 크나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현 회장이 자초한측면이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전문가들은 현대증권 매각 불발의 실질적 이유로‘파킹딜(Parking Deal)’을 지목했다.

현대증권 매도주체인 현대상선이 매각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점이 주요골자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지분을 잠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며“이 점이 오리스에 부담을 안겨 결국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현대증권 매각불발로 초래된 현재의 위기는 현회장의 욕심에서 비롯된 면이 강하다. 이는 현대가의 적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강산사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평했다. 이로 인해 현 회장에게 남겨진 차선책은 현대상선을 포기하고현대증권을 지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순이익176억 원을 냈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순이익 1262억원을 기록했다.

현 회장은 둘 다 지키기가어렵다면 해운업황 자체가 악화해 미래가 불확실한 현대상선보다 순이익을 내는 현대증권을 선택하는 것이 현대그룹의 미래를도모할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모두 지키려다 다놓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일2050억 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이 자금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지분을 인수할 경우대출금을 제외하고 현대상선에 4400억원규모의 자금이 유입될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의 유동성이 단기적으로나마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은 해운업 불황이 깊어지고 현대상선 적자가 늘어나는상황에서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현대엘리베이터의 현금창출능력은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해도 1천억~2천억원 수준에 그칠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증권을 인수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재계의 한 관계자는“현대상선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확인된 마당에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모두 지키려고 하다가는돈줄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 등의대응에 따라 현 회장은 둘 다 놓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말했다.현 회장이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모두 놓칠 경우 현대그룹은현대엘리베이터만 남는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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