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익편취 폐해 ‘차등의결권 도입’이 최선책
재벌 사익편취 폐해 ‘차등의결권 도입’이 최선책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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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 공동주최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문제에 대한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보수와 진보진영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 재벌의 사익편취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그 결과 재벌의 사익편취 수준이 심각하다는 점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규제와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규제강화경영권보장 후 과세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건식 서울대 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채이배 회계사가 주제발표를, 박동영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홍명수 명지대 법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공정거래법한계 회사법강화해야

보수측 발제자로 나선 이상승 교수는 사익편취 중에서도 일감 몰아주기문제에 초점을 맞춰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의 사례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설립시점인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글로비스로부터 얻은 이익이 약 4.6조원이며,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4개의 회사 주주들이 총수일가에게 성과보수 또는 스톡옵션으로 이들 4개 회사의 시가총액 증가분 중 약 7.9%를 지급한 것과 같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이 정도 규모의 성과보수 수준이 과연 부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서 이 교수는, 성과보수 수준의 적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주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글로비스를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로 설립하여 일감을 몰아준 것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는 주로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재벌을 포함하여 가족경영 기업들이 상속세를 내고 나면 2, 3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이 피땀흘려 일군 회사를 자신의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현재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과세 강화, 공정거래법을 동원한 제재 등 채찍만으로는 부족하며, 경제적 권리(배당권)에 대한 세금은 제대로 납부하되 차등 의결권을 도입하여 경영권은 승계할 수 있는 당근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추가로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회사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액주주가 재벌의 부당한 투자로 손해를 봤을 경우 소송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법원은 증거개시 절차 도입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재벌 꼼수 엄정한 법집행필요

진보측 발제자로 나선 채이배 회계사는 사익편취행위의 문제점과 재벌의 규제회피 사례를 점검하여 규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 재벌 상장회사의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손실,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중소기업 배제,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 저해 등 재벌의 꼼수를 사익편취행위의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또한, 사익편취행위를 막기 위해 상속증여세법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상법의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대상 확대 및 승인요건 강화, 공정거래법의 총수일가 부당이익제공 금지 규제 등이 도입됐으나, 규제의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분 일부 매각, 유상증자, 합병 등을 통해 규제요건(지분율, 내부거래비중)을 편법적으로 피해가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가 패션 사업부문 인수, 단체급식 사업부문 물적분할, 건물관리 사업부문 매각, 삼성물산과의 합병 등으로 지배주주 지분율을 약 43%에서 약 23%로 낮추고 내부거래 비중도 40%대에서 10%대로 낮춘 것을 제시했다.

개선과제와 관련하여 채 회계사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증여이익 계산방식 개선, 내부거래 금액 요건 추가, 총수일가 부당이익제공 규제와 관련하여 상장회사 지분율 요건 20% 하향조정, 지분율 판단 시 간접지분 포함, 일감몰아주기를 용인하는 효율성긴급성보안성에 대한 예외사항 축소 등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이사와 회사간 이해상충 방지, 회사의 손해발생 시 이사의 책임추궁 제도를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감독기구사법기구의 엄정한 법집행 및 재벌의 인식전환이 요구됨을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적극적 활성화필요

보수측 토론자로 나선 박동영 변호사는, 현재 공정거래법과 상법의 실질적 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벌의 그 동안의 역할에 대하여 동의할 만한 부분은 별로 없으나,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 또는 기왕의 체제를 모두 부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현 체제를 인정하되, 앞으로는 헌법적 이념에 충실한 법의 해석적용을 기본으로 기왕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보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입법론적제도론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요건, 거래의 유형 내지 규모, 수혜자인 특수관계인 내지 관련 기업의 범위 등 공정거래법과 상법에 산재한 여러 규정들의 내용을 가급적 통일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공정거래법과 같이 부당성을 요건으로 하여 부당지원 규제의 차원에서 규율할 것이 아니라 대규모 기업집단과 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관계 등을 경제력 집중 규제의 차원에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부당성의 인정기준과 입증의 정도도 완화할 필요가 있고, 형사적 제재를 활성화하고 이사나 감사에 대하여 엄격한 책임을 추궁할 필요가 있다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또한, 검찰이나 법원 등의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 공정거래위원회 조직의 충실화 등도 과제로 제기했다.

