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 연간 4조2천억원 날려
불법 스포츠 도박, 연간 4조2천억원 날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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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법조직에 거액 수수료, 국부 유출 심각

검찰이 인터넷 도박과의 전면 전쟁을 선포했다. 검찰은 최근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극 적용해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그동안 폭력조직이나 보이스피싱 일당 등에 국한됐던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인터넷 도박 운영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법은 불법 온라인 도박 운영자들에게 호구(虎口)’로 붙잡힌 한국인들을 꺼내올 수 있을까.

매년 42000억 손실

지난 20114월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5만원권 뭉칫돈 110억원이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모(57)씨가 중국에 본사를, 홍콩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를 경기 부천에서 운영하다 구속돼 실형을 선고 받은 처남으로부터 수익금을 받아 밭에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렇게 적발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방산의 일각일 뿐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손실되는 체육부문의 공적 기금 및 국부유출 실태가 심각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공적기금 및 법인세 손실액은 연간 4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합법적인 투표권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체육기금(1조원·2014년 기준)의 무려 4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지하경제의 대표적 범죄행위인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정부 과세를 피해 부당한 이득을 취해 막대한 규모의 체육 부문 공적기금 및 국가세수의 손실을 야기한다. 게다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경우 조직폭력배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에 깊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은 돈의 자금출처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조직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400억원 상당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4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을 검거했다. 또 국내 체육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당시에도 조직폭력배들이 대거 개입해 선수들을 협박하고 승부조작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그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자들이 국내에서의 단속을 피해 중국, 필리핀 등 해외로 근거지를 이전하고 해외 불법 도박 운영조직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국부 유출도 극심해지고 있다.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두고 지난 200711월부터 201210월까지 약 5년간 판돈 37000억원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일당의 경우, 대포통장 계좌를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만 무려 4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국부를 유출시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범죄단체 조직혐의 첫 적용

지난 21일 인천지방경찰청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162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최근 A(34) 3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14월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올해 8월까지 12000여 회원으로부터 베팅 금액 명목으로 1753억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이들 일당으로부터 7억원짜리 람보르기니 승용차를 비롯해 43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수했다.

결국 날로 조직화, 대규모화하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 범죄에 대해 검찰이 처음으로 범죄 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강종헌)는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기업형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혐의로 김모(36), 한모(50)씨 등 6명을 범죄 단체 가입 및 활동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또 이 업체 대표 강모(36)씨 등 13명을 지명 수배했다.

이들은 웨이하이, 상하이 등 중국 내 4곳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본부를 차려놓고 지난 20118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이 사이트에 접속한 국내외 13만여명에게서 4200억원 상당의 판돈을 송금 받아 80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직 가입과 활동 수칙 등을 정해 단체 생활을 했다. 조직 이탈 시에도 조직 정보를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범죄 단체 형태로 운영해 온 것. 이 중 사장과 본부장급 간부들은 수익금으로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해왔다.

중국 웨이하이 본사 기술개발팀에서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면 홍보팀이 해킹으로 입수한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광고해 도박 가담 회원들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 사무장, 교사, 자영업자, 가정주부, 학생, 일용직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이 도박에 가담했다.

한국 호구때문에 호화 생활

이처럼 인터넷 불법 도박은 날이 갈수록 기업화되고 있다. 수십 명의 조직원들이 벤처기업처럼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홍콩·일본·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도박 사이트 주소도 수시로 바꿨다. 쉽게 번 돈으로 재벌 3세 못지않은 사치를 누렸다.

총리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75조원으로 추정되는 불법 도박 시장 중 온라인 도박 규모는 34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사설 스포츠 토토가 76100억원, 사설 경마·경륜·경정이 99249억원, 기타 불법 인터넷 도박이 17985억원 규모다. 불법 온라인 도박의 구렁텅이에 대한민국이 호구로 붙잡혀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호구들은 판돈이 제한되는 스포츠토토나 사다리 도박보다는 카드게임 일종인 바카라를 선호한다고 한다. 베팅액에 제한이 없어 한탕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돈을 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체육 부문의 공적기금은 물론 국부 유출까지도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더욱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국가 및 사회적 폐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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