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갑질’행정으로 용인정신병원 환자 350명 ‘나몰라라’
서울시, ‘갑질’행정으로 용인정신병원 환자 350명 ‘나몰라라’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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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대책없는’ 행정으로 350명에 달하는 정신병원 환자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용인정신병원에서 운영하던 ‘서울특별시용인정신병원’의 운영을 갑작스럽게 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영주체가 변경되고 2일이 지난 현재까지 실질적인 인수인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입원 및 진료를 받고 있는 수백명의 환자들이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이전 계약자이자 28년간 운영을 맡아오던 용인정신정원과는 계약에 관한 합의가 진행되던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발생한 일이어서 충분한 검토와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갑질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병원 배치도(초록색이 서울특별시용인정신병원 위치)

서울시 “일단 계속해라”

서울시는 지난 15일 서울특별시용인정신병원의 수탁업체를 용인정신병원에서 서울시의료원으로 변경했다. 용인 정신병원은 71년 개원한 국내 최대 정신병원이다.

하지만 정작 계약 당사자인 서울의료원은 단 한명의 직원도 파견을 하지 않고 있다. 입원환자만 350여명에 달하는 대형 병원에서 갑작스러운 ‘경영공백’이 생겨 버린 것. 병원에서 경영공백이 생기게 되면 환자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현재 갑작스럽게 '이전 계약자'가 된 용인정신병원에게는 입원, 외래, 진료 등 환자를 볼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둘째치더라도 전산상으로 진료를 한 내용을 심사평가원에 보고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용인정신병원측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에 대해 이전 계약자인 용인정신병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새로운 계약자인 서울의료원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전까지 ‘의료인의 의무’를 다하라는 것. 하지만 정작 위에 언급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의료인의 양심’을 볼모로 자신들의 ‘졸속 행정’의 뒷수습을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용인정신병원측은 "서울 의료원에 말을 해봤지만 사업자 등록이 안돼서 아직 인수인계를 받을 수 조차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의료원이 위탁 자격을 가졌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급한대로 110여명의 중환자를 주변으로 분산시켰다. 하지만 나머지 240여명에 대해서는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정신병원 관계자는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냐?”면서 분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국정감사 때문에 담당자들이 자리에 없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갑질 의혹

서울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전 계약자인 용인정신병원과의 합의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정신병원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감사규칙에 의한 감사대상 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자체 감사관을 파견하여 2014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5차에 걸쳐 집중 정밀 감사를 실시했다.

또 민간업체에게 민간 기업회계준칙이 아닌 정부 회계규칙을 적용하여 감사결과 자기기준에 따라 부당행위라고 적발하여 처분요구하고, 이의신청을 무시하고 전이사장을 업무에 대한 배임혐의로  수사의뢰하는 등 일방적인 행정을 자행했다.

이후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용인병원에서는 그 간의 위수탁 계약서상의 독소 조항을 갑을관계가 아닌 수평적 평등관계의 협조적 조항으로 변경하고자 개선안을 제출하였으나, 용인병원의 요구를 묵살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병원운영을 용인병원에서 빼앗아 서울의료원으로 귀속시키려고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용인정신병원은 같은 부지내에 공공병원인 경기도소유 정신병원과 서울시소유 정신병원을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병원 운영권을 부여 받아 운영되어왔다.

용인정신병원 관계자는 “계약자가 변경되기 직전 일(14일)까지 서울시측 실무자는 ‘당연히 용인정신병원과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가 진행중이었는데 갑자기 계약자가 바뀌었다며 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공공기관으로서 서울시민에 대한 편파없는 공정한 행정을 펼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용인정신병원은 무엇보다도 환자의 안전한 진료가 중요함에도 위탁기간이 끝난 용인병원에만 무책임한 협조만을 강요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환자 가족과 보호자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용인정신병원은 44년, 경기도립 정신병원은 33년, 서울시립 정신병원은 28년 동안 운영하면서 대한민국 정신병원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으며,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 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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