사익편취 규제조항필요

보수측 토론자인 신광식 교수는 먼저 효율적인 내부거래와 경제적 효율성과 무관하거나 괴리된 부당내부거래를 구분하고 재벌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분석한 후, 현행 사익편취 규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일감몰아주기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사익편취와 무관한 정당한 사업상 이유(수직계열화의 효율성) 때문일 수 있고, 사익편취와 관련된 내부거래라도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내부매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사익편취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면서 효율적 내부거래를 억압하고 회사구조 왜곡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역시 효율성을 위법성 판단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는 바, 효율적인 내부거래가 더 효과적인사익편취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대한 비효율적인 일감몰아주기만 부당 이익제공에 해당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신 교수는, 현행 사익편취 규제 제도는 잘못된 진단에 따른 부적절한 처방이라고 평가하고,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의 사익편취 목적의 지분구조를 시정하는 것이 사익편취를 막으면서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폐지하는 대신, 공정거래법 제3장에 사익편취 규제조항을 신설한 것을 제안했다. ‘계열사 편입 심사제를 도입, 사익편취 목적의 계열사 신설을 방지하고, 계열분리, 지분조정, 거래제한 등 사익편취 근절에 필요한 시정책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신 교수는 또한, 경영권 승계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의 주요 동기이므로 차등 의결권 도입을 통해 경영권을 보장하자는 주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여전히 재벌은 효율적인 기업조직인가?”, “경영권 승계 보장이 재벌의 경쟁력과 효율성에 긍정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주주대표소송 지분 요건 완화해야

진보측 토론자로 나선 김주영 변호사는 먼저, 사익편취 문제는 재벌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재벌에 독특한 규율보다는 보편타당한 규율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같은 맥락에서 재벌의 사익편취 문제를 줄인다는 명분하에 재벌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보편성과 형평성 등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익편취의 주된 동기는 이므로 경영권 유지 및 승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재벌의 경우에도 사익편취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차등 의결권 도입 등을 통해서 지배권 상속 문제를 해결해 주면 사익추구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기업문화가 자신이 피땀 흘려 만든 회사를 자신의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정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하고, 소유구조의 단순화와 사익추구를 막는 시스템의 고안은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주요주주로서 남거나 지배지분을 환가하려는 재벌 2,3세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적 보완 과제와 관련해서는, 결국 이해관계자들에 의한 사적 소송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며, 현재 대법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국식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의 조속한 도입, 주주대표소송 지분 요건 완화, 이중대표소송 도입 등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등 의결권과 지배구조 및 행태 개선 연계 중요

진보측 토론자인 홍명수 교수는 독점규제법(공정거래법) 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규정을 검토하면서, 동 규정에서 총수 및 그 친족과 이들이 지배하는 계열회사를 이익 귀속 주체로 상정한 것은 타당하지만, 지배 계열회사를 지분 비율에 따라 형식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결정적인 것은 총수 및 친족의 이익 귀속이 가능한 지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가 인데, 이는 실질적인 심사를 통하여 파악하는 것이 타당한 접근방식일 수 있으며, 형식적인 기준에 의하는 것은 결국 규제 회피를 위한 안전항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배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홍 교수는, 차등 의결권의 도입만으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사익편취적 행위를 자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만일, 차등 의결권 제도 도입을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의 관점에서 고려한다면, 차등 의결권과 지배구조 및 행태의 개선을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등의결권 시장활성화견인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비상장상황에서 차등의결권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없던 회사가 상장을 하면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이 힘들다. 도입을 주장하셨는데 우리나라 코어 컴퍼니는 대부분 이미 상장돼 있는 회사에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 이는 불특정 다수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가망성이 높다며 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상승 교수는 방법이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차등의결권을 없애자고 하면서 의결권이 줄어드는 만큼 신주를 발행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즉 우리나라 실정과는 반대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배당권을 포기하고 의결권을 갖겠다는 의미다. 이는 시장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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