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쩐의 전쟁 신동빈 롯데 회장 ‘갑질’ 전모
[단독]쩐의 전쟁 신동빈 롯데 회장 ‘갑질’ 전모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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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야욕에 쫓겨나는 업주들…“30년 롯데서 장사하다 깡통 찼다”
▲ 신동빈 회장

-10월 12일 롯데 상승발표 ‘이면’ 호텔 상가 임대인 퇴거 통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 재허가 앞두고 임차인과 갈등

롯데 신씨가(家)의 도 넘은 ‘갑질’이 논란이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국적 논란이 제기됐다. 면세점이 논쟁의 쟁점이 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면세점 허가는 국내 기업이어야만 가능하다. ‘형제간의 분쟁’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한국 기업임을, 신동주 전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했다.

실제 지배구조로 따져보면 일본 기업이다. 광윤사-롯데홀딩스가 롯데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 11월 면세점 허가를 앞두고 국적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면세점 확장하면서 호텔롯데의 지하 아케이드 상가의 임차인을 내쫓아 내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신 회장의 상생 외침은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

<한국증권신문>은 롯데와 임차인들 간에 한 치 양보 없는 임대전쟁을 단독 취재 보도한다.

“성장보다는 상생 중시” 허언 전락

지난 1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인천 중구 운서동에 있는 롯데면세점 제2 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상생2020'에 직접 나서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형제의 난’으로 불거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관세청의 면세점 재심사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생’을 천명하는 동안 호텔롯데의 본점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건물 지하에선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면세점 확장을 위해 백화점 14층에 있는 문화센터가 옮겨올 계획이라며 지하상가 임차인들에게 퇴거를 통보한 것.

신 회장이 직접 ‘상생 2020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갑질’이 행해지고 있었던 셈이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상생’을 외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이번 퇴거 통보는 면세점 확장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역설적이라는 지적이다.

▲ 임차인들이 지난 6일 호텔 롯데측에 제출한‘일방적인 점포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에 대한 답변서’. 뒷장에는 임차인들의 서명이 담겨 있다.

특히 면세점 규모를 늘려 중소기업의 입점을 늘리겠다는 호텔롯데가 임차인들에게 퇴거명령을 내린 것은 ‘갑질 상생’이라는 비아냥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달 1일 롯데로부터 일방적인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임차인들은 ‘호텔롯데 상가협의회’를 결성해 6일 호텔롯데에 ‘일방적인 점포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에 대한 답변서’를 보냈다. 이 문건에는 롯데의 갑질로 임차인들이 입은 피해와 겪게 될 애환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롯데 측은 “공식적인 통보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롯데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관해 상가협의회 회원 A 씨는 “이날 롯데의 직원이 임차인들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11월 말까지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면서 “신 회장은 상생을 외치면서 임대계약이 끝나지 않은 임차인들을 길거리로 내쫓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신 회장이 말하는 상생이냐. 죽으면 죽었지 못 나간다”고 분노했다.

이들 임차인들의 계약 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 롯데가 임대 계약 기간까지 무시하면서 면세점 확장을 위해 길거리로 내쫓으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상가협의회 회원 B 씨는 “롯데의 갑질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갑질을 했다. 헌데 이번 갑질은 도가 넘었다. 계약 기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면세점 확장을 위해 일방적으로 임차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30년 사업 파트너에 희생 ‘만’ 강요

지난 2일 퇴거 통보를 받은 업주들은 짧게는 20여 년에서 길게는 40년 가까이 영업을 한 롯데의 오랜 ‘사업 파트너’다. 이들에게 ‘롯데’는 삶의 터전이었고 가장 큰 부분이었다.

롯데의 갑질은 2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시작됐다는 것. 신격호 총괄회장이 재임하고 있던 동안에는 상생경영이 중심이 됐지만, 2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재계약 때마다 임차인들을 내쫓고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그 자리를 메꾸어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식당가는 2세가 직접 경영하거나 지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인 서미경-딸 신유미 모녀는 요식업 회사인 유기개발을 통해 롯데백화점 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갑질 때마다 피해를 본 사람은 임차인들이었다. 일반 상가를 임대해 운영할 경우 권리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백화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계약이 만료되면 그냥 쫓겨나야 했다. 호텔롯데 아케이드 임차인들도 롯데의 갑질을 당한 게 이번뿐만 아니다.

