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파이낸스' 양 회장·하 대표 미스터리' 열쇠풀릴까
삼부파이낸스' 양 회장·하 대표 미스터리' 열쇠풀릴까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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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잠적하다 검거, 검찰 “실체 밝혀낼 단초 마련”
▲ 양재혁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 (YTN 캡쳐)

지난 1999삼부파이낸스 사태로 부산지역 서민 가계는 초토화 됐다. 양재혁(61)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은 고객투자금과 회사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46개월을 선고받아 2004년 출소했다. 양 전 회장은 출소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하모(66)씨에게 정산법인 운영과 회사 잔여자금 2250억원의 돈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 하씨가 잠적하면서 자금 행방은 묘연해졌다. 다음 해, 역시 첩보 영화처럼 기묘한 양 전 회장의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경찰은 은닉재산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4년째 도피 중이던 하씨를 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했다.

베일에 싸인 은닉재산

부산지검 형사3(김동주 부장검사)는 삼부파이낸스 정산법인인 C사 대표 하씨를 지난 14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씨는 수배된 지 4년 만에 경기도 김포시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검찰 수사관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날 부산지법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를 해왔기 때문에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하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씨는 1999년 삼부파이낸스가 부도나면서 양 전 회장이 관리를 부탁하며 넘긴 삼부파이낸스 잔여자금 2250억원을 갖고 달아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씨가 구속됨에 따라 삼부파이낸스 은닉재산을 둘러싼 의혹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 관계자는 하씨 명의로 된 재산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어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삼부파이낸스 은닉재산 횡령사건의 열쇠를 쥔 하씨를 구속함에 따라 사건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출소 뒤, ‘끝까지 잡는다

양 전 회장은 19961월 부산에 삼부파이낸스를 설립한 뒤 연수익률 30%’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수많은 투자자를 유치했다. 그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여러 번 주최하고 엑스트라등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댄 수완꾼이었다.

그러나 1999년 경영악화로 파산했고 이로 인해 부산지역 90여개의 파이낸스사 중 29개가 삼부 파산의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 삼부가 파산 하면서 당시 1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낳았다.

삼부파이낸스에 돈을 맡긴 부산지역 등의 투자자 6500명 가량의 2280억원 상당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초대형 금융부도 사태가 발생했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서민만 3만 여명 정도였다. 이는 부산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양 전 회장은 고객 투자금 796억 원 상당을 임의로 개인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며 회사 공금 1100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1999년 구속기소돼 징역 46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감옥에 있으면서 출소 후 재기하려고 정산법인을 만들고 모든 자산을 하씨에게 맡겨놓았지만 2004년 출소해보니 하씨가 은닉재산을 빼돌렸다는 게 양 전 회장의주장이다.

부산지검은 201111C사 횡령사건 수사에 나서 하씨를 몇 차례 조사했지만 수사 막바지에 하씨가 잠적하는 바람에 검찰은 하씨를 기소중지하고 전국에 수배했다.

양 전 회장은 하씨를 찾기 위해 하씨 측에게 납치된 것처럼 보이려고 2012713일 집을 나간 뒤 같은 해 1012일까지 고의로 잠적, 수사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양회장 미스터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 전 회장의 실종 사건 전모는 다음과 같다.

출소 후 줄곧 하씨 행방을 뒤쫓던 양 전회장은 실종 당일 하씨를 만나러 속초로 떠난다. 그날 오후 속초항 방파제 부근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분리된 뒤로 소식이 끊겼다.

실제로 양 전 회장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하씨를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자신이 사라지면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경찰도 납치 등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실종 54일째인 95, 양 전 회장의 한 측근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양 전 회장 본인이었다. 하씨가 고용한 중국인에게 감금됐다는 것.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아들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신용카드가 사용됐다는 카드회사의 알림 문자였다. 당시 아들의 카드를 갖고 있었던 이는 바로 양 전 회장이었다.

카드가 사용된 곳은 아들이 사는 곳에서 7km 떨어진 대형마트다. 양 전 회장은 그곳에서 25850원 어치의 식료품을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마트에 적립카드를 만들어 포인트를 적립한 사실도 확인됐다.

CCTV 속 양 전 회장은 눈에 띄는 개량한복을 입고 태연하게 물건을 둘러보는 등 납치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실종 후 양 전 회장을 만났다는 한 측근도 그에게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양 전회장 실종은 2250억억원을 들고 사라진 하씨를 잡기 위한 고도의 작전으로 추측됐다. 이후 양 전 회장은 고의 잠적 여부에 대해 고의 잠적한 것이 아니다하씨를 찾기 위해 하씨의 대리인으로 보이는 조선족 2명과 함께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대 재산 은닉설은 양 전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하씨가 검찰수사를 받다가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을 갖고 달아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실제 하씨가 갖고 있는 돈은 손실 정산을 위해 설립한 C사에서 빼돌린 수십억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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