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시평] “정치인부터 인성교육이 부족한 나라”
[공정시평] “정치인부터 인성교육이 부족한 나라”
  • 김길홍 회장
  • 승인 2015.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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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홍 공정뉴스 회장

초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몸소 가르쳐 주신 옛 일을 다시 생각한다. 1950년대 경북 북부 지역의 척박한 농촌지역에서 봄이 되면 해마다 보리고개가 찾아왔다.

농사는 온가족이 열심히 지었어도 이듬해 봄에는 밥을 굶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 저녁 끼니를 장만할 양식이 없으니까 마을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집이 수두룩했다.

이른 새벽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깨워 머슴을 앞세워 뒷산으로 올려보냈다. 그곳에서 소나무 몇 그루를 베어서 집 마당으로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할아버지는 낫을 손자에게 쥐어 주면서 옆에 붙은 어린가지들을 치고 기다란 소나무의 거친 겉껍질 안에 숨어있는 연한 속껍질을 벗겨 그릇에 담아 놓으라고 당부했다. 옛날 먹을 것이 부족한 춘궁기에 농민들은 이 질긴 소나무 속껍질과 잡곡을 섞어 송구죽을 쑤어서 끼니를 대신했다.

할머니가 요리한 송구죽을 생전 처음 맛본 손자들은 얼굴을 일제히 찡그렸다. 이 별천지의 죽을 몇 번 먹고나면 영락없이 변비가 생겨 고생했다.

할아버지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 손자들을 불러 세웠다. “우리집에 양식이 없어 너희들에게 그런 송구죽을 만들어 먹인 것은 결코 아니다. 너희들은 부모 잘 만나서 배고프지 않게 잘 먹고 잘 자라지만 우리 동네 너희 또레의 아이들이 가난해서 끼니를 굶고 이 송구죽으로 하루 세끼를 떼운단다. 우리 손자들도 커가면서 또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느냐.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고, 가난한 이웃들의 사정이 어떤지 가르쳐 주려고 너희들 스스로 소나무를 손질하게 하고 송구죽을 짐짓 맛보게 했다

그 옛날 할아버지들은 사랑하는 손자들에게 보여준 가르침은 지금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스러웠다. 상대방의 처지를 너그럽게 헤아리고 어려운 남의 사정을 이해하는 배려(配慮)의 교육을 생활체험의 방식으로 체질화시킨 것이다.

인성(人性)교육이 실종된 요즈음 4대개혁 과제의 하나로 교육의 개혁을 대통령, 정부, 여야 할 것없이 모두들 외쳐댄다. 하지만 질서와 예절과 규범을 따지던 동방예의지국은 어디가고 취업 경쟁과 입학시험을 겨냥한 입시학원의 살벌한 교육현장만 보인다.

외국에서 태어난 한국 어린이들은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미국 유아원에 다니는 외손녀가 한국 할아버지 집에 왔다. 소파와 테이블의 좁은 사이를 지나 가려면서 그랜드 파파! 익스 큐스 미라고 먼저 예의를 갖추었다. 또 기침할 때 먼저 손으로 입을 가리는 제스츄어를 보면서 선진국인 미국의 어린이 교육의 실체를 다시 알게됐다. 이웃 일본도 역사와 전통이 우리에게 뒤지만 예절과 질서를 포함한 배려의 교육은 단연 우리를 앞섰다. 선진국 교육은 유아시절 부터 기본과 근본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 크게 부러웠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가치관이 젊은이들에게 점점 희박해져 가는 것 같다. 가치관의 혼돈현상은 가정교육에 소홀한 부모의 책임과 학교 교육의 조변석개(朝變夕改)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각양각색의 성격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인간사회는 배려와 양보의 여유가 없다면 갈등과 반목과 분열로 인간사회의 질서와 규범이 파괴되고 혼란만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사람사는 세상이 서로 서로가 배려하고 소통하며 양보하는 여유와 인정이 넘쳐흐르면 화합하고 발전하며 상생하는 미풍양속이 정착될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어릴때부터 배려와 포용과 양보의 인성교육을 좀더 충실하게 실시하여 우리고유의 미풍양속으로 정착시킨다면 선진국민으로서의 자질과 의식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국정을 다루고 국사를 논의하는 정치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양보의 대화와 타협이 작용하지 않으면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복리증진을 결코 쉽게 기대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정치는 언제나 여야로 편이 갈리고 반대와 찬성으로 나누어진다. 요즈음 만장일치는 드물게 볼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중립과 중도의 입장과 노선은 기회주의로 몰려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고 속된 말로 사쿠라로 비난받기가 일쑤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을 둘러싼 해당의원들의 목숨 건 지역구 사수(死守)로비, 정치 공해(公害)로까지 비하되고 있는 국회의원

의 정수 증원 꼼수, 회기중 대낮에 호텔서 여자와 성행위를 즐긴 현역 의원의 패륜 등 우리정치의 현주소는 몰염치와 타락의 끝을 보는 것 같다. 니편 내편가르기의 정치가 고질병이 된 것은 이미 오래됐다.

국민통합은 기구와 구호만 있지 실체와 성과는 없다. 이대로는 절대 정치와 사회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치인부터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정치 혁신과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념과 계층, 세대와 지역별로 분열하는 모습은 국민의 눈에는 사리사욕을 탐하는 사색당쟁(四色黨爭)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명분없는 싸움은 그만두고 국가의 대의(大義)를 추구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는 통합과 배려의 큰 정치를 앞장서 실천하는 대통령과 여야지도자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국민들은 진실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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