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단기 결전’노려 장기 전쟁 수행능력 없다
북한‘단기 결전’노려 장기 전쟁 수행능력 없다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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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전시 태세’로 북한 전력‘민낯’보여

-잠수정 제외하고는‘뻔한 시나리오’, 침투 주력
-주력부대 이동 없어, 애초에‘보여주기식’의혹

최근 북한의 포격도발에 이은‘최후 통첩’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들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쟁의 공포’는 강력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고 기록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에는 북한이‘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그에 맞는 군사 운용을 실제로 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봤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인해 가설에 지나지 않았던 북한의‘전쟁 시나리오’가 직접 확인됐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3대 침투전력을 이용한‘단기 결전’이다. 애초에 전면전 수행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

지난 21일 남북 회담이 성사되기 전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21일 17시부터 전선 대연합부대들이 불의 작전 진입이 가능한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준전시상태’의 돌입이다. 실제로 북한은 21일 76.2mm 평사포를 비무장지대 안에 전진 배치하고 2선에 머물던 특수부대원들을 1선 부대로 이동시켰다. 이어 다음 날인 22일 남북 회담이  성사됐음에도 북한은 동해와 서해에 배치돼 있던 잠수함 50여척이 우리의 감시망에서 사라졌으며 전방 포병 전력이 2배로 증가했다. 역시 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23일에는 특수부대를 태울 수 있는 공기부양정 20척이 남포까지 남하하고, 공군 기지에는 특수부대 침투용인 AN-2기 등이 활주로에 전개됐다. 여기까지가 우리 군에서 밝힌‘팩트(fact)’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일관됐다. 세부적인 부분이나 표현상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비대칭 전력을 운용한‘단기 결전’이 목표라는 것.

복수의 전문가들이 밝힌 구체적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21일 76.2mm 평사포의 전진 배치는 북한이 예고했던 확성기의 타격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사거리가 짧은 76.2mm 평사포의 특성상 우리군의 확성기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전진배치가 필수적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이루어진 특수부대의 전진 배치는‘침투 준비’로 해석된다. 비대칭 전력의 존재 의의 자체가 전면전이 아닌 후방교란이기 때문이다. 비대칭 전력의 대표적인 예인 특수부대는 경화기나 소형화기를 주로 다룬다. 중화기로 무장한 정규군과 전면전을 치루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선이라는 표현은 직접 교전이 이루어지는‘전선’이 아니라 침투를 할 수 있도록 잠수정이나 AN-2기 등에 탑승하기 용이한 장소로 보는 것이 옳다는 시각이다.

‘유일한 변수’잠수정

그 다음 날 이루어진 잠수정 발진은 우리 군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예상 밖의 전개였다. 잠수정을 통한 침투까지는 상정 내의 상황이었지만 그 작전 속도가 매우 신속했던 것. 때문에 우리군은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70정의 잠수정 중 50여 정의 잠수정을 감시망에서 놓쳐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50여 정’의 잠수정을 두고 북한이‘운용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이 숫자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북한의 잠수정들이 실제로 작전에 투입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동굴 등 감시망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장소에 단순히‘은닉’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애초에 직접적인 침투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 언론도 이와 같은 북한의 작전이 매우 신속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우리 군 계획대로라면 북한의 잠수정은 출항하기도 전에 격침됐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는 남북 협상이 진행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정황상 타격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격침을 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전쟁까지 이어졌을 경우 이 50여정의 잠수정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같은 날 전방 포병 전력이 2배로 증강했다. 이는 특수전력의 침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면적인 포격전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북한은 야포 8600여문, 방사포(다연장로켓) 5500여문 등 우리보다 수적으로 우월한 포병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투입되지 않았고, 76.2㎜포 등 살상력이나 사거리가 짧은 화기를 중점으로 운용했다고 알려졌다.

이번엔“보여주기식”

그 다음 날 NLL 근방까지 남하한 공기부양정 20척과 AN-2의 활주로 전개는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방점을 찍었다.

물론 이런 북한의 전략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지만 이미 대비책이 완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N-2 수송기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산위의 레이더망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는 점이 있지만 현재 우리 군이 운용중인 장비로는 포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 당국도 이번 사태에서 북한이 일부 전력만을 운용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전체적인 능력을 종합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전제한 채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엔 이번에 동원하지 않은 치명적인 전력들을 투입할 가능성은 있다. 대표적으로 102만명에 달하는 지상군과 4300여대에 달하는 전차, 820여대에 이르는 전투기 등은 이번에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지상군의 경우 후방을 제외하고 DMZ(비무장지대) 인근 전방 지역 병력에 준전시 상태가 발령돼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어차피‘보여주기식’으로 행동하는데 대규모 군사 운용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도 이런 점을 다뤘다. 프랑스 주간지 르푸앵은“서울시민은 이런 상황에도 두려움 없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그러나 김정은의 위협이 세계 언론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도 국내에서는 특별할 만한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우리민족끼리’가“남한 내에서 사재기가 극성이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동요를 주장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하지만 해당 뉴스의 자료 화면 조차 뉴스에서 주장한‘전쟁 대비 보존식’인 라면, 기름, 물 등과는 거리가 먼 야채, 된장, 김치 등을 구입하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이 국내 언론 등을 통해 인터넷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실제 북한의 국가 매출이 3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런 평가의 가장 큰 근거로 꼽힌다. 탈북 군인들의 증언도 한 몫을 했다. 군인 출신 탈북민은 과거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북한 군대는 장비 유지를 포기했다”고 말해 그 실체를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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