▲ 롯데 호텔 지하 아케이드. 빈 매장들이 줄지어 있다

4년 전인 지난 2011년 롯데 호텔 공사를 하면서 호텔과 백화점을 연결된 메인통로에서 창고로 쓰던 외진 곳으로 밀려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가 외진 탓에 접근성이 떨어져 임차인들의 매출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10여 곳의 가게 가운데 4~5곳은 망해 나갔다.

낮아진 매출과 높은 임대료를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롯데를 떠났다. 현재도 여러 곳이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임차인의 항의가 잇따르자 롯데 측은 임대료의 10%가량을 삭감해줬다. 그리고 가게를 그만두려는 임차인들에게 도면까지 제시하면서 “좀 더 접근성이 좋은 현재 고객센터 자리로 옮겨주겠다”고 안심시켜 장사를 계속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협의회 회원 C 씨는 “일요일 같은 날에는 손님이 정말 없다. 내가 한 번 지나가는 사람을 세어 봤다. 딱 3명 지나다니더라. 심지어 원래 오던 고객도 이 자리를 못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면서 “매출이 1/3 수준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임대료를 받았다.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다. 그때마다 리모델링하면서 좋은 곳으로 옮겨준다는 말에 장사를 계속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쫓겨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상가협의회 회원 D 씨는 “우리에게 조금만 참아라, 참아라, 하더니 결국에는 이렇게 됐다. 이미 업계에 소문이 다 났다. 거래처에서 우리에게 ‘너네 쫓겨난다며?’라고 하더라.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고 하소연했다. 호텔롯데 아케이드는 호텔과 백화점의 통로에 자리 잡고 있다. 백화점에 있는 면세점과 같이 호텔이 운영하고 있다.

롯데 ‘품격’ 값 5년에 1억

소공동 롯데 1번가는 대한민국 부의 자존심이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임차인들도 그런 자긍심이 높다. 하지만 돈을 벌었다는 임차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5000만 원에서 2억 원가량의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야 했기 때문.

결국, 돈을 벌어도 인테리어 비용으로 다 소요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의미다.

상가협의회 회원 E 씨는 “20여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3차례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롯데 측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을 들었다. 보통 5년에 한 번꼴로 인테리어를 한다. 돈 벌어 인테리어 비용으로 다 갖다 버리고 권리금도 없이 빈 몸으로 쫓겨날 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 호텔 상가에 입점했던 전 업주는 현재 타 업체에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F 씨는 “2000년대 초반 청운의 꿈을 안고 롯데에 입점했다. 여러 차례 가게를 옮기고 그때마다 인테리어를 했다. 롯데가 요구하는 수준의 만만치 않은 인테리어 비용도 문제였지만, 재계약이 거부되면서 빈 몸으로 쫓겨났다” “지금 다른 업체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데 롯데에서 가게를 했을 때보다 편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롯데는 지옥이었다.”고 했다.

'상생 2020' 어디로?

본지는 호텔 롯데에 면세점 관련 취재를 했다. 홍보실 직원은 면세점 확장과 지하 아케이드 임차인의 퇴거명령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해당 부서 등을 통해 확인한 이후 “확정이 되거나 한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지만,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곳은 호텔롯데이다. 호텔롯데의 경영에 면세점 사업에 영향력은 크다. 호텔롯데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 높은 수익률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현재 롯데를 비롯한 두산, SK네트웍스, 신세계 등이 경합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에 결판이 난다.

신 회장이 직접 면세점 사업을 챙기는 것도 경영권과 수익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롯데가 각종 상생방안을 내놓으면서 적격 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 측에 따르면 이번 면세점 특허권이 유지가 결정되면 롯데면세점 본점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소공동 롯데백화점 빌딩 9-11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1~2개 층을 늘려 쇼핑 공간, 편의시설, 중소·중견기업 매장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특히 층을 확장하면서 본점의 중소기업 매장을 현재 1505㎡에서 2805㎡로 두 배가량 넓혀 유통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들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생을 외친 신 회장의 면세점 야욕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롯데호텔 지하 아케이드이다. 현재 아케이드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은 퇴거 될 예정이다. 롯데 측은 기정사실이 아니라는데도 불구하고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롯데는 인허가가 나지 않은 면세점 확장을 위해 4년 동안 매달 수천만 원에 손해를 보고 기다리던 임차인들을 죽이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임차인에 대한 갑질이 국적논란이 일고 있는 롯데 신 회장의 입장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상생’을 내걸고 면세점 쟁탈전에 뛰어든 롯데가 임차인과의 상생을 이루지 못할 경우 갑질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신 회장 입장에서 롯데면세점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경영 위기는 물론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갈등